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장자(莊子)의 남화경[내편內篇]

장자는 통쾌한 책이다. 이 더운 여름에 읽기에 알맞은 책이다. 공간적으로 무한하며,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이론에 얽매이지 않고, 재물을 생각하지 않았던 대 자유인(自由人)이 여기 있다.

중국의 대부분의 왕조가 겉으로는 유교(儒敎)를 국가유지의 근본으로 삼았으나, 내부적으로 도교(道敎)를 숭상한 적이 많았다. 백성들은 거의 모든 시대에 도교에 기울었던 것 같다. 도교는 유교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돌파구의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이 소개에서는 가능한 한 우화를 중심으로 모았다. 내용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신앙의 경지여서 쉽게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6 번째로 소개한 사마천의 사기열전에 다음과 같은 장자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사마천의 이야기이니 다시 반복해 적는다.

"장자[莊子 BC365?∼BC290?]의 이름은 주(周)이다.
그의 학문은 넓어서 엿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 요점은 노자의 말에서 시작하여 노자의 말에 귀결(歸結)한다. 그러므로 그의 저서 10여만 언은 대체로 거의가 우화(寓話)이다.
[임성삼의 주(註); 참고로 4서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을 다 합한 것이 56612 자이니 장자의 남화경은 4 서를 다 합한 것의 두 배 정도이다. 참고로 5 경은 183623 자이다. 시경, 서경, 역경은 길지 않으나, 춘추와 예기가 매우 길다.]
당세의 노성(老成)한 학자라도 장자의 논리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지 못하였다.
그의 말은 넓고 심원한데다 제멋대로 자적(自適)하였으므로 왕공, 대인으로부터는 훌륭한 인재로 인정받지 못하였다.
[임주(任註); 장자는 시원하고 통쾌한 책이다. 10만 자가 넘어 분량이 많기는 하나(이 사기 전체는 52만 6천 5백 자) 상당히 재미있다. 통상적인 개념을 뛰어 넘는 생각이 대단히 많다. 남과 말을 하여 이기기를 원하는 사람은 장자를 읽으면 효과를 볼 것이다. 그러나 장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논어를 좋아하는 사람과의 역사적인 대결에서는 항상 패배하였다. 말싸움에서 이긴다는 것이 실제 에서의 승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좋은 예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소개하지 못할 것이다. 여러분의 경우 주역을 읽어 이해하는 정도보다는 훨씬 손쉽게 장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전에 소개하였던 내용이다.

장자는 꾸밈을 싫어한다고 계속 주장하였다. 그러나 유교의 여러 책보다 말로 꾸미는 것이 훨씬 심하여 원문을 읽기가 매우 어렵다. 장자는 나의 한문 실력으로 읽기 어려운 책이다. 그러므로 여기 소개하는 모든 글은 세계 대상전집 27 권(역자; 신동호, 허세욱, 이화진)의 것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이 소개에서는 한자 원문을 모두 생략한다.

전체를 요약하다 보니 거의 50 쪽이었다. 장자에는 흔히 인용되는 부분이 많아 꼭 소개하고 싶은 것을 모으다 보니 양이 많아졌다. 한 번에 다 내보내면 읽기 어려울 것이므로 이번에는 내편과 외편 중, 내편(內篇)만을 소개한다. 그러므로 상당히 짧게 되었다. 이 내편에 장자 사상의 중요한 부분이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기상 천외한 비유는 외편에 많다. 언제인가 기회가 있으면 장자 외편을 소개할 것이다.

내편(內篇)

1. 소요유(逍遙遊; 거닐 소, 멀 요, 놀 유)

북극 바다에 한 마리 고기 있어 곤(鯤)이라 부르나니,
그 몸이 하도 커서 몇 천리나 될지 알 수 없었다.

어느날 한 마리 새로 탈바꿈하여 붕(鵬)이라 이름하니,
붕새는 더욱 커서 그 등짝만 해도 몇 천리나 되게 넓었다.

푸드렁 하늘을 날면, 그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장과도 같았다.

붕조는 바다가 뒤끓게 모진 바람이 일 때마다 남극 바다로 옮겼고,
무한히 넓은 남극 바다는 하늘의 못이라고 불렀다.

<제어>라는 책엔,
"붕조가 남극 바다로 옮길 때엔 날개가 너무 커서 처음엔 3천 리나 멀리 수면을 치면서 날다가, 거기서 일어나는 바람을 타고 9만 리 장천에 오른다."
[임성삼의 주(註); 내가 늘 강조하는 것 같이, 지구 한 바퀴가 4 만 km 즉 10 만리이다. 시간당 100 km의 속력으로 달리면 400 시간이면 일주가 가능하다. 16.7 일이다.]

봄날 언덕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하늘에 하느적거리는 먼지처럼 가득히 쌓여 있고, 모든 생물들은 서로 숨을 내뿜는다. 저 하늘을 짙푸름은 본래 빛깔일까? 아니 저렇게도 먼 것은 짙푸르게 보이는 것일까? 붕새가 하늘을 날 때 이 지상을 보면 역시 이렇게 푸르기만 할까?

[임성삼의 주(註); 최초의 우주비행사 가가린이 1961 년 우주에서 지구를 처음 보고 한 말이 "지구는 푸르다"였다.]

