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일득록(日得錄)
정조의 수상록(隨想錄) <일득록> 연구
일지사, 번역 정옥자, 2000 년 5 월 30 일 발행
 이번에는 최근에 발행된 책, 발행된지 한 달 반 된 책을 소개하려 한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많은 왕들에 대해 배웠다. 그 왕들이 인간적으로 뛰어났기 보다는 시대적인 흐름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었고, 시대의 구분에 편리한 존재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느 왕조의 어떤 왕 때 여하한 일이 있었는가를 어느 정도 배웠으나, 그 왕이 어떤 생각에서 어떤 말을 하며 살았는지를 배운 적은 없다. 이 정조 대왕의 <일득록>은 그 분이 실제로 한 말씀을 모은 것이므로 속 마음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많이 있다.
 이 책의 해설에는 다음의 내용이 있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가 비명에 죽은 후 세손(世孫)으로 책봉되어서도 항상 암살 위협에 시달리며 새벽닭이 울 때까지 독서를 통해 자신을 지키고 학문을 연마하였다. 즉, 위기를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독서를 선택했고, 그 결과 방대한 문집을 남겼을 만큼 학자군주로 대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조의 삶에 대해 백과사전 브리태니커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되어 있다.
정조 正祖             COPYRIGHT (C)한국브리태니커회사, 1999
1752(영조 28)~1800(정조 24).     조선 제22대 왕(1777~1800 재위).
 이름은 산. 자는 형운(亨運), 호는 홍재(弘齋). 영조의 손자이고, 아버지는 장헌세자(莊獻世子 : 사도세자 思悼世子)이며, 어머니는 영의정 홍봉한(洪鳳漢)의 딸 혜경궁 홍씨(惠慶宮洪氏)이다. 비는 좌참찬 김시묵(金時默)의 딸 효의왕후(孝懿王后)이다.
즉위
 1759년(영조 35) 세손(世孫)에 책봉[정조가 7 살 때]되고, 1762년 세자인 아버지가 뒤주 속에 갇혀 죽은 뒤[정조가 10 살] 동궁으로 불렸으며, 1764년 2월 어려서 죽은 영조의 맏아들 효장세자(孝章世子 : 뒤의 眞宗)의 후사(後嗣)가 되었다. 1775년[23 세] 11월 영조가 대리청정을 시키려 하자 홍인한(洪麟漢)이 "동궁은 노론·소론을 알 필요가 없고 이조판서·병조판서에 누가 좋은지를 알 필요가 없으며, 조정의 일은 더욱 알 필요가 없다"는 삼불필지설(三不必知說)을 내세우며 반대했으나, 그해 12월 대리청정의 명을 받았고, 이듬해 3월 영조가 죽자 대보(大寶)를 세손에게 전하라는 유교(遺敎)에 따라 즉위했다[24 세].
 왕위에 오르자 바로 효장세자를 진종대왕으로, 사도세자를 장헌세자로 추존했으며, 세손 때부터 그를 보호한 홍국영(洪國榮)을 도승지로 삼고 숙위대장(宿衛大將)을 겸직시켜 반대세력을 숙청해 정권의 안정을 도모했다. 사도세자의 죽음을 사주한 숙의 문씨(淑儀文氏)의 작호를 삭탈하고, 화완옹주(和緩翁主)는 사가(私家)로 방축했으며, 문성국(文聖國)은 노비로 만들고, 그의 즉위를 방해했던 정후겸(鄭厚謙)과 홍인한을 경원과 여산으로 귀양보냈다가 사사(賜死)했다. 홍국영이 세도를 부리며 권력을 남용하자 조신들의 탄핵에 따라 1879년[정조 27 세] 9월 정계에서 물러나게 하고, 이듬해 2월에는 전리(田里)로 돌려보내 친정체제를 강화했다.
내용
1. 의리(義理)천명(천명(闡明; 열 천, 밝을 명)), 세신(世臣)보전(保全)
  의리를 천명하고 대대로 내려오는 신하를 보전하는 일은 내가 밤낮으로 고심하는 것이다. 이제 여러 신하들이 일이 없는 때를 당해 편안히 즐기고 한가롭게 쉬어서 아울러 의리마저도 잊고 있다가, 한번 일을 만나면 어지럽게 하고 떠들썩하게 하여 다투어 엄히 독려함에 힘쓰고 겨우 일이 지나가면 문득 또 잊어버리니, 이러한 까닭으로 인해 국가의 기강이 엄하지 못하고 백성의 뜻이 정해지지 못하였다.
[임성삼의 주(註); 이 책에 위의 내용이 여러 번 나온다. 신하들의 게으름을 견딜 수 없으셨던 모양이다.]
3. 명교(名敎; 사람이 행하여야 할 길을 밝히는 가르침. 훌륭한 성인의 가르침)
 정치의 도는 명교가 근본이다. 사대부가 평소에 거함에 있어 의리를 강명(講明)하고 행검(行檢)을 닦으면, 조정에 서서 일을 주관함에 반드시 볼 만한 것이 있을 것이니, 장부(帳簿)를 다루는 것 같은 사무로 힘씀을 취하는 것은 말단이다.
  우리 조정의 법은 한결같이 송나라의 법을 따라 유술(儒術)을 높이고 숭상하며 명절(名節; 명예와 절조)을 장려해서 선조조에는 인재의 성함이 거의 한(漢)나라나 당(唐)나라보다 뛰어났다.
[임성삼의 주(註); 전의 이율곡의 석담일기 소개에서도 나왔으나 이 시기의 우리나라에 인물이 대단히 많았다. 그러나 정조의 위의 말과 같이 이 시기의 인재의 성함을 정확하게 평가한 것은 처음 본다. 참고로 선조때 활동한 인물을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적어본다.
