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안내>

Zamenhof와 Rosbach

  초급강의를 수강하고 나서 다음에 무슨 책을 읽어야 할 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도자라면 어떤 책으로 중급강의를 해야할 지도 역시 같은 문제일 것이다. 필자는 초급 강의 후 처음 읽은 책이 Edmond Privat의 "Karlo"이다. 비교적 쉬운 문장으로 되어 있어 혼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초급 후 너무 어려운 책을 대하면 에스페란토가 어려운 언어라는 생각이 들고 이내 용기가 없어지고 만다. 따라서 초급 후에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또한 분량이 적은 쉬운 이야기책이 적당하다. "La Forto de l'Vero"도 시대적 감각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추천하고 싶다. 일단 쉽고 얇은 책이라도 한 권을 읽고 나면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다. 이러한 학습자에게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그 다음에 독서할 책을 선정할 것을 권한다.

  우선 자멘호프의 글을 많이 대하여 에스페란토가 어떤 문체를 가지고 있는 지를 익힌다. 에스페란토는 자연어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역시 창안자의 문체가 초기 언어 형성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자멘호프의 글은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쉬운 Fundamenta Krestomatio의 글을 반복하여 읽는 것이 매우 유익하리라 여겨진다. "Esenco kaj Estonteco de la Ideo de Lingvo Internacia"는 매우 어려운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학습 중 어느 시기에 한 번은 꼭 읽기를 권한다.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완독하고 나면 이제 독서에 자신이 생긴다.

  다음으로 조언하고 싶은 것은 번역서보다는 원작품을 읽는 것이다. 번역서는 아무리 휼륭한 번역이라 하더라도 원작에 쓰여진 언어의 영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셰익스피어의 번역물들은 영어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며 "La Eta Princo"에서는 불어의 냄새가 남아 있다. 이런 책을 먼저 읽다 보면 에스페란토다운 문체를 습득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가 권하는 작가는 명문장가로 유명한 Johan Hammond Rosbach이다. Rosbach는 1921년 노르웨이 태생으로서 지금까지 많은 원작품을 남겼는데 문장이 간결하고 또한 깊이가 있다. 주로 짧은 글을 모아 놓은 책들이 많으며, 문학적이면서도 일상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표현이 무궁 무진하다. 사용하는 문법도 비교적 쉬운 편으로서 초급 수준의 책을 두 세 권 읽은 다음 꼭 Rosbach의 책을 한 두 권 읽기를 권한다. 절대 어렵지 않다. 현재 구할 수 있는 그의 책은 Bagatelaro(1951), Silka Kuseno(1991), Unumane(1991), Nomoj(1999) 등이며 필자가 읽은 Homoj kaj Riveroj(1957), Mirinda Eliksiro(1968), Disko(1970)는 UEA의 Librokatalogo에 빠져 있는 것으로 보아 아쉽게도 이미 품절된 듯하다. 한 권을 추천한다면 Bagatelaro를 권한다.

   Rosbach 이 외에도 Stellan Engholm(스웨덴, 1899-1960)이나 Johan Valano(스위스, 1937∼, 본명: Claude Piron)의 원작 소설들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원작을 많이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에스페란토로 표현하는 능력이 늘어난다. 우리말로 작문을 해놓고 다음에 에스페란토로 번역하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