무릇 물이 낮으면 큰 배를 띄울 수 없다. 한 잔의 물을 옴푹 패인 뜰에 부었을 때, 겨자 한 개는 뜨지만 거기에 하나의 잔을 띄우면 땅에 걸리고 만다. 물은 낮고 배는 크기 때문이다.

바람의 체적이 작으면 커다란 새의 날개를 받칠 수 없다. 그 날개가 제 아무리 9만 리 장천에 올라도 그 날개 밑으로 바람이 있어야 한다. 붕조는 이 바람을 타고 하늘을 난다. 등을 저 아득한 하늘에 번득이며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이 남극을 찾아 훨훨 날아간 것이다.

말매미와 어린 비둘기가 붕조를 보고 비웃으며,
"나는 때로 재빨리 날아 느릅이나 박달나무 있는 데를 갈 수 있지만, 반드시 바람이 있어야 하진 않았고, 때로는 높은 나무에 이르지 못한 채 땅에 떨어지는 수도 있지만, 반드시 바다를 건너 9만 리 장천에 이르렀다가 남극에 갈 거야 없지 않은가?" 했다.

그 말매미나 어린 비둘기가 어찌 붕새의 뜻을 알겠는가?

어리석은 자는 슬기로운 자를 알지 못하고, 하루살이 목숨은 장수자(長壽者)를 알지 못하거늘 어이타 그런 도리를 알리가 있는가?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버섯은 한달의 섭리를 알지 못하고,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는 쓰르라미는 봄, 가을의 변화를 모르니, 이를 단명이라고 한다.

초나라 남쪽엔 명령(冥靈; 어두울 명, 신령 령)이란 나무가 있거늘, 5백 년을 살아도 그에게는 봄 한철, 가을 한철 지낸 것에 불과하다고 했고, 상고 때 대춘(大椿)이란 나무는 8 천년을 살아도 그에겐 봄 한철, 가을 한철 지낸 것에 불과하다 했다. 지금 세상에 몇 백년 살았다는 팽조를 들어 장수의 상징을 삼아, 사람마다 부러워한다니, 어찌 슬프다 하지 않겠는가?

......

다만 하나의 관직밖에 할 수 없는 재능을 가졌다거나, 다만 한 고을의 백성을 보호할 수 있는 선행밖에 하지 못하든가, 한 임금을 섬길 덕망밖에 없어서 겨우 한 나라 백성들만이 알아주거나, 이렇게 그들의 지위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스스로를 높이고 있음은 저 연못가의 작은 새와 다를 바가 없다.
[임성삼의 주(註); 여기까지를 10 번째 노자의 도덕경을 소개할 때 끝 부분에 소개하였다. 시 가운데 이런 웅대한 뜻을 가진 시가 드물다. 다시 처음부터 한 번 더 읽어보기를 권한다. 여기서 '붕정만리(鵬程萬里)'라는 숙어가 생겼다.]

그런데 '송영자'라는 사람은 여전히 이들을 비웃고 있다. 그는 온 세상 사람이 그를 칭찬하여도 스스로 더욱 분발하지 않고, 온 세상 사람들이 그를 헐뜯는다 해도 끄떡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는 자기와 세상과의 관계가 없음을 알고 모든 치욕과 영광을 잊어버릴 줄 아는 사람이니 이 세상에선 드물게 보는 사람이다.

그는 그렇게 세상의 말들에 급급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불혹(不惑)의 자세로 목눌(木訥; 순직하고 느리며 말이 적음)한 경지에 있다고는 못한다.
[임성삼의 주(註); 목눌한 경지를 공자님은 논어에서 "어짊에 가깝다"라고 하셨다.

剛毅木訥이 近仁이니라 (論.子路二七) 굳셀 강, 굳셀 의, 말더듬을 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강직하고, 의연[절조가 굳고 끄떡없음]하고, 질박하고, 어눌하면 인(仁)에 가깝다.]

열자(列子)는 바람을 타고 떠돌아다니니 아주 즐거울 듯하지만, 보름이 지나면 홀연히 집으로 돌아온다. 그렇게 신선 복을 지닌 사람도 몇몇에 불과하지만 열자는 겨우 발로 걸어 다니는 수고를 면했을 뿐이고, 끝까지 바람을 타지 않고는 어쩔 수 없는 인간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하늘을 나는 능력보다 정신적인 능력을 더 귀하게 여기는 것이 노장(老莊)사상이다. 하늘에 떠 있거나, 축지법(縮地法)을 하는 것은 모두 하급의 능력이다. 그것으로 우리의 마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노자나 장자는 이런 능력을 가지지 않았어도 열자보다 나은 사람으로 여겨진다.]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양보하려 했다. 요임금이 허유에게 말했다.
"해와 달이 밝게 비치는데 횃불을 또 밝히는 것은 빛을 내는데 헛수고가 아닐까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데 논밭에 물을 대는 것은 잘못된 노력이 아닙니까?
선생께서 천하를 다스리면 잘 다스려 질 것입니다. 내가 임금노릇을 하면서 스스로 내 부끄러움을 알고 있습니다. 부디 천하를 물려받아 주십시오."
허유의 대답은 이러했다.
"당신이 천하를 다스리니 천하는 이토록 태평합니다. 그런데 내가 당신을 대신하여 천하를 다스린다면 나는 그 이름을 꾀하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름이란 빈 것입니다. 그리고 실체 자신이 아닙니다. 실체가 주인이라면 이름은 손님같은 것입니다. 내가 그 손님 노릇을 해야 합니까?
뱁새가 나뭇가지에 보금자리를 친다 해도 겨우 한 가지에 불과하며, 두더지가 냇물을 마신다 해도 겨우 그 배를 채우면 그만입니다. 돌아가십시오. 나에게는 천하라는 그렇게 큰 것도 쓸모가 없습니다."
......
[임성삼의 주(註);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황제의 지위에 오르는 것 모두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임성삼의 주(註); 혜자는 장자와 논쟁을 벌이는 사람이다. 이 책에 자주 언급된다. 물론 이 책이 "장자"니까 혜자는 논쟁에서 항상 진다.]
"위왕은 나에게 큰 박씨를 주었습니다. 이것을 심어 따게 된 박은, 다섯 섬 들이가 되게 컸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물을 부었더니 박이 튼튼치 않아서인지 들면 모두 부서지기에, 이번엔 그것을 두 쪽으로 쪼개어 표주박을 만들었더니, 편편하고 얕아서인지 많은 물을 담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큰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소용이 없으므로 나는 그것을 깨뜨려 버렸습니다."