이황   李滉               1501∼1570(연산군 7∼선조 3)
조식   曺植               1501∼1572(연산군 7∼선조5)
이지함                    1517∼1578(중종 12∼선조 11)
기대승  奇大升            1527∼1572(중종 22∼선조 5)
Michel Eyquem de Montaigne       1533.2.28~1592.9.13
Elizabeth I                        1533.9.3~1603.3.23
성혼   成渾               1535∼1598(중종 30∼선조 31)
이이   李珥               1536∼1584
정철   鄭澈               1536∼1593(중종 31∼선조 26)
권율   權慄               1537∼1599 (중종 32∼선조 32)
이산해  李山海            1539∼1609(중종 34∼광해군 1)
유성룡  柳成龍            1542∼1607(중종 37∼선조 40)
이발   李潑              1544∼1589(중종 39∼선조 22)
이순신  李舜臣           1545~1598
(李如松/?~1598)
Tycho Brahe         1546∼1601 덴마아크
이원익  李元翼      1547~1634 영의정 수직석
임제    林悌       1549~1587(공경할 제) 사해 모든 나라가 제라고 칭하지 못한 나라가 없었는데
선조   宣祖        1552∼1608  재위 1567∼1608
이항복  李恒福     1556∼1618 (명종 11∼광해군 10)
Francis Bacon       1561.1.22~1626.4.9
이덕형  李德馨     1561~1613
Galileo Galilei       1564.2.15~1642.1.8
William Shakespeare  1564.4.26~1616.4.23
신흠 申欽  상촌(象村)  1566(명종 21)~1628(인조 6)]
6. 언로(言路)
  근래 명심보감(明心寶鑑)을 강론할 때 ...
[임성삼의 주(註); 그 당시 교육제도로 명심보감은 15 세 정도에 배우는 책이었다. 앞서 소개한 대학, 중용도 이 정도의 나이에 배우는 책이었다. 그러나 영조 대왕이 대학과 중용을 60 세가 지나서 다시 강론을 하셨던 것과 같이 정조도 명심보감을 왕이 된 후에 다시 강론을 한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책은 한 번 읽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수 없이 반복해 읽어야 자기의 것이 된다.
 얼마 후 명심보감을 소개할 것이다. 대단히 좋은 책이다.]
10. 사관(史官)
  사관의 직무는 단지 말과 행동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인군(人君; 왕)의 과실을 써야 하니, 그런 후에야 그 책임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인(古人)이 말하기를 "사관이 [왕의] 과실을 기록하지 않으면 그 죄는 죽음이다."라고 하였고, 또 말하기를, "임금의 뒤를 따라다니며 임금의 과실을 살펴 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너희들은 직무가 사관에 있으니 모름지기 이 뜻을 명심해야 한다.
[임성삼의 주(註); 지금 우리 나라에는 이렇게 대통령의 행동과 말을 기록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 미국은 적어도 닉슨 때까지는 대통령의 모든 말을 녹음하는 제도가 있었다. 지금이 조선시대보다 투명하고 진보된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더구나 지금 내용에서는 왕이 자기의 과실을 적도록 강조하였다.]
11. 직언(直言)
  지금 세상 사람들이 오직 임금의 뜻을 눈치보는 것으로 주(主)를 삼으니 인심과 세도(世道;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길, 세상의 도의)가 점차 여유가 없어졌다. 이러한 까닭에 현재 제일의 병폐가 되니 구원할 약이 없다.
[임성삼의 주(註); 옛날과 지금 지배자 옆에 있는 사람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
  세간에 떠도는 두려운 말이 비록 많으나 진실로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말고 곧바로 나아가 단지 내가 마땅히 할 바를 하면 곧 떠도는 두려운 말이 역시 자연히 그치게 될 것이다.
13. 검약(儉約)
  시자(侍子)에게 명하시어, 작은 종이들을 붙여 한 폭의 종이를 이루도록 하시고 하교(下敎)하시기를,
"내가 마침 책 한 권을 베끼기를 명하여 가위로 대략 오려 내었는데, 남은 바 작은 종이들은 비록 사용하기에는 부적당하나 버리기에는 아까우니 모름지기 붙여서 한 폭의 종이를 만들면 지금은 쓸데없는 물건이나 곧 유용한 물건이 될 것이다. ..."
[임성삼의 주(註); 이런 임금 아래서 감히 자기가 호화스럽게 산다고 자랑하고 다닐 신하는 없을 것이다. 윗 사람의 절약의 효과는 국민 전체에 미친다.]
14. 학문의 주객(主客)
... 학문은 경술(經術)을 주로 하고, 다스리는 법은 의리를 주로 하며, 사람을 쓰는 도리는 착한 사람을 주로 하게 될 것이다.
15. 언론(言論)
  기상(氣像)은 마땅히 관대하고 온건하기에 힘써야 하며 서두르는 것을 마땅히 경계해야 하는데, 근래에는 이와 반대이다. 벼슬자리에는 속히 나아가고자 하면서도 일의 처리에는 매우 태만하다.
[임성삼의 주(註); 이 말은 일득록에 여러번 나온다. 앞으로 수 천 년이 지나더라도 높은 자리에 속히 나가려는 사람은 끊임이 없을 것이다. 왕의 위치에서 신하들을 보면 이런 점이 잘 보일 것이다.]
  언론에 있어서는 오히려 몹시 바빠하고 몹시 조급해 하며, 오직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만을 두려워한다. 이러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나라가 나라답지 못할 것이니 어찌 두렵지 아니한가.
