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 목요일

      국가가 헌법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듯, 개개인도 자신의 규범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베토벤>

 광막(廣漠)한 들길로 혼자서 어슬렁어슬렁 걸어가며, 논두렁 밭두렁에 가득히 피어 있는 들국화들을 보았다. 흰 놈, 붉은 놈, 송이마다 아름답기도 하다. 나는 이 들국화를 좋아한다. 그 고운 빛보다도 담아(淡雅)한 그 빛을, 다른 데 핀 것보다도 누런 벌판에 핀 것을 좋아한다. 

<낙화암 찾는 길에, 이병기>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子曰: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是.

재왈: 시오어인야, 청기언이신기행; 금오어인야, 청기언이관기행. 어여여개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과거 사람들을 대할 때, 그 말을 듣고 그들이 그대로 행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 나는 사람들을 대할 때 그 말을 들은 후 그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게 되었다. 재여와 함께 있으면서 이것을 고쳤다.”

[임성삼의 생각; 정직하지 못한 제자로 인해서 새로운 태도를 배우셨다.]

 10월 30일 수요일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만들고, 담론은 재치있는 사람을 만들고,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 F. 베이컨>

 <산정 무한, 정비석, 1911- >

이튿날 아침, 고단한 마련 해선 일찌감치 눈이 떠진 것은 몸에 지닌 기쁨이 하도 컸던 탓이었을까. 안타깝게도 간밤에 볼 수 없던 영봉(靈峰)들을 대면하려고 새댁같이 수줍은 생각으로 밖에 나섰으나,

계곡은 여태 짙은 안개 속에서, 준봉(峻峰)은 상기 깊은 구름 속에서 용이하게 자태(姿態)를 엿보일성싶지 않았고, 다만 가까운 데의 전나무, 잣나무들만이 대장부의 기세로 활개를 쭉쭉 뻗고,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는 것이 눈에 뜨일 뿐이었다.

모두 근심 없이 자란 나무들이었다.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하늘을 향하여 밋밋하게 자란 나무들이었다. 꼬질꼬질 뒤틀어지고 외틀어지고 야산(野山) 나무밖에 보지 못한 눈에는, 귀공자(貴公子)와 같이 기품(氣稟)이 있어 보이는 나무들이었다.

조반 후 단장(短杖) 짚고 험난한 전정(前程)을 웃음경 삼아 탐승(探勝)의 길에 올랐을 때에는, 어느덧 구름과 안개가 개어져 원근(遠近) 산악이 열병식 하듯 점잖이들 버티고 서 있는데, 첫눈에 비치는 만산(萬山)의 색소는 홍(紅)! 이른바 단풍(丹楓)이란 저런 것인가 보다 하였다.

만학천봉(萬壑千峰, 골짜기 학)이 한바탕 흐드러지게 웃는 듯, 산색(山色)은 붉을 대로 붉었다. 자세히 보니, 홍(紅)만도 아니었다. 청(靑)이 있고, 녹(綠)이 있고, 황(黃)이 있고, 등(橙; 오렌지색)이 있고, 이를테면 산 전체가 무지개와 같이 복잡한 색소로 구성되었으면서, 얼른 보기에 주홍(朱紅)만으로 보이는 것은 스펙트럼의 조화(造化)던가?

복잡한 것은 색(色)만이 아니었다. 산의 용모는 더욱 다기(多岐)하다. 혹은 깎은 듯이 준초(峻峭, 높을 준, 가파를 초)하고, 혹은 그린 듯이 험상궂고, 혹은 틀에 박은 듯이 단정하고...., 용모, 풍취(風趣)가 형형색색인 품이 이미 범속이 아니다. 산의 품평회를 연다며는 여기서 더 호화로울 수 있을까? 문자 그대로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

장안사 맞은편 산에 울울창창(鬱鬱蒼蒼, 막힐 울, 푸를 창) 우거진 것은 다 잣나무 뿐인데, 모두 이등변 삼각형으로 가지를 늘어 뜨리고 섰는 품이,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흡사(恰似)히 괴어 놓은 차례탑(茶禮塔) 같다. 부처님은 예불상 만으로는 미흡(未洽, 윤택하게 할 흡)하여 이렇게 자연의 진수성찬(珍羞盛饌)을 베풀어 놓으신 것일까? 얼른 듣기에 부처님이 무엇을 탐낸다는 것이 천만(千萬)부당(不當)한 말 같지만, 탐내는 그것이 물욕 저편의 존재인 자연이고 보면, 자연을 맘껏 탐낸다는 것이 이미 불심이 아니고 무엇이랴. 

[임성삼; 가을의 금강산을 그린 글입니다.]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宰予晝寢. 子曰: 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오也, 於予與何誅.

재여주침. 재왈: 후목불가조야, 분토지장불가오야, 어여여하주.