장자가 대답했다.
"당신은 정말 큰 것을 쓸 줄 모르는 군요. 옛날 송나라에 손이 트지 않게하는 약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있었소. 겨울에 물을 만져도 트지 않기에 대대손손 빨래를 직업으로 하였소.
마침 지나가던 나그네가 그 약방문을 듣고 백금으로 사자고 했더니, 일가들을 모아놓고 상의하기를,
'우리 집이 대를 물려 빨래를 하면서도 돈 몇 푼 벌던 것이 하루 사이에 백금을 벌게 되었으니 팔기로 하자.'
이래서 약방물이 팔렸답니다.
나그네는 약방문을 입수하자 오나라 왕을 찾아 그것을 드렸답니다. 그리고 그것을 수전(水戰)에 사용하자고 설득하였답니다. 아닌게 아니라 월나라의 침략이 있자 오왕은 그를 장군으로 임명하고, 겨울 빙판에 월나라 군대와 수전(水戰)을 벌여 월나라 군사를 대파(大破)하였습니다. 그는 많은 땅을 분봉받았다고 합니다.
손을 안 트게 함은 어느 쪽이나 같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은 그것으로 땅을 분봉받았고, 한 사람은 겨우 비단 빨래를 면하였으니, 이는 쓰는 방법이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대가 다섯 섬들이 박이 있다 하거늘, 왜 커다란 술통을 만들어 허리에 차고 강호에 띄워 유유히 놀아볼 생각은 않고, 오히려 조각난 바가지가 편편하고 낮아서 쓸모 없는 것을 걱정만 하고 있는 거요? 당신의 마음 쓰는 것이 답답하지 않습니까?"
[임성삼의 주(註); 혜자는 장자의 이론이 크고 쓸모 없다고 말한 것이고, 장자는 자기의 큰 도의 유유한 용도를 말한 것이다.]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우리집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남들은 가죽나무라고 합니다. 그 줄기엔 옹이가 많아 울퉁불퉁하여 먹줄을 대어 널빤지로 쓸 수 없고, 그 가지는 어찌나 구불퉁한지 곡척을 댄들 쓸모가 없단 말이오. 길가에 서 있어도 목수가 거들떠보지도 않더란 말이오. 마찬가지로 당신의 말이 크기는 해도 쓸모가 없기에 누구도 상대를 해주지 않는 것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당신은 삵괭이를 본 적이 있나요?
몸을 땅에 납작 붙이고 들쥐가 나오기를 살금살금 기다리다가 동서로 깡충깡충 뛰고 아래위를 겁 없이 덤비다가 필경은 덫에 치어 죽거나, 함정에 빠져 죽어 버리는 삵괭이를...
그런데 저 들소를 보아요. 그 놈은 하늘을 덮는 구름만큼 멍청하게도 크지만, 쥐 한 마리 잡을 능력도 없단 말이오.
지금 당신은 그 커다란 나무가 쓸모 없이 덩그라니 서 있는 것만을 걱정하지만, 끝없이 횅한 들판에, 그리고 아무도 지나지 않는 그 가장자리에 이 나무를 심고, 때로는 하염없이 그 곁을 거닐다가 차라리 그 곁에 누워 드르렁거리고 낮잠을 청해 볼 생각은 안하십니까?
쓸모가 없기에 그 나무에 도끼가 덤빌 염려도 없고, 누구도 해치려 들지 않는 겁니다. 쓸모없다는 것이 어찌 근심거리가 된단 말입니까?"
[임성삼의 주(註); 앞의 내용의 반복이다. 혜자는 자기 논리를 합리화시킬 수 있는 예 두 가지를 준비하였으나 성공하지 못하였다. 쓸모 없는 것의 유용성을 주장한 내용이다.]

2. 제물론(齊物論)
......
자연 그대로의 도를 따를 따름이지, 그 까닭을 알 수도 없는 것이 곧 도인 것이다.
노심초사(勞心焦思)하여 억지로 만물을 하나로 보려 해도, 만물(萬物)이 모두 하나라는 원리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것을 조삼(朝三)이라 한다.