16. 과격한 말
  무릇 천하의 일에는 모두 때가 있어서, 때가 오면 저절로 이루어지니 인력으로 재촉할 필요가 없다. 재촉하면 도리어 혹 해가 되기도 하니, 이런 것을 알지 않으면 안된다. ...
[임성삼의 주(註); 본인의 경험에서 온 것이다.]
17. 관(觀)
  글씨를 볼 때는 획과 점(點)을 보아야 하고, 그림을 볼 때는 준법(준法; 주름 준)과 세(勢)를 보아야 하고, 역사를 볼 때는 다스려짐과 소홀함을 보아야 하며, 사람을 볼 때는 선함과 악함을 보아야 한다.
[임성삼의 주(註); 왕으로서의 중요한 자질은 많은 수없이 많은 일 중의 중심을 보고 결정하는 능력이다. 정조 대왕은 이 능력을 가지신 것 같다.]
19. 노(怒)
  사람이 쉽게 발동하여 제어하기 어려운 것으로 성냄이 가장 심하다. 나는 매번 일에 임하여 몹시 성날 때마다 잠시 그 일을 젖혀 두고 성냄을 가라앉혀 밤을 지낸 뒤에야 비로소 그 일을 처리한다. 이리하여 다행히 큰 잘못은 면했다.
[임성삼의 주(註); 어렸을 때부터 밤을 새며 마음을 다스리는 책을 읽은 정조 대왕도 성남을 다스리기가 쉽지 않았었다. 책이 이런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닐 지 모른다. 이런 경우 보통 사람은 하루 밤 동안 더욱 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
28. 세월 아끼기
  너희들은 종일토록 모여 앉아 주관한 것이 무슨 일이냐. 책을 읽는 것이 서로 베개 베고 잠자는 것보다 낫고, 토론하는 것이 뜬소리를 하는 것보다 나으니, 하루 이틀 좋은 광음(光陰)을 허송하면 어찌 크게 아깝지 아니한가?
[임성삼의 주(註); 공자, 석가, 예수님 모두 공통적으로 하신 말씀이다.]
29. 사치풍조
... 전에는 조정의 큰 행사에도 신하들이 혹 해진 조복(朝服)을 입었고, 모든 관복은 ...
  근래에는 조복(朝服)의 색이 바랜 것이 매우 드물며, ...
  이 한 가지로도 풍속이 대단히 사치스러운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일이 어찌 재력이 옛날보다 넉넉해진 때문이겠는가?
...
  옛날 황희가 거친 옷감의 해진 옷을 입고 의정부에 가서 좌기(坐起; 관청의 우두머리가 출근하여 일을 시작함)하자 다음날 비단, 명주를 입은 자들이 모두 바꾸어 입었다는 이야기가 지금 전설이 되었다. 오늘날 재상 가운데 누가 이러한 개연한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임성삼의 주(註); 전에 필원잡기의 소개에 적은 것 같이 황희 정승의 이야기를 여러 책에서 20 개 정도 모았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새로운 것이다.]
30. 외래풍조 숭상 비판
... 옛사람이 말하기를, "지금 사람은 지금 사람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 말은 절실하여 공경할 만하다. 이들이 우리 동방에서 태어났으면 마땅히 우리 동방의 본색을 지켜야 할 것인데 어찌 힘을 다해 중국사람을 모방하여 하는가? ...
[임성삼의 주(註); 지금은 아예 영어로 강의하고, 생각마저 하자고 하는 시대가 아닌가?]
31. 준열한 상소의 필요성
  일찍이 신하들과 더불어 계셨는데, 이야기가 세도(世道; 세상을 올바르게 다스리는 길)의 어려움에 미치자 하교하여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모두 나약하고 열등한 사람들이다. 만약 내가 지금의 조정에 선다면 마땅히 하나의 준열한 상소를 내서 시사(時事)를 통렬히 논박하고 어려움과 편함을 돌아보지 않겠다. 그렇지 않으면 마땅히 모자를 벗어버리고 가겠다. 어찌 난잡하고 용렬하게 남을 좇겠는가?"라고 하셨다.
[임성삼의 주(註); 너무 과격하다. 이러한 이야기에서 정조의 독살설이 나왔는지?]
33. 일, 사람
  일을 함에 모름지기 먼저 대본(大本)을 세우고 다음에 조목(條目)을 정해야 한다. 대본(大本)이 서지 않으면 비록 조목의 사이에서 뜻을 얻더라도 또한 어찌 도움되는 바가 있겠는가? 사람을 보는데도 역시 그러하니 모름지기 먼저 대절(大節)을 보고 다음에 득실(得失)을 논해야 한다.
[임성삼의 주(註); 친구를 볼 때도 그 사람의 근본을 보아야 한다.]
37. 훈계하는 말
  말은 과장하지 말고 사실만 말할 따름이며, 문장은 늘어놓지 말고 정(精)할 따름이며, 은혜는 넘치지 말고 적당할 따름이며, 사람은 의심하지 말고 믿을 따름이며, 사물은 흔들지 않고 길들일 따름이다.
[임성삼의 주(註); 사람을 보고, 다스리는 것을 직업으로 한 사람의 말이다.]
39. 남에 대한 비판
  사람을 칭찬함에 그 좋은 점을 더하지 않으면 듣는 자들이 만족해하지 않고, 사람을 비난함에 그 나쁜 점을 더하지 않으면 듣는 자들이 만족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왕충의 말인데, 이는 후세의 폐단에 적중하였다. 오늘날 사람을 논하는 자들은 말은 그만두기를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준열하게 공격하는 것만 일삼으니 이 어찌 좋은 소식이겠는가?
