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a PIV 편집에 참여하고
작년 7월 마침내 에스페란토 대사전 개정판(Nova Plena Ilustrita Vortaro)이 10여년에 걸친 준비작업 끝에 세계무민족성협회(S.A.T.)에 의해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71년에 나온 에스페란토 대사전(Plena Ilustrita Vortaro)의 개정판으로서, 무려 1,265쪽에 걸쳐 16,780개의 표제어와 46,890개의 파생어를 수록하고 있다. 초판에서 책의 뒤쪽에 모아놓았던 그림들은 개정판에서는 모두 해당 단어의 표제어가 있는 쪽에 같이 수록하여 이해가 훨씬 쉬워졌다. 초판 발행 이후, 급변하는 사회, 과학, 문화의 발달로 인해 많은 새로운 단어 도입의 필요성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거니와, 에스페란토의 언어학적 측면에 있어서 초판에서 나타난 여러 종류의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서도 개정판의 출판은 오래 전부터 요구되고 있었다.
개정판의 편집에는 프랑스의 Michel Duc Gonoinaz를 편집장으로, 그리고 Claude Roux를 편집간사로 하여 모두 60여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였다. Nova PIV에 수록된 단어와 그 용례는 현재 전 세계의 모든 에스페란토 사용자들이 명실상부 표준으로 삼아도 좋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Zamenhof, Kabe, Auld, Privat, Rosbach 등 명문장가의 작품에서 뿐만이 아니라, Fonto, Monato, Literatura Foiro 등 이 시대의 대표적인 대중잡지에서 사용된 새로운 단어 및 용례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고, 특히 그 중에는 El Popola Cxinio나 Enciklopedieto Japana 등 동양권에서 발행된 서적들도 있어 우리의 눈길을 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발행된 서적이 참고가 되지는 않았지만, 안송산선생님께서 kimcxio와 makolio를 비롯하여 Seulo, Pusano, Teguo 등 여러 도시의 이름들을 포함시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국"의 표기가 학술원(Akademio)이 주장하는 Koreo가 아니고 우리의 주장대로 Koreio로 바뀌어져 있고, "서울"도 Seuxlo에서 Seulo로 바로 잡혀있어, 오랫동안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가 매우 흡족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마영태님은 에스페란토-한국어 대사전 출판과정 중에 초판에서 발견한 많은 문제점들을 편집진에 지적하여 개정판의 서문에서 특별한 사사를 받았으며, 최대석님 역시 여러 가지 조언으로 감사의 뜻을 전해 받고 있다.
필자는 La Bildstria Gvido al Genetiko의 출간을 계기로 1997년부터 Biologio kaj Fiziologio 분야와 Botaniko 분야의 용어의 편집에 참여하게 되었다. 수명의 전문가와 함께 의견을 나누며 약 5년 간에 걸쳐 작업에 관여하였다. 아직 에스페란토화되어 있지 않았던 전문용어들을 사전에 수록하는 작업이 매우 뜻있는 과정으로 여겨져 큰 보람을 느꼈다. 우리나라와 관련하여서는 "잣나무"를 Koreia pino라는 단어로 수록한 것은 좋은 기억으로, 그리고 필자가 담당했던 분야는 아니지만, hundajxo(개고기)라는 단어의 설명에 원래 "중국과 한국에서 즐겨먹는 음식"이라고 되어 있던 원고를 수정하도록 한 사실은 씁쓸한 기억으로 남는다.
Nova PIV에 수록된 단어나 용례는 물론 절대적으로 강요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Zamenhof의 시대부터 지금까지 발간된 사전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음은 틀림이 없다. 따라서 에스페란티스토라면 누구나 항상 옆에 두고 참고하여야 할 서적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누구나 이 사전에 대한 조언과 비판을 할 수 있음도 물론이다.
La Lanterno Azia 2003년 4월호 수록(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