무엇을 조삼(朝三)이라 하는가?
옛날 송나라 때 원숭이를 키우는 사람이 도토리를 먹이기를,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 하니 원숭이들이 성을 내며 덤볐다. 다시,
"그러면 아침에 네 개,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하니 원숭이들이 모두 좋아했다고 한다.
명분과 실제에 있어 별다를 바 없으나, 기쁘고 성냄이 달라지는 것은 역시 자기의 편견에 따르기 때문이다.
[임성삼의 주(註);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원전(原典)이다. 정치가들이 항상 사용하는 방법이다.]

예전에 나는 내가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 본 꿈을 꾼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우쭐대면서 훨훨 날아다니는 한 마리 나비였었다.
그리고 그냥 즐거울 뿐 별로 그것이 싫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것이 바로 장주(莊周; 장자)인 줄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소스라쳐 꿈이 깨자, 나는 여전히 형체가 있는 나인 줄도 알게 되었다.
도대체 장주가 나비된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주된 꿈을 꾼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장주와 나비는 분명히 별개의 것이다. 그러나 꿈속에선 누가 누군지 서로의 관계가 애매해진다.
이를 이른바 물화(物化)라고 하니, 즉 두 가지 사물이 하나로 됨을 말하는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이것이 유명한 장자의 "나비 꿈"이다. 서양에 까지 전파된, 가장 유명한 개념 중의 하나이다.]

3. 양생주(養生主)
양나라 혜왕의 주방장이 왕을 위해 소를 도살하였다. 그 손이 닿는 곳, 어깨를 미는 곳, 발로 밟는 곳, 무릎으로 누르는 곳, 그 동작동작이 움직일 때마다 삐걱삐걱 쓱쓱하며 뼈와 살이 떨어지는 소리와 칼질하는 소리가 범벅이 되어 들렸는데 그것이 모두 음악의 가락에 맞았다.
마치 최상의 춤과 같고, 좋은 음악을 연상하게 했다. 보고 있던 양혜왕이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
"대단하군! 손재주가 이 정도로 정련(精練)될 줄이야!"
주방장은 칼을 놓고 대답했다.
"제가 즐기는 것은 도락(道樂)입니다. 이미 손재주의 과정은 지나쳐 버렸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칼잡이가 되어 소를 가를 때만 해도 눈에 보이는 것은 소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삼 년이 지나자 소의 모습은 완전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저는 마음으로 소를 처리하는 것이지, 결코 눈으로 관찰하는 것은 아닙니다.

감각의 작용은 모두 정지되고 오직 내 마음의 경로만을 따라서 소의 자연적인 구조를 만지고 있는 겁니다.

칼을 골절이 연접한 골짜기에 대고, 거기를 쪼개는가 하면, 거기에 빈 골절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것이니, 말하자면 자연의 도리를 따라 칼질하는 것입니다. 제 칼날은 결코 가로 세로 얽혀진 힘줄을 다치지 않게 하거늘, 하물며 커다란 뼈를 아프게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능숙한 칼잡이도 1 년에 한 번은 칼을 바꿉니다. 그것은 살을 너무 많이 벤 까닭입니다. 어중간한 칼잡이는 한 달이면 한 번씩 칼을 바꿉니다. 그것은 칼로 살을 베는게 아니라 뼈를 베는 까닭입니다.
지금 제가 쓰는 칼은 벌써 19 년이나 써 오고 있으며, 이 칼로 가른 소만도 몇 천 마리는 될 것입니다. 그러나 칼날은 금방 숫돌에 갈아 온 듯 날카롭습니다.

그 까닭은 이렇습니다. 원래 뼈마디끼리 잇단 곳엔 빈틈이 있기 마련인데, 제가 쓴 칼날은 그 빈틈보다 엷습니다. 엷은 두께로, 넓은 간격을 휘두르면 아무리 해보아도 칼날은 칼날대로 보전되는 것입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나, 힘줄과 뼈가 엉켜진 곳을 만났을 때엔 저도 그것이 어려운 줄 알고, 한층 긴장하여 조심합니다. 제 눈빛을 한곳에 모으고 저의 손발도 서서히 움직이면서 칼질을 가볍게 뚫고 나가면, 와르르 소의 골육은 조용히 갈라져서 마치 흙덩이가 땅에 떨어지듯 우수수 흩어집니다.

그러고 나서야, 저는 칼을 집고 일어서서 사방을 휘둘러봅니다. 가슴에 일렁이는 만족감을 안은 채 저는 다시 칼을 손질하여 넣어 둡니다."
양혜왕은 몹시 감동했다.
"훌륭하다. 나는 칼잡이의 말을 듣고 드디어 양생(養生;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기를 꾀함)하는 법을 체득하였구나."
[임성삼의 주(註); 기술의 성취에 대해 서술한 글 중 가장 뛰어난 것이다. 우리도 자기 전문 분야에서 이런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까? 욕심없이 자기 일에 만족하는 사람만이 이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닐까?]