40. 겉볼안
  무릇 말과 행동은 얼굴이나 혹은 신체에 드러나는 것인데, 얼굴이란 것은 대개 그 외표(外表)를 가리킨다. 조정의 일은 마땅히 그 대체(大體)를 보아야 할 것이니, 만약 사람이 기풍과 모습이 준엄하고 단정한 데 기초한다면 사람들로 하여금 저절로 공경한 마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41. 선신(善身)
  옛사람은 몸을 착하게 하는 것으로써 고요하게 지냈고,
사귐을 적게 하는 것으로써 삼갔다.
몸이 착하면 재앙이 없고 사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48. 산림(山林)
  산림의 고고한 선비들은 역시 대우를 기다려 출사하는 법이다. 이전 조정에서는 정성으로 유현(儒賢)을 예우하였지 형식적으로 하지는 않았다. 또한 이 산림에게 선비들의 명망이 돌아가므로 선비는 대개 관록(官祿)을 가벼이 여겨 초야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에는 위에서 예를 두텁게 하는 것이 점점 전만 못한데도 사대부들이 벼슬길에 나오기를 멈추지 않고 이를 제일 중요한 일로 꼽으며, 간혹 임금을 섬기는 도리를 행하면 무리지어 비웃으니 누가 그 풍모를 듣고 따르려 하겠는가?
51. 심학(心學)
  (나는) 왕노릇 함을 즐기지 아니하니 정신(廷臣)들은 반드시 내 마음을 알아야 한다. 내가 즉위한 처음으로부터 하루가 지나면 마음 속으로 스스로 말하기를, "이날이 지나갔구나."하였고, 이틀이 지나가면 또한 그렇게 하였다. 하루 이틀 하여 드디어 지금 이십여 년에 이르렀으니...
  날마다 정돈(停頓)하고 수습함으로 마음을 삼을 뿐이다.
[임성삼의 주(註); 왕노릇을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였다.]
52. 조급한 승진 경계
  너희같이 나이 젊고 힘이 강한 자들은 앞길이 많이 남았으니 다만 학문과 견식(見識)이 타인만 못함을 걱정할 것이지 다른 것을 어찌 걱정하느냐? 설사 매번 남에게 양보하더라도 필경에는 어느 관직이 오지 않을 것이며 무슨 일을 주관하지 않을 것인가? 젊은이들의 많은 폐단은 다만 '조진'(躁進; 조급하고 빠른 승진) 두 글자에 있을 따름이니, 만약 이러한 마음을 제거할 수 있다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여러분들도 직장에 나가면 정조대왕이 걱정해주시던 마음 가짐이 될 가능성이 많다. 다만 자기의 능력이 자라지 못하는 것만 걱정하면 된다.]
53. 잡기(雜技)
  내가 나라와 백성의 일은 감히 잠시도 내려 놓은 적이 없으며, 예사로운 사물에 대해서는 일찍이 뜻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비록 눈앞의 책상이나 기물(器物) 등으로 말하자면 좋고 나쁜 것을 알지 못한다. 아울러 바둑이나 잡기 등에 대해서도 능히 알지 못하니, 조신들을 인접하는 여가에 오직 책상 위의 서적으로 스스로 즐길 따름이다.
[임성삼의 주(註); 실제로 그러셨을 것을 나는 믿는다.]
54. 언론(言論)
  평생 사마광의 말은 항상 하여야 한다. 내가 평일에 일찍이 환관이나 첩들과 더불어 말한 적이 없고, 오직 한두 신료들과 더불어 고금(古今)을 헤아려 확실히 하고 경적을 토론할 따름이다.  ...
55. 행검(行檢; 명분에 맞게 자신을 단속함)
  근래 풍속이 점차 혼효(混淆)하여 선비들이 경서를 읽지 않으며, 무리지어 모여 시(詩)를 이야기하고, 예(禮)를 말한다는 것을 듣지 못하고, 그 농지거리로 말하는 바는 성색(聲色)이나 화리(貨利)의 비루하고 속된 말이 아닌 것이 없다. 선비와 군자의 행실이 이와 같으니 매우 한탄스럽다.
57. 명의(名義)
  나의 성질이 악을 매우 싫어하여 이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내게 미움을 쌓는다. 본래 명의(名義)를 좋아하기를 추환(芻 ; 초식하는 짐승인 소, 양 따위와 곡식을 먹는 짐승인 개, 돼지 따위)보다 더하여 다른 사람들이 명의를 배반하는 것을 보면 실로 그를 더럽게 여긴다.
[임성삼의 주(註); 이 분은 짐승들조차 어느 정도 명의를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58. 산림(山林)의 폐단
  현재 유학(儒學)하는 선비들이 오직 세상에서 숨어사는 것을 능사로 여기고 있으나 이것이 어찌 유교의 본 뜻이겠는가? 근래 경행(經行)하고 몸을 밝게 닦은 것으로 천거된 자들을 부르는 교지가 내려가면 번번이 모두 응하지 않고 스스로 산림(山林)의 고답(高踏)한 기풍이라 자처하는데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다.
[임성삼의 주(註); 왕이 벼슬을 주기 위해 불러도 오지 않아서 근심하고 계시다. 나라가 잘 되고 있는 증거이다. 또한 앞에서는 부르지 않아도 쫓아오는 산림을 비난하고 있다.]
59. 명절(名節)
  사대부는 마땅히 명절을 숭상하고 이해를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단지 명절 행하기를 두려워하고 이해를 잃을까 두려워하면 끝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
60. 근신(近臣)의 처세
  내가 근신을 대함에 심히 후하나 근신이 나를 섬기는 것은 끝내 내가 그들을 대하는 것과 같지 않다. 무릇 진언한 바는 모두 내가 듣기 좋아하는 말이며, 그렇지 않으면 다만 묵묵히 따를 뿐이다. 내가 비록 매우 우활하나 널리 구하는 말을 미워하여 거스르겠는가? 대단히 개탄스럽다.