재여가 낮잠을 잤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고, 나쁜 흙으로 만든 담장은 곱게 바를 수 없다. 재여는 도대체 꾸짖을 방법을 모르겠다.”

[임성삼의 주; 불타도 제자가 낮잠자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뛰어난 분의 공통점이다.]

 10월 29일 화요일

     너의 집 창문이 유리이거든 이웃집에 돌을 던지지 말라. 《B.프랭클린》

 백운봉에 올라서

                                          이성계

담쟁이 덩굴 잡고 푸른 봉우리에 오르니

암자 하나 높다랗게 백운(白雲) 속에 누워 있네.

눈 안에 드는 땅이 모두 내 것이라면                若將眼界爲吾土

중국의 강남 땅도 어찌 내 것 안되랴.               楚越江南豈不容

백운봉; 삼각산(북한산) 백운대

이성계; 1335-1408(태종 8)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子謂子貢曰: 女與回也孰愈? 자위자공왈: 여여회야숙유? 나을 유

선생님께서 자공에게 말씀하셨다. “너와 안회를 비교하면 누가 더 나을 것 같으냐?”

對曰: 賜也何敢望回. 回也聞一以知十, 賜也聞一以知二.

대왈: 사야하감망회. 회야문일이지십, 사야문일이지이.

자공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감히 안회와 같기를 바라겠습니까?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데, 저는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알 뿐입니다.”

子曰: 弗如也! 吾與女弗如也. 재왈: 불여야! 오여여불여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못할 것이다. 나와 너는 안회보다 못하다.”

[임성삼의 말; 제자의 뛰어남을 공자님 본인과 비교하여 스스로가 못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0월 28일 월요일

     조금을 알기 위해서 많이 공부해야 한다. <몽테스키외>

 동해

                        유정

넓기는 끝이 없고, 깊기는 바닥이 없어라

구만 리 붕새라도 다 날아갈 수 없어라

백 척 두레박으로 길어보아도 헤아릴 수 없어라

맑게 하려 해도 맑게 할 수 없고

흔들어도 흐려지지 않는다

칠 년 가뭄에도 줄지 않고

구 년 홍수에도 늘지 않는다

줄지도 늘지도 않으니 군자의 도량이로다

<사명대사 유정 시집, 경희대학교 인문학 연구소, 1999>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赤也何如? 적야하여?

子曰: 赤也, 束帶立於朝, 可使與賓客言也, 不知其仁也.

재왈: 적야, 속대립어조, 가사여빈객언야, 부지기인야.    

“적(자화)은 어떻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적(자화)은 띠를 띠고 조정에 서서 외국 사신을 접대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10월 25일 금요일

     사람은 항시 모든 것을 말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야말로 어리석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말해야만 하는 것은 마음 깊숙이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몽테뉴>

 내산(內山)에 들어가려다 비를 만나고

                                             이이(1568, 32 세)

벼슬 내놓고 돌아오니 모든 일이 홀가분해

오대산 기이한 모습에 가장 마음 끌리네

산신령 뿌린 비가 나그네 싫어선 아니겠지       山靈灑雨非嫌客 

숲속 샘물 보태어 더욱 맑게 하려 했겠지         添却林泉分外淸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求也何如? 구야하여?

子曰: 求也, 千室之邑, 百乘之家, 可使爲之宰也, 不知其仁也.

재왈: 구야, 천실지읍, 백승지가, 가사위지재야, 부지기인야.

“구(염유)는 어떻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염유)는 큰 읍이나 경대부의 집에서 일을 맡아 할 수는 있으나 어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10월 24일 목요일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는 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 《피타고라스》

많아서 보기 흉하지 않은 것은, 책장 속의 책과 쓰레기통의 쓰레기 정도.<도연초, 전길겸호(요시다 켕코오) 지음, 송숙경 역, 을유문고 182, 1975 년 초판, 1996 년 7 쇄>

[임성삼; 일본사람들의 깨끗함이 잘 표현되었습니다.]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孟武伯問: 子路仁乎? 子曰: 不知也. 맹무백문: 자로인호? 재왈: 부지야.   

맹무백이 물었다. “자로는 어진 사람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알지 못하겠습니다.”

又問. 子曰: 由也, 千乘之國, 可使治其賦也, 不知其仁也.

우문. 재왈: 유야, 천승지국, 가사치기부야, 부지기인야.

다시 물으니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로는 마차 천승을 가진 나라에서 군사를 담당할 수 있으나, 어진 사람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임성삼; 큰 나라의 군사를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어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10월 23일 수요일

     이 지구 위에는 아직도 큰 사업을 일으킬 만한 여지가 많이 있다. 나에게는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 전부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스스로의 지배력이지 명예가 아니다. 《J.W.괴테》

들 풀

                          류시화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고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

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무소유한 영혼으로 남으라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재왈: 도불행, 승부부우해. 종아자기유여. 자로문지희. 재왈: 유야호용과아, 무소취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고 싶다. 아마 나를 따를 사람은 유(자로)일 것이다.”

