35차 일본 Friska Lernejo 에 참가하고

  지난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일본 와카야마현 미사토시에서 35차 Friska Lernejo가 개최되었다. Friska Lernejo는 칸사이에스페란토연맹(KLEG)이 매년 주최하는 합숙 행사로서 칸사이 지방에서는 물론이고 일본 전국적으로도 중요한 행사이다. 올해는 45명이 참가하여 예년에 비해 적은 수의 인원이라고 하지만 장소가 약간 외진 곳인 것을 고려하면 성공적이라는 주최 측의 평가이다. Friska라는 단어는 날씨가 시원한 것을 의미하는데 실상 합숙 기간 내내 낮 기온이 32도 이상 올라가는 매우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강사와 학생 모두 별 불평 없이 날씨 이상으로 더 뜨겁게 열심히 공부에 임하는 모습들이었다. 

  필자는 이 합숙에 asista gvidanto로서 초청을 받아 참가하였다. 특정한 학급을 맡는 것이 아니라 여러 반을 돌아다니며 강사의 지도를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학습을 도와주는 의미보다는 외국인과의 대화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따라서 상급반에서는 필자 자신이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는 학습의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2박 3일 동안 에스페란토로만 대화를 하니 필자 자신의 실력도 많이 높아진 느낌이 들었다. 우리말로 얘기를 하고 싶어도 상대가 없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학급은 모두 다섯 개로 구성되었다. 입문반(강사 하자마 히로토미), 초보반(타케나카 나츠코), 초급반(타쿠마 켄지), 중급반(야마다 타다시), 상급반(타니 히로유키) 등인데 학급 사이의 구분이 약간 애매한 부분도 있었지만 각자의 실력에 맞게 반을 선택하여 공부를 하는 것 같았다. 외국인과 대화가 되는 반은 중급반과 상급반의 두 반인데 물론 상당한 실력을 갖춘 참가자도 많이 있었다. 세 시간이 1교시가 되어 모두 5교시로 구성되니 15시간 가까이 공부하는 셈이므로 학습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전체적으로 남강 학교의 확대판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일본에는 전체 에스페란티스토의 수가 우리보다 많은 만큼 실력 있는 에스페란티스토들의 수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말하는 것이 부족한 사람도 어휘력이 풍부하고 적절한 어휘의 사용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지 말하는 속도가 느릴 뿐인데 외국인과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어날 것이다. 또 한 가지 일본 운동의 특징은 나이 많은 초보자가 많다는 점이다. 정년을 마치며 연금으로 생활할 때 에스페란토가 적절한 흥밋거리로 선택되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처럼 청년실업율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 에스페란티스토들이 많지 않다고 해서 그렇게 걱정만 하고 있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합숙이 끝나고 오사카시 교외에 위치한 KLEG 본부를 방문하였다. 책임자인 미네 요시타카씨가 일부러 나와 있었다. 사무실은 주거용 아파트에 있는데 연맹 소유이며 상설 근무자는 없고 다섯 명의 자원봉사자가 요일을 정하여 업무를 담당하였다. 사무실 가득히 판매용 도서로 채워져 있었다. 사무실 구경을 하고 양국의 운동과 교류에 관하여 얘기를 나누었다. 두 나라 사이의 교류가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합숙 참가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일본의 많은 에스페란티스토와 가까이 할 수 있었다는 점, 많은 공부를 하였다는 점, 일본의 문화를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이다. 무사히 합숙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도록 배려해준 니시오 츠토무씨, 후쿠모토 히로츠구씨, 에가와 하루쿠니씨, 카즈키씨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앞으로 에스페란토를 이용하여 여행도 많이 하고 좋은 친구도 많이 사귈 생각이다. 에스페란토는 국제어이다. 서로 다른 모국어를 가지고 있는 사람끼리 사용될 때에만 진정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Lanterno Azia, Oktobro,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