62. 근검(勤儉)
  우리 조정의 가법(家法)은 아주 근검(勤儉)하여 항상 안일(安逸)함을 경계하였다.
  효종에 이르러서는 항상 대계를 품고 더욱 분발하시어 늘 후원(後苑)에서 힘든 일들을 익히셨는데, 이는 다만 쇠지팡이를 짚고 나무말을 탄다는 뜻만은 아니었다.이는 겉으로 육체의 수고로움만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속으로 북벌(北伐)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임성삼의 주(註); 효종께서 북벌을 위해 후원에서 항상 운동을 하셨던 것 같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처음 본다.]
  그러므로 나도 감히 편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비록 젊었을 때와는 다르지만, 예를 갖추거나 법도를 지켜야 할 자리가 아니면 청양문 안에서는 반드시 말을 타고 다녀 일찍이 스스로 편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으니, 이 역시 선조를 계승하여 정사를 펴 나가는 일에서 나온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정조가 나오는 사극(史劇)에서는 궁궐 안에서 움직이실 때 가마를 타거나 걸어 다니는 장면 대신 말을 타고 다니는 장면을 넣어야 할 것이다.]
63. 사대부의 미숙(未熟)
  요즈음 사대부들이 평소에 의리(義理) 공부를 게을리하니 어찌 견식 높고 식달(識達)한 사람이 나올 수 있겠는가? ...
  모름지기 뜻을 크게 하고 시야를 높게 하여 항상 제일 중요한 의리(義理)를 목표로 삼으면 한 가지 일, 두 가지 일에 오랫동안 잠기게 되어 자연히 감화되고 투철해지는 효과가 언어나 일처리 가운데 나타나게 될 것이니, 이것으로 경(卿)들에게 권면한다.
[임성삼의 주(註); 우리 지구환경공학부는 이번 1 학기에는 정조 대왕이 원하시는 만큼의 의리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64. 소인(小人)이 임금의 마음을 미혹함
  소인이 임금의 마음을 미혹함은 물이 종이를 적시는 것과 같아서 날마나 젖어가지만 깨닫지 못하니 가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65. 수기(修己)
사대부는 자신을 규율하여 스스로 수양하는 것이 나라에 보답하는 것이다. 사대부가 조정에서 왕을 섬김에 있어, 실로 조급히 승진하려는 생각을 품는 것은 족히 말할 것이 못 된다.
  사대부는 청렴하지 않을 수 없으니 청렴한 연후에야 득실(得失)의 기틀에 물들지 아니한다. 사대부는 공심(公心)을 품지 않을 수 없으니 공심(公心)을 품은 연후에야 현명함과 사악함의 분별에 대해 살필 수 있다.
66. 수기(修己)
  옛부터 성현들의 대사업을 한마디로 하자면 수신(修身)일 따름이다. 몸이 닦이지 아니하고도 어버이에게 효도하고 왕에게 충성할 수 있는 자는 없다.
67. 자제(子弟) 훈육
  사대부가 자제를 가르치는 것은 충실(充實)과 돈후(敦厚)를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요즘 대대로 국가의 녹(祿)을 받는 가문의 자제 중에 어찌 재주와 지식이 뛰어난 사람이 없겠는가?
  그러나 다수가 가규(家規; 가정의 규범)를 낮추어 보고 부화(浮華)를 숭상하는 데로 돌아가니, 이것은 부형(父兄)의 잘못이다.
69. 충신 = 효자
  충신은 반드시 효자 가운데서 구해야 한다. 내가 사람을 쓸 때에 먼저 그 집안의 행실이 어떠한가를 묻는 것도 이 때문이다.
71. 당학(唐學; 중국학)
  당학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명나라와 청나라의 소품(小品)과 이상한 책을 많이 쌓아 놓는 것과, 서양의 역수(曆數)와 학문을 오로지 숭상하는 것과, 의식과 기명을 중국의 시장에서 사온 물건을 즐겨 사용하는 것인데 그 폐단은 모두 한결같다.
76. 의리(義理)
  사대부가 마음에 두는 것은 마땅히 스스로 속임이 없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 스스로 속이지 않으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다.
77. 호(好)
  좋은 사람(好人)이 다 좋은 관직에 오르는 것은 아니며,
좋은 풀이 반드시 다 좋은 땅에서 자라지 않으며,
좋은 말(馬)이 반드시 다 좋은 마부를 만나는 것이 아니고,
좋은 말(言)이 반드시 다 좋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마음이 좋은 후에 사람이 좋아지며 사람이 좋은 후에 말이 좋아지는 것이다.
81. 한가지 이치
  신하들이 모시고 활을 쏘았는데, 명중하지 못하니 선조께서 말씀하셨다.
"이치는 하나일 뿐이다.
학문(學文)과 문장(文章)은 힘쓰지 않으면 얻을 수 없으니, 활쏘는 일만 유독 노력하지 않고 능(能)하겠는가?"
82. 마음을 보존하고 성품을 키움
  사람은 모름지기 평일에 마음을 보존하고 성품을 키우는 공부가 있어야 한다. 이 마음을 항상 간직하면 이치가 항상 분명해질 것이다.
  비록 도시락밥과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곳에 살면서 좁은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호연(浩然)함이 천지(天地)를 가득 채우며, 이를 들어 천하(天下)의 백성들에게 베푸는 것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83. 선택의 기준
  말을 잘 알아보는 자는 그 신속함을 보지 그 색이 검고 누른가 여부는 보지 않고,
독서를 잘하는 자는 그 뜻을 본받지 그 문장을 본받지 아니하며,
선비를 잘 취하는 자는 그 마음을 취하지 그 모습을 취하지 아니한다.