[임성삼; 공자님께서 아무리 힘을 들여 노력을 해도 정치에 받아주는 나라가 없으니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우리 선조들께서는 뗏목을 타고 바다로 나가는 것을 우리 나라로 오시겠다는 말씀으로 해석하셨습니다.]

자로가 듣고 즐거워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유가 용맹을 좋아하는 것은 나보다 낫다. 모든 일에 다 참여하려 한다.”

 10월 22일 화요일

 네 구하는 것이 모략과 재주냐？ 창생을 건질 길이 모략과 재주에 있는 줄 아느냐？ 빨리 나는 재주는 새만한 이 없고, 빨리 뛰는 재주는 이리와 범만한 이 없고, 눈에 아니 보이고 자취 있기는 바람만한 이 없고, 변화난측하기는 구름만한 이 없고, 천 길 물 속으로 만 리의 바다를 가기는 고기만한 이 없거늘, 사람이 무슨 재주를 배우려는고. 재주로 창생이 건지어지고, 모략으로 나라가 편안할진대, 무슨 근심이 있으랴. 나라와 창생을 건지는 것은 모략도 재주도 아니요, 네 마음이니라……의와 어짊이니라. 《이광수 李光洙/마의태자 麻衣太子》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子使漆雕開仕. 對曰: 吾斯之未能信. 子說.

자사칠조개사. 대왈: 오사지미능신. 자열.

선생님께서 칠조개에게 벼슬을 하라고 하셨다.

칠조개가 대답하였다. “저는 아직 자신이 없습니다.”

(이 말을 들으시고) 선생님께서 기뻐하셨다.

  10월 21일 월요일

      마지막으로 그러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용기입니다――그것은 도덕적인 용기, 확신을 갖는 용기, 꿰뚫어보는 용기입니다. (＊그의 84회이자 마지막 생일날에 있었던 발표문 중에서) 《D.맥아더》

 유명 스님이 매우 귀찮게 시를 지어 달라고 하여 붓 가는 대고 써서 주다

                                        이이(1569, 33 세)

참선하는 모습이 학처럼 청수하고

다니는 발길은 구름처럼 자취 없어라

어쩌면 저토록 담박한 스님이

시 지어 달라는 버릇을 가졌을까.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或曰: 雍也仁而不녕  혹왈: 옹야인이불녕

어떤 사람이 말했다. "옹(중궁)은 어질기는 하지만 말 재주가 없다."   

[임; 다음 장은 공자님의 “옹은 왕이 될 자격이 있다”는 칭찬의 말로 시작한다.]

子曰: 焉用녕 禦人以口給, 屢憎於人. 不知其仁, 焉用녕?

재왈: 언용녕 어인이구급, 누증어인. 불지기인, 언용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말재주를 무엇에 쓸 것인가? 사람을 대할 때 말로만 대하면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게 된다. 그 사람이 어진지는 잘 모르겠으나 말 재주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10월 18일 금요일

     참된 용기란 것은 극단적인 비겁함과 만용의 중간에 있다. 《M.세르반테스/돈 키호테》

 세상에 아름다운 것은 많으나 식물의 인식을 떠나 홀로 초연히 빛나는 것은 드물다. 하늘과 바다가 한층 아름다운 것은 푸른 수목의 풍경을 상대로 가질 때요, 달과 별은 수풀을 비출 때 풍성한 생각이 나고, 강물은 버드나무 선 연안을 흐를 때 갑절 윤택 있는 것이다. 《이효석 李孝石/화춘의장 花春意匠》

   오늘의 논어(論語)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子貢問曰: 賜也何如? 子曰: 女器也. 曰: 何器也? 曰: 瑚璉也.

자공문왈: 사야하여? 재왈: 여기야. 왈: 하기야? 왈: 호련야.

(이 말을 듣고) 자공이 물었다. “저는 어떻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그릇이다.”

[임성삼; 군자가 아니라, 어느 한 가지 일에 사용되는 기능적인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어떤 그릇입니까?”

[임성삼; 이미 낮은 등급으로 판정을 받은 것이 억울하여 다시 물은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대답하셨다. “(종묘의 제사에서 사용하는 귀중한 그릇인) 호련이다.”

[임성삼; 그릇 중에서는 가장 값 있는 것으로 말씀하셔서, 자공을 추어주셨습니다.]