간펄에 사는 꿩은 먹이가 없어, 열 걸음이나 걸어 나가야 먹이를 쪼고, 백 걸음이나 나가야 한 모금의 물을 마시지만, 사람 손에 잡혀 울 속에 갇히는 것을 원하진 않는다. 울 안에선 먹이를 찾기에 힘들지 않아 기운은 좋을지 모르나, 결코 들판에서처럼 즐겁지 못한 까닭이다.
[임성삼의 주(註); 우리는 새장 속의 새가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인가, 혹은 앞에서 말한 기술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인가? 맛있는 먹이를 찾는 것이면 새 장 속의 새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고, 자기 능력에 만족감을 느끼기 위한 행동이면 도(道)와 즐거움[락(樂)]을 위한 행동이다.]

4. 인간세(人間世)
안합[顔闔; 얼굴 안, 문짝 합, 노나라의 현인(賢人)]이 위나라 영공의 태자 스승이 되자, 거백옥[위나라의 현명한 대부; 중요한 인물이다]에게 물었다. ....
"지금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천성이 매우 흉검합니다.
만일 그와 한데 어울려 나쁜 짓을 한다면, 나라가 위태로울 것이며, 그를 타일러 좋은 일을 하도록 한다면 도리어 내 몸이 위태롭습니다.
그의 지혜는 남의 과실을 꾸짖기엔 족하지만, 자기 과실을 찾아 낼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을 나는 어떻게 교화(敎化)해야 합니까?"

거백옥이 대답하였다.
"좋은 질문입니다. 당신이 먼저 조심하고 삼가 당신의 몸을 바르게 하십시오! 겉으로 가깝게 응대하고, 속으로 온순하게 대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에도 결점이 있습니다.

겉으로 친절히 대하면서도 굴복하지 말고, 속으로 온순히 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내지 말아야 합니다.
겉으로 친절히 하면서 상대에게 굴복해 버리면, 자기를 위태롭게 하여 결국은 무너져 버리고, 속으로 온순히 하면서 그것을 드러내 버리면, 자기의 명성을 올리는 결과가 되어 드디어는 상대의 미움을 받아 재앙으로 변하고 맙니다. ... 먼저 그의 뜻대로 놀게 하면서 점점 올바른 길로 끌어올리는 것이 옳습니다."

거백옥이 말을 이었다.
"당신은 사마귀를 본 적이 있소?
그 놈은 그 팔을 활짝 벌리고 커다란 수레바퀴에 곧잘 대들더군요. 그놈은 자기 힘으로는 도저히 당해 낼 수 없는 것은 모르고 오히려 제 재주가 꽤 있는 줄로 믿더군요.
이런 일은 조심하고 삼가야 합니다.
자기의 재주를 너무 믿어 남을 업신여긴다면, 이는 위험한 일입니다."
[임성삼의 주(註); 이것이 당랑거철(螳螂拒轍)의 원전(原典)이다. 여기의 거백옥은 공자보다 나이가 약간 많은 사람이다. 공자도 논어에서 거백옥을 칭찬하였다. 거백옥은 나이 60 살에 59 번이나 자기를 바꾸었다고 한다. 물론 반성하여 항상 올바른 방향으로...]

...... 장석이란 목수가 제에 갔다가, 곡원이란 고을에 다다랐다. 길가 토지신에게 제사지내는 곳(토지사)에 굴참나무가 있었는데 어찌나 큰지 몇 아름쯤 헤아렸고, 높이도 산만큼이나 높아 열 길이나 위로 비로소 가지가 뻗었으니, 그를 목재로 배를 만든다면 오히려 열 몇 척 크기도 만들 수 있었다.
그 나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그러나 목수 장석은 아랑곳 없이 그 나무를 지나쳐 버렸다.
동행하던 제자는 그 나무를 구경하다가 뒤늦게 장석을 쫓아와서 물었다.
"제가 도끼를 잡고 선생님께 목공을 배운 이래, 이렇게 좋은 목재는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렇게 못 본 체하고 가시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만두어라, 쓸데없는 소리. 그것은 쓸모 없는 나무다. 배를 만들면 가라 않을 것이요, 관을 만들면 쉬이 썩을 것이요, 기구를 만들면 금시 깨질 것이요, 문을 만들면 진이 흐를 것이요, 기둥을 만들면 좀에 먹힐 것이니, 아무 쓸모도 없는 나무다. 하기야 아무 쓸모 없는 까닭에 이만큼 오래 살게 된 거야."
장석이 집에 돌아오니, 토지사의 굴참나무가 꿈에 나타났다.
"너는 장차 나를 무엇에 비교하겠는가? 나를 쓸모 있는 나무에 비교할 셈인가? 저 아가위[산사나무의 열매, 맛이 시며 껍질이 단단함, 식용 또는 약용함], 배, 귤, 유자 등의 과일과 오이 등속이 익으면, 사람들이 그것을 따서 욕을 보인다. 그러니 큰 가지는 부러지고 작은 가지는 휘어지게 된다.
이들은 쓸모 있는 재료가 되었기에 오히려 자기 목숨에 괴롭힘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천부의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중도에서 요절하게 되었고, 스스로 세속의 타격을 불러들인 편이 된 것이다. 세상만사가 모두 이런 것이다.
내가 쓸모 없는 물건이 되려고 애써온 지는 벌써 오래된 일이다. 그러나 더러는 내가 쓸모 없는 줄을 모르고 덤비려는 사람 때문에 자칫하면 죽을 뻔했었다. 이제 모처럼 너 같은 사람을 만나 내가 쓸모 없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내가 대용(大用)의 존재가 된 것이다. 내가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었던들, 이렇게 크게 자라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너나 나는 다 같이 만물 중의 한 가지일 뿐인데 어째서 나만을 물건으로 보려 하는가. 더구나 거의 죽음에 가까운 너 따위 쓸모 없는 사람이 어찌 내가 쓸모 없는 나무인 줄을 알 수 있는가?"