[임성삼의 주(註); 이런 왕 아래서 선조임금의 신하들과 같은 사람이 많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85. 일심(一心)
  자신을 바르게 하는 공부는 반드시 마음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시작하니, 만사(萬事)만물(萬物)이 어찌 '일심(一心)'이라는 글자로 하지 않는 것이 없겠는가? 나는 일찍이 이것으로써 스스로 힘썼다.
[임성삼의 주(註); 이미 이야기하였으나, 조선시대의 모든 관리가 공문서에 서명할 때는 一心이라는 두 글자로 하였다. 한 마음으로 공무를 본다는 뜻이었다. 고종이 헤이그 밀사에게 주어 보낸 문서에도 고종의 一心 서명이 있다. 고등학교 국사책을 펴서 확인하기 바란다.]
90. 수기(修己)
  주자가 지은 잠언의 첫 구절은
"의관을 바르게 하고 시선을 똑바로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하찮은 형식이나 자잘한 절도같이 보이나, 실은 성인(聖人)이 되는 처음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임성삼의 주(註); 외국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자세와 시선을 보기 바란다.]
91. 수신(修身)
  자기 몸을 수양하는 것과 임금을 섬기는 것은 애당초 두 가지 일이 아니다. ...
  수신이란 명덕(明德)을 밝히는 일이다. ... 말소리를 근엄하게 하고, 용모를 단정히 하며, 윗사람을 공경히 대하고, 자신의 행동은 공손히 하면 이것이 곧 수신이 된다.
98. 용인(用人)
  사람을 쓰는 데는 도(道)가 있으니 그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하면 눈앞에 좋지 않은 사람이 없으니 세상에 버릴 사람이 없을 것이다.
99. 명교(名敎)
  선조조 이전에는 대신들이 마음을 바르게 하고 일을 바르게 하여 나라를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것으로 사업을 삼았다.
  현종, 숙종조에 이른 이후로는 명신(名臣)과 보필하는 신하가 비록 옛날의 성할 때에는 미치지 못하였으나, 오히려 능히 명절(名節)을 숭상하고 자신의 취지를 높이 하여 유속(流俗)과 더불어 함께 하고자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나라에 있으면 삼가 힘써서 지위에 있다는 명예가 있고, 집에 있으면 효제(孝悌)하여 집을 다스린다는 아름다움이 있었으며, 이를 미루어서 일을 베풀 때에 쓰고 버리고 조처하는 것이 모두 그 배운 것으로부터 나왔다.
  근일에 오래된 벌족가문에 독서하는 종자(種子)가 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니, ...
[임성삼의 주(註); 말씀이 너무 심한 듯 하나 그 시대의 인물을 보면 옳은 말씀인 듯도 하다.]
102. 성(性)
  성인이 본성을 아는 것은 산에 오르는 것과 같아서 걸음걸음에 밟는 실제가 있는 까닭에 한번 절정에 이르면 곧 한 산의 전체를 갖추게 된다.
  후인이 본성을 논하는 것은 하늘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아서 방자하게 땅에서 구만리나 떨어져 있다고 말하고 중간은 모른다. 이러면 허공에 매달려 억측하게 되는 것이다.
104. 언(言), 심(心)
말은 택하여 하지 않으면 안 되고,  言不可不擇
마음은 굳건하지 않으면 안 되며,   心不可不固
뜻은 높지 않으면 안 되고,           志不可不高
도량은 넓지 않으면 안 되며,        量不可不恢  넓을 회
일은 착실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고,  事不可不實
배움은 힘쓰지 않으면 안 된다.       學不可不力
[임성삼의 주(註); 한자로 이렇게 중요한 것을 이처럼 간단하게 표현한 것을 보지 못하였다. 항상 옆에 두고 보며 마음에 두기 바란다.]
105. 의리(義理)
  의리는 무궁하니, 선비는 의리에 대해 마땅히 안목(眼目)을 높이 두어야 하며, 제이등급으로 떨어뜨려서는 안된다.
[임성삼의 주(註); 이것은 일등, 이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상의 가치를 스스로 양보해서는 안된다.]
108. 긍정
  무릇 말하기를, 어떤 일이 어렵다는 것은 모두 하지 않기 때문이지 할 수 없어서가 아니다. 사람의 재주와 분수가 진실로 제한된 양은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마음이 가리키는 것은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것이고, 태만한 마음이 가리키는 것은 일이 실패하지 않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일을 기뻐하는 것은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 항상 쉽다고 느끼기 때문이고, 사람이 일을 싫어하는 것은 태만한 마음이 있어서 항상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109. 정조의 자부심
  내가 즉위한 지 20 년에 정치하는 법과 정치의 기획이 능히 요순 3대의 성함을 회복하지는 못했으나, ...
  평일의 학문이 큰 잘못에 이르지 않은 것은 단지 내가 하늘이 나에게 부여한 밝음뿐만 아니라 스스로 지키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한두 대신이 도와준 공력에 의뢰한 것 때문이다.
110. 옛 사람과 지금 사람의 차이
  고인(古人)은 일에 임하여 일이 자신보다 작기 때문에 쉽게 다스렸으나, 금인(今人)은 일에 임하여 일이 자신보다 크기 때문에 주관하지 못한다. ... 바둑에 비유하면 수법은 더욱 높아졌으나 바둑판 전체를 보는 능력은 작아졌다.
111. 군자와 소인의 차이
  사람들이 항상 말하기를, 비록 군자는 되지 못하겠지만 결코 소인은 되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생각하지 못함이 심하다. 아주 조금이라도 삼가지 못하면 천리(千里)의 큰 착오가 생기니 말을 이와 같이 쉽게 해서는 안된다.
