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에스페란토 우표 이야기

에스페란토를 우표에 처음 사용한 나라는 러시아(구 쏘련)이다. 1925년 10월에 발행된 기념우표로서 무선전신을 발명한 러시아의 A.S.Popov 박사의 서거 20주년을 기리기 위하여 발행한 우표에 에스페란토로 <Inventisto de Radio, Popov>라고 쓰여져 있다. 러시아 혁명 후 우표에 초상이 실린 것은 Lenin과 Lomonosov에 이어 Popov가 세 번째였다. 이때 발행된 우표는 국내 서장 및 해외 엽서에 사용하는 7k(코펙)짜리 푸른색과 해외 서장용으로 사용하는 14k짜리 녹색 두 종류이다. 2년후 국내 우편 요금 인상으로 7k짜리 우표에 붉은 색으로 8 kop라고 첨쇄된 우표가 발행되었다.

에스페란토 자체를 기념하기 위하여 우표가 처음 발행된 것은 1926년 7월 역시 러시아에서였다. 레닌그라드에서 개최된 러시아 에스페란토 대회(8월 6일-9일)를 기념하는 우표였다. 이때 발행된 우표 역시 7k(붉은 색과 녹색 도안)와 14k(보라색과 녹색 도안)의 두 종류이다. 석판인쇄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우표의 중앙에는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있는 Obelisk(자유의 동상)가 위치하고 그 밑에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망치와 낫, 그리고 그 위에는 <SAT>라고 쓰여 있다. <SAT>는 <Sennacieca Asocio Tutmonda>의 약어로서 세계무민족성협회라고 번역된다. 이 당시 SAT는 러시아가 중심이 되어 활동한 공산주의 단체였다. 이 우표의 특징으로서 흥미를 끄는 것은 우표 중앙을 감싸고 있는 둥근 띠 안에 두 줄로 모르스 부호가 새겨져 있는데 바깥쪽은 러시아로, 안쪽은 에스페란토로 "세계의 노동자여 하나로"라는 의미이다. 모르스부호가 우표에 등장한 것도 이것이 처음이다. 띠 양쪽에 에스페란토의 상징인 녹색별이 있고, 제일 위쪽에 "쏘련 우편"이라고 러시아어와 에스페란토로 쓰여져 있다. 그리고 제일 밑에 <제6차 국제 프롤레타리아 에스페란토 대회, 1926>이라고 에스페란토로 되어 있다. 그리고 대회장의 우체국에서 녹색의 소인이 사용되었다. 처음에는 국제 우편에만 사용이 제한되어 있었으나 나중에 국내우편용으로도 사용이 허가되었다. 가격은 비싸지 않지만 구하기 어려운 쏘련 기념 우표 중의 하나이다.

에스페란토 반포 40주년이 되는 그 이듬해(1927년)에는 자멘호프를 기념하는 우표가 역시 러시아에서 발행되었다. 그라비야 방식으로 발행된 우표이고, 녹색바탕에 갈색의 자멘호프 초상이 그려져 있고, 공장 위에 떠 있는 커다란 녹색별을 향해 기중기가 <XL>(40을 뜻하는 로마 숫자)이라는 글자를 들어올리고 있는 도안이다. 그리고 초상 밑에는 작은 글씨로 <Auxtoro de Esperanto, Dr. L. Zamenhof>라고 쓰여져 있다. 그리고 우표를 가로질러 큰 글씨로 <Esperanto>라고 되어 있다. 에스페란토와 자멘호프를 소개하기 위하여 아주 훌륭한 선전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자멘호프는 러시아 혁명이 발발한 지 한달 후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타계하였으나 그 자신이 러시아에서 이 정도로 기리는 인물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처음 이 우표는 문양 모양의 수문이 있는 보통 종이에 인쇄되었으나 나중에 에나멜로 표면 처리된 종이에 다시 발행되어 도안이 선명해졌다.

(외국 사이트에서 번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