장석이 꿈에서 깨자 그 제자에게 꿈 이야기를 하였다.
제자가 말했다.
"쓸모 없는 것을 원하면서, 하필이면 토지사를 지키는 굴참나무가 된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입을 다물어라!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저 나무는 다만 제단의 나무란 명목을 빌고 있을 뿐이다. ... 그가 자기 생명을 보전하는 방법은 범속한 나무와는 아주 다른 것이다. 그는 무용(無用)으로 보존한 것이다. 그런데 그 나무가 제단의 나무된 것을 영예로 생각한다고 상상한다면, 그것은 굴참나무의 본 뜻에서 아주 먼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노자와 장자의 무용(無用)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낸 이야기이다. 계속되는 이야기도 동일한 사상을 설명한 것이다.]

송나라에 형씨라는 마을이 있는데, 그곳은 가래, 측백, 뽕나무 등을 심기에 알맞았다.
한 웅큼쯤 되는 나무는 원숭이 말뚝감으로 베어 가고, 세 아름이나 네 아름쯤 되는 나무는 호사스런 저택의 대들보로 베어 가고, 일곱 여덟 아름쯤이나 큰 것은 귀인이나 부자 상인의 관목으로 베어 간다.
그러므로 이들은 천부의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중도에 도끼날에 요절되고 말았으니, 이는 쓸모 있기에 당한 환란인 것이다.

지리소란 사람이 있었다.
턱이 배꼽까지 내려온데다 어깨는 머리보다 위쪽으로 불쑥 내밀었고, 목 뒤쪽의 상투는 뾰족하여 하늘로 치켜 올렸는데, 오장은 머리 위에 붙어 있고, 허리는 두 넓적다리에 끼어 있는, 몰골이 사나운 꼽추였다.
그렇지만 바느질이나 빨래로 살림살이는 어렵지 않았고, 키질을 하면 열 식구도 살릴 수 있었다.
나라에서 징병할 때엔 팔을 휘두르면서 한가하게 노닐었고, 나라에서 부역을 명할 때는 면제받을 뿐 아니라, 나라에서 병자에게 구호미를 줄 때면 3 종의 쌀과 열 단의 나무를 받게 되었다.
이같이 외모가 불구인 자가 오히려 걱정 없이 그 몸을 보양하며 천명대로 살 수 있거늘, 하물며 지혜를 버리고 소박과 천진으로 돌아가면 더욱 도에 가까워질 것이다.
......

산의 나무는 더러는 도끼자루가 되어 스스로 나무를 자르고, 기름덩이는 더러 불길을 불러 스스로 몸을 태운다.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어서 베이고, 칠은 칠하는 데 쓰이므로 베인다.
사람은 모두 유용한 것의 사용처는 알면서도 무용한 것의 사용처는 모른다.

5. 덕충부(德充符)
......절름발이에 꼽추요 언청이인 '인기지리우진'[마지막 두 자는 음이 확실하지 않다]이 위나라 영공을 만났다. 영공이 그를 아주 좋아하게 되자, 오히려 보통 온전한 사람을 보면 그 목이 마르고 가늘게 보였다고 한다. ...
덕이 뛰어나면 형체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임성삼의 주(註); 이 경우는 별로 해롭지 않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나쁜 신하의 감칠맛 나는 아부에 왕이 익숙해지면, 보통의 올바른 사람의 말은 고리타분하게 들린다. 이 경우도 덕이 뛰어나 형체는 관심을 두지 않게 되는 것인가?
또 여러분도 쉽고 간단하며 재미있는 책에만 물들면, 내가 소개하는 책들은 '마르고 가늘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6. 대종사(大宗師)
자연이 하는 일을 알고 사람이 하는 일을 아는 자는 사람으로써 통달했다고 할 수 있다.
천도(天道)를 알아 자연을 순응하여 살 줄 알고, 인도(人道)를 알아 그 지혜가 미치는 양생의 도리로 지혜가 미치지 못하는 수명을 보양하면서 하늘이 부여한 수명을 다하고 중도에 요절하지 않는다면, 이는 지혜의 극치라 할 수 있다.

옛적의 진인은 잘 때에는 꿈을 꾸지 않았고, 깨었을 때엔 근심이 없었고, 먹을 때엔 달디단 맛을 탐내지 않았고, 호흡은 깊고 가라앉아 있었다.
무릇 진인의 호흡은 발뒤꿈치에 이르도록 깊이 쉬었고, 범인의 호흡은 기껏 목구멍에 들락거릴 뿐이다.
[임성삼의 주(註); 이것이 그 뒤 2500 년간 소위 도사(道士)라는 사람들이 호흡으로 도에 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이다. 다음에는 이런 언급이 거의 없다.]