117. 심학(心學)
  사람의 마음은 잠시라도 놓아 버려서는 안 되지만 또한 일방적으로 구속해서도 안된다. 조금 놓아 버리면 달아나 잃어버리는 근심이 있고, 구속하면 막혀 방해가 되는 폐단이 있다. 배우는 사람은 이를 세밀하게 살펴서 병용하여 공부하는 것이 마땅하다.
120. 대(大)의리(義理)
  비록 당당하고 큰 의리라 할지라도 조금이라도 계산하고 비교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는 이로움을 위하는 것일 따름이다.
121. 자신의 기준
  사람이 말을 하고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자신을 살펴보아야 할 뿐이니, 세상 사람들의 부질없는 의논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천하에 정해진 이치는 있으나 정해진 일은 없으니, 남을 걱정하다가 자기자신을 살피지 못하게 되면 마침내 줏대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조정에서 벼슬하는 선비는 더욱 깊이 경계할 일이다.
124. 군자와 소인의 분별
  군자와 소인을 분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니, 이는 모든 시대 임금들의 공통된 걱정이었다. 이전의 역사를 차례로 살펴보면 소인이 득세한 때는 많고 군자가 득세한 때는 적다.
  대개 소인은 임금이 원하는 것을 잘 맞춰 주며 나아가 취하는 것에 빠르고, 군자는 매번 암암리에 밀려나면서도 깨닫지 못한다. ... 임금이 마땅히 깊이 살피고 과감하게 반성해야 하는 곳이다.
128. 사습(士習; 선비의 풍습)의 혼란
  ...[스스로 선비라고 하는 사람들이] 그 실상은 불성실하고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는 무리가 아님이 없다. 가만히 앉아 독서함을 견뎌 내지 못하여 반드시 일이 없는 가운데서 일이 있기를 구하여 그러한 것이니, 사림(士林)의 수치됨을 이미 말할 수가 없으며 조정이 존엄하지 못한 것도 또한 여기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129. 사습(士習)의 타락
  선비가 단정히 앉아 독서하는 것을 졸렬한 계책이라 여기고,
재상이 학문과 나라일 하는 것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니,
내가 장차 어찌하겠는가?
[임성삼의 주(註); 학생이 모두 공부보다 여행을 좋아하고, 교수가 모두 연구보다 골프를 좋아하게 된다면 나라에 희망이 없을 것이다.]
130. 산림(山林)의 역할
  근래에 산림의 선비가 과거를 보지 않고 출사(出仕)도 마다하고 은거하여 도(道)를 구하는 것으로 고상한 일을 삼는 이가 많으니, 이는 성인이 널리 베풀어서 함께 선(善)해지고자 한 뜻과 같지 않은 바가 있다.
  그러나 그 맑은 이름과 아름다운 명망이 자연히 많은 선비들의 긍정적인 모범이 되었으며, 조정의 사람들도 또한 감히 몸을 검속하게되고 스스로 거취(去就)를 가볍게 하지 못하였으니, 믿고 스스로 권한 바가 있는 것이며 꺼리어 하지 않는 바가 있는 것이다.
  일찍이 이르기를, 산림에 한 현사(賢士)가 있는 것은 묘당(廟堂)에 한 어진 보필자를 얻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하였으니, 맹호(猛虎)가 산에 있으면 사람이 명아주와 콩을 캐내지 못한다는 말은 이것을 이른 것이다.
131. 산림의 공(功)
  효종은 큰 뜻을 떨쳐 발하여 다스리고 정치하는 법에서 한나라와 당나라의 비루한 유풍을 한번에 다 씻어 내었다. 더불어 계획을 경영하고 다스린 사람들은 모두 다 암혈(巖穴)지사(산림)들이었다.
  만약 인조반정 이후 훈공이 있는 여러 신하들에게 일을 맡겼다면 이와같이 광명정대(光明正大)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132. 정조의 자부심
  요, 순, 우, 탕임금, 문왕, 무왕, 주공, 공자의 성스러움은 내가 감히 바라지 못하지만, 요, 순, 우, 탕임금, 문왕, 무왕, 주공, 공자의 마음은 내가 감히 잃지 않았다.
134. 도리(道理)
  도리는 별반 알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밥을 먹고 잠을 자는 등의 때에 적당한 데 합하도록 구한다면 곧 이것이 도리이다.
139. 성(誠)
  성인이 말하기를, "사람이 꾸준함이 없으면 의사나 무당도 될 수 없다."고 하였다. 무른 꾸준함이란 것은 성(誠; 성실함)의 도(道)이며, 성(誠)이란 것은 마음을 주재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한번 성실치 않으면 곧 만사와 만물이 따라서 거짓되고 현혹된 데 떨어지게 된다.
140. 경박한 재주
  사람이 진실로 재주가 없을 수 없으나 다만 재주의 귀함만을 알고 그것을 넓히고 닦을 줄을 알지 못하면, 곧 그 재주가 적당하고 충족하다고 스스로 오해하니, 도리어 재주가 없어서 해될 것이 없는 것만 못하다.
  시험삼아 요즈음 사람들로 말해 보면, 부박(浮薄)한 것을 기뻐하고 방종한 것을 즐거워하며 경전(經典)을 배반하고 강상(綱常)을 범하는 지경에 흘러가게 되는 것은 모두 경박한 재주를 끼고 앉아 실학에 도달함이 없는 것이니 가히 경계하지 않겠는가.
147. 인주(人主); 왕
  왕의 직분은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구휼하는 있으며, 그 다음이 현자를 존숭하는 것이다.