옛적의 진인은 삶을 기뻐할 줄도, 죽음을 싫어할 줄도 몰랐다. 따라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기쁘게 여기지도 않았거니와, 죽는 것도 거절하지 않았다. 그저 하염없이 왔다가 하염없이 가는 돌아갈 뿐이다.
[임성삼의 주(註); 현재 도가(道家)의 불로 장생이 이런 말로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는 불로 장생의 개념이 없다. 그저 무위자연(無爲自然) 뿐.
이로부터 100 년도 지나지 않아 장자의 제자들은 도교를 믿으면 불로장생(不老長生)을 할 수 있다고 말하기 시작한다.]

더구나 자기 생명이 온 근원(根源)을 잊지도 않았고, 생명이 돌아가는 곳을 캐묻지도 않은 채, 얻어진 생명을 있는 대로 즐겼고, 죽음의 공포를 잊은 채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 그것은 죽음이 또 하나의 생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음의 기틀로 자연의 대도(大道)를 배반하지 않고, 인위(人爲)로 하늘을 이기려 하지 않는다 함이니, 이런 사람을 진인(眞人)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그런 사람의 마음속엔 걱정이 없는 채 편안하고, 따라서 그 모습도 고요하여 이마는 넓고 단정하다. 가을처럼 엄숙한가하면 봄날처럼 따스하여, 그 희노애락(喜怒哀樂)의 정은 춘하추동이 운행하는 것처럼 자연스레 옮기고, 외부의 사물에 부딪칠 때면 그 조화를 갖게 되어 범인들은 그 극치(極致)를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
특별히 어느 사람을 편애하려 하는 것은 인자(仁者)가 아니다.
억지로 기회를 노리는 것은 현인이 아니며,
이해(利害)를 한 가지로 달관할 수 없는 사람은 군자가 아니고,
명성을 좇다가 자기의 본성을 떨구는 사람은 선비가 아니다.

옛날의 진인(眞人)은
그 행적이 사물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결코 붕당을 만들지 않고,
못난 듯 모자라는 듯하지만 결코 남을 추어올리지 않고,
그 인격이 고고한 듯하지만 결코 고집하지는 않고,
그 마음이 넓고 공허하지만 결코 부화하지 않았고,
어떤 일에도 잘 적응하여 즐거운 듯하지만 부득이한 형세를 따르고 있을 뿐이다.
부드러운 낯빛은 수면 위에 비치는 광채처럼 풍부하나 끝내는 아무런 변화없이 자기의 덕에 머무를 뿐이며, 그 덕은 넓고 또 무한히 큰데다가 높고, 멀리 세표를 벗어나 금제(禁制)할 수 없는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노장(老莊) 사상을 가진 사람의 풍모를 그리고 있다. 마음이 시원해지지 않는가?]

[훌륭한 임금인] 요 임금을 칭찬하고 [폭군인] 걸을 비난하기보다는 차라리 잘잘못을 잊은 채 선악과 사생(死生)을 버리고 도(道)와 하나가 된 것만 못하다.
[임성삼의 주(註); 이 개념이 공자의 유교와 다르다. 특히 유교의 맹자는 나쁜 사람을 비난하고, 좋은 사람을 칭찬하는 일을 많이 하였다.]

무릇 자연은 나에게 형태를 갖춰 주었고, 나에게 일하게, 늙으면 편안하게 죽음으로써 편안히 쉬게, 모든 것을 안배해 주었다. 그러므로 내 생(生)을 좋은 것이라 여긴다면, 내 죽음도 좋은 것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
형체는 변해도 도는 불변한 채 영원한 것이다. 때문에 성인(聖人)은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으면서 영원히 존재하는 경지에 기탁하여 노는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요절은 요절대로, 늙음은 늙음대로, 인생의 처음과 끝은 처음과 끝대로, 아무 개의함이 없이 수명의 장단, 사생의 변화에 순응한다.
[임성삼의 주(註); 이런 장자의 개념을 이어받았다는 도사(道士)들이 백 년 정도 후에는 진시황을 설득시켜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겠다고 많은 돈을 타내어 배를 타고 도망친다. 어처구니없는 사실이다.

유교의 경전인 예기(禮記)에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멀리 출타하였을 때 공자 아버지의 묘가 폭우에 파손되었다. 제자들은 곧 보수하였다. 공자가 돌아와 이 소식을 듣고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고 한탄하였다. 공자와 공자 이전의 예절에 의하면 묘는 일단 조성해 놓으면 서서히 망가지면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손대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후 공자의 학설을 이어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묘를 잘 유지하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창시자와 이어받은 사람이 반대 행동을 한 좋은 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돈 있는 사람들이 요즈음처럼 호화분묘처럼 꾸미는 풍습은 역사상 없었다.]
......

살려는 생각을 버린다고 해서 반드시 죽는 것은 아니며, 살려는 마음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사는 것은 아니다.

도는 모든 사물에 대하여 그 운행을 지배하고 있으니,
보내지 않아도 보내지고,
마중하지 않아도 오게 되고,
궤멸하지 않아도 궤멸되고,
이루지 않아도 이루어지는 것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도에 맡겨진 것이다.
......

어느날 안회가 공자에게 말했다.
"제게 진보가 있었습니다."
공자가 물었다.
"무엇이?"
"저는 인의(仁義)를 잊을 수 있습니다."
"괜찮지. 그러나 아직 모자랄 텐데."
다른 날,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다.
"제게 진보가 있었습니다."
"무엇을?"
"저는 예악(禮樂)을 잊을 수 있습니다."
"괜찮지. 그런데 아직 모자랄 텐데."
뒷날, 다시 공자를 뵙고 말했다.
"제게 진보가 있습니다."
"무엇을?"
"저는 좌망(坐忘)을 할 수 있습니다."
"좌망이라니?"
"형체의 존재를 버리고, 총명의 작용을 물리치고, 형체와 지혜를 내던지고 대도(大道)와 하나가 되는 것을 좌망이라고 합니다."
공자가 말했다.
"도와 하나가 되면 사심(私心)이 없어지고, 도의 변화에 순응하면 고정되어 머물러 있는 것이 없어진다. 자네야말로 어진 사람이군. 나도 자네의 가르침을 받아야 하겠네."
[임성삼의 주(註); 장자는 공자의 이야기를 많이 인용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유교의 경전에는 없는 것이다. 그 당시 공자가 유명하였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인정하는 자료이다.
어떤 학자들은 유교가 힘을 가지게 된 것은 후일 한 나라 초기이고 전국시대에는 제자백가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고 하나 공자와 대립되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 장자가 많이 인용한 것을 보면 유교가 상당히 중요한 학파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장자와 맹자가 같은 시대에 활동하였으면서도 서로 단 한번도 언급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신기한 일이다.

여기서는 자기의 반대 학파인 공자와 그의 수제자 안회의 대화를 사용하여 공자가 강조하는 인의(仁義)와 예악(禮樂)보다 더 높은 가치가 노자의 무위(無爲)라는 것을 독자에게 납득시키려 한다. 사실 좋은 논법(論法)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7. 응제(應帝)
설결은 왕예에게 질문을 네 번이나 했으나, 네 번 다 모른다고 했다.
설결은 왕예가 모른다는 것이 이미 지혜를 잊은 경지에 든 줄 알고 뛸 정도로 기뻐했다.
[임성삼의 주(註); 도교(道敎)에서 가장 높은 경지는 지혜를 잊은 경지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혜를 모르는 경지는 도교(道敎)에서도 우둔일 뿐이다.]

...... 열자(列子)는 집에 돌아와 삼 년이나 두문불출하였다. 열자는 아내 대신 밥도 짓고, 돼지를 먹이는 데도 사람 먹이듯이 대하여 귀천(貴賤) 의식을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세상일을 접하는데 친소(親疎)의 감정을 버렸고, 부화(浮華)한 가식(假飾)에서 소박한 진리를 되찾아, 멍청히 홀로 고목 같은 자세로 살았고, 혼돈(混沌)한 세속 속에서도 도를 지키면서 혼자 들리지 않는 자세로 한 생애를 마쳤다.
[임성삼의 주(註); 노자, 장자, 열자는 도가 계열의 가장 중요한 세 사람이다. 장자가 바라는 궁극의 목표를 이룬 사람중에 열자가 있다.]

명예의 주인공이 되지 말고, 모략의 곳집이 되지 말고, 작위로 일을 맡지 말고, 지혜로 사물을 주재(主宰)하지 말라!

무궁한 대도의 진리를 체득하여 흔적 없는 세계에서 노닐면서, 천부의 본성을 보전하고 무엇을 더 얻으려 하지 말지며, 마음을 공허하게 하라!

지인(至人)의 마음가짐은 거울과 같아 사물을 비추면서, 그 사물이 제대로 오고 가게 할 뿐, 거울은 결코 맞거나 전송하지 않거니와, 그 사물이 거울에 비치었을 때, 제대로 나타났다가 사라질 뿐, 거울은 결코 감추거나 숨겨 두지 않는다.
그러기에 만물에 대응하면서도 심신을 괴롭히지 않아 결코 만물에 자기를 다치는 일이 없다.

남해의 임금을 숙( ; 빠를 숙), 북해의 임금을 홀(忽; 소홀히 할 홀), 중앙의 임금을 혼돈(混沌)이라고 한다.
숙고 홀이 혼돈의 땅을 찾았다. 혼돈은 이들을 잘 대접했다. 숙과 홀이 혼돈의 은혜를 보답하고자 상의했다.
"사람은 일곱 개의 구멍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쉰다. 그런데 혼돈만이 구멍이 없으니, 혼돈에게 그 구멍이나 뚫어주자."
둘이서 날마다 구멍 하나씩을 뚫었던 바 이레 째 되는 날 혼돈은 그만 죽어버렸다.

[임성삼의 주(註); 유명한 이야기이다. 잘 생각해 보자. - 여러분들의 사고(思考) 방식(方式)에 구멍 하나가 더 뚫리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을까? 외국에 유학하여 새로운 사회를 보면 더욱 현명해질까?]

[임성삼의 이야기; 이상이 장자의 내편(內篇)이다. 외편보다 뜻이 깊고, 실제 장자가 저술한 부분이 많다고 전해온다. 실제로는 어려운 부분이 없고, 매우 단순 명쾌한 이야기들이다. 모두 선인(先人)들이 귀중하게 여겨 자주 말하던 것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