149. 사습(士習)
  ... 지금 사대부의 풍기(風氣)는 실로 매우 한심하여 경의(經義)에 있어서는 구두를 분간하지 못하고,
문장에 있어서는 패관이나 탐독하며,
행동과 말에 있어서도 조금도 삼가 지키지 아니한다.
몸가짐이 방자하게 전도되어도 끝내 고칠 바를 알지 못하며, 입을 열면 말을 비루하게 하며, 안락함이 부끄러운지를 알지도 못하여 드디어는 고칠 수 없는 풍속을 이루었다.
[임성삼의 주(註); 요즈음 사람들에 대한 정조 대왕의 통렬한 꾸짖음으로 느껴진다.]
  이는 실로 지도하여 이끌어 줌이 그 방도를 잃은 데서 연유하니 나는 매우 부끄럽다. 종내 이를 고칠 수는 없을까? 먼저 너희들 근신(近臣)들이 서로서로 면려하여 이러한 풍습을 통렬히 혁파한다면 먼 곳의 사람들도 보고 느껴 반드시 몇 년 안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150. 정조의 처신 1
  내 성품이 본디 소활(疏闊; 트일 소, 트일 활)하여 나 자신에게는 전혀 뜻을 쓰지 아니하였다. 밥을 먹을 때에 한 가지에 젓가락이 가면 왕왕 그 밖에 다른 찬이 있음을 잊어버렸다. 그러나 백성과 국가에 관한 일에 있어서는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쏟아 일찍이 조금도 소홀함이 없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다.
[임성삼의 주(註); 왕을 20 년 이상 하고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151. 정조의 처신 2
  나는 본래 안에서 총애하는 자가 없다. 이것은 무릇 옛 철인에게도 부끄럽지 않다. 먼 조정 밖에서도 역시 알 것이다.
153. 정조의 성격
  내 성품이 잘 참는 성격이 못 되어 사람들의 아첨하고 굴종하는 태도를 보면 반드시 통박하여 배척하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서 원망을 많이 샀다. 등극한 이래 혹독하게 비방을 받아 소문을 감내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것도 이것 때문이다.
154. 소인
  소인은 위험한 일을 하여 요행을 구하지만 그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요행히 죽음을 면하는 것을 비록 다행이지만 도리어 크게 불행스러운 것이 있다.
157. 시속(時俗)
  바람이 서늘하여 가을을 재촉하는데 [사람들은] 헛되이 남을 젖히고 윗자리로 올라갈 생각만이 그치질 않는다. 의로움은 날로 무너지고, 이치는 날로 어두워지고, 도(道)는 날로 멀어지고, 학문은 날로 퇴색한다. ...
[임성삼의 주(註); 임금의 자리에서 보면 한심한 사람들이 더욱 잘 보일 것이다. 임금이 약간의 능력만 있다면.]
  매일 깊은 밤에 생각하는데 어느 밤인들 어찌 전율하도록 한심하지 않겠는가?
[임성삼의 주(註); 통치자의 괴로움일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월지국과 큰 사막을 정벌하지도 못하고 연연산 위에 돌을 잘라 공적비를 세우지도 못하면서, 진부하고 쓸모없는 담소만을 아울러 같이 하고, 점검하고 익히고 푸는 방법에는 뜻을 두지 않는다. 수십 년 전과 비교해서 보면 도리어 몇 층을 낙하했는가?
[임성삼의 주(註); 중국의 서쪽 끝을 말하는 것이다. 정조 대왕이 온 세계를 아우를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런 분이 평범한 신하들의 태도를 보고 한심하게 느낀 것은 당연하다.]
158. 신하의 진퇴(進退)
  옛날에는 지위가 비록 경상(卿相)에 이르더라도 관직이 없으면 시골로 돌아가고, 벼슬하는 사람들도 역시 모두 산 언덕과 교외에 흩어져 거처했다. 근래에는 시골에 거처하는 재상이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고, 살 집을 구할 때 반드시 조정에 가까운 곳을 구하니, 이것이 어찌 상소하는 정성이 옛사람보다 진실로 현명해서이겠는가? 다만 예, 의, 염, 치, 사유(四維)가 날로 무너져서 그런 것이다.
166. 정조의 공부
  나는 경전을 강론(講論)하는 것을 그만두려고 해도 그럴 수 없으니 깊은 버릇이 되어 고심한다. 매번 일처리에 한가한 틈이 생기면 신료들을 불러들여 시서(詩書)에 대해 말하고 의리(義理)에 대해 토론하여 확정하여도 부족하면 반드시 그때그때 기록하였으니, 어진 사대부와 더불어 날마다 열심히 공부하는 것을 즐겼다.
  접견시에는 대화가 모두 경전에 관한 것이었고, 접견하지 못할 때에도 역시 반드시 논란(論難)을 편지로 주고 받았으니, 겨를이 있으면 반드시 하였고, 이미 시작하면 그치지 않았다. 이루어진 것이 쌓여 몇 권이 되었는데 그것은 한편으로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하고 한편으로는 몽매함을 깨우치고  어리석음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다.
  [검교 직각으로 있는 신하 김근순에게] "너도 공부에 뜻이 있지 않은가? 내 비록 공부는 못했으나 네 스승이 되기에는 넉넉하다고 생각한다. 너는 물러가서 경서(經書) 어떤 책이든지 의심나는 부분에 대해 질문하라."
[신하는 물러나와 맹자를 읽고 의심스러운 부분에 대해 종이 한 장에 써서 올리면 곧 바로 답이 내려와 맹자 일곱 편을 모두 마쳤다. 이 내용을 책으로 만들었다.]
[임성삼의 이야기;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신 한 왕의 말씀을 읽었다. 즐거움과 행복이 삶의 목적이 아니라, 왕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의(義)와 나라의 강함이 목적이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