 10월 17일 목요일

    용기는 극복함으로써 증대하고, 공포는 주저함으로써 깊어진다. 《푸블릴리우스 시루스/격언집 格言集》

     천 길[千洙]을 나는 봉(鳳)은 가시나무에 깃들이지 않으며, 구연(九淵)의 용은 얕은 물에 놀지 않나니, 봉이 가시나무에 깃들이면 매미나 비둘기가 겨루면서 조소할 것이요, 용이 얕은 물에서 놀면 거머리나 지렁이도 앞뒤에서 공격하며 조롱할 것이다. 반드시 봉은 깊은 산의 아름다운 대수풀 속에 날개치고, 용은 용문(龍門)의 세찬 물결 속에 헤엄친 후에야 가히 그 신령함을 나타내고 그 상서로움을 드러내어, 보는 사람들이 모두 진기하게 여기어 경하할 것이니, 인재(人才) 또한 그러하여, 성치(盛治)의 세상에 태어나 요순 같은 조정에 있은 후에야 가히 스스로 그의 포부를 다할 수 있으며, 사람도 준언(俊彦)이라고 하여 그의 본시 품은 뜻을 펼 수 있을 것이다. 《김시습 金時習/매월당집 梅月堂集》

  논어(論語)한마디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子謂子賤, 君子哉若人! 魯無君子者, 斯焉取斯?   

재위자천, 군자재약인! 노무군자자, 사언취사?

선생님께서 자천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 사람 (참으로) 군자답구나! 노나라에 군자가 없었다면 그 사람이 어떻게 이런 덕을 가지게 되었겠는가?”

[임성삼; 그 당시에서 지금까지 정치가들을 보면 항상 부패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사회 전체에 군자가 없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 중에는 신중하고 깨끗한 사람들이 어느 시대나 많이 있습니다.]

 10월 16일 수요일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몽테뉴>

 한가한 생활

                        길재 (야은)

시냇가 띠 이은 집에 한가로이 홀로 사니

밝은 달 맑은 바람 흥이 남아 도는 구나.

바깥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우짖는데

대숲에 평상을 옮겨 누워서 책을 보네.

길재; 1353-1419(세종 1). 성균곤 박사. 김숙자에게 성리학을 가르쳐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로 학통이 이어짐.

 논어(論語)한마디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子謂南容, 邦有道, 不廢; 邦無道, 免於刑戮. 以其兄之子妻之.  

자위남용, 방유도, 불폐; 방무도, 면이형륙. 이기형지자처지.

선생님께서 남용에 대해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있을 때(나라가 잘 다스려 질 때)에는 반드시 임용될 사람이고, 나라에 도가 없을 때도 형벌을 받아 죽임을 당하진 않을 사람이다.”

공자님의 형의 딸을 그에게 시집보냈다.

 10월 15일 화요일

    독서의 즐거움은 관능을 만족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지성을 만족시키는 데 있다. <모옴>

 대나무 안석은 창가로 옮기고 부들로 짠 자리는 땅에 편다. 높은 산봉우리는 구름 속으로 숨고, 냇물은 바닥이 보일 만큼 맑다. 울타리 밑에는 국화를 심고 집 뒤에는 원추리를 가꾼다. 둑을 높이자니 꽃이 다칠까 걱정이고, 대문을 옮기자니 버드나무가 다칠까 걱정이다. 굽이굽이 돌아간 길은 안개 속에 잠겼는데 저 길을 따라가면 주막이 나오겠지. 맑은 강물 위에 해는 저물고 고요한 어촌엔 고깃배 두어 척이 그림처럼 매어 있다.

<상촌(象村) 신흠 1566~1628(명종 21~인조 6)>

 논어(論語)한마디 [제 5편 공야장(公冶長)]  

子謂公冶長, 可妻也. 雖在누설之中, 非其罪也. 以其子妻之.

자위공야장, 가처야. 수재누설지중, 비기죄야. 이 기자처지.

선생님께서 공야장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사위삼을만 하다. 비록 감옥에 간 적이 있으나, 그의 죄가 아니었다.”

[임성삼; 그 당시로도 파격적인 일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10월 14일 월요일

      위대한 인간이 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참 인간이 되는 것은 더욱 멋진 일이다. <루즈벨트>

My crown is in my heart, not on my head;

Not decked with diamonds and Indian stones,

Nor to be seen. My crown is called content.

A crown it is that seldom kings enjoy. <Henry VI, Part Three, III i, 62>

나의 왕관은 머리에 있지 않고, 마음속에 있다.

그 왕관은 다이아몬드나 진주로 장식된 것이 아니다.

그 왕관은 볼 수 없다. 그 왕관은 ‘만족’이라고 호칭된다.

그것은 임금들이 별로 즐기지 못하는 왕관이다. <셰익스피어: 헨리 6세, 3부, III i, 62>

  논어(論語) 한마디 [제 4 편 이인(里仁)]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자유왈: 사군삭, 사욕의, 붕우삭, 사소의.              

(공자님의 제자인) 자유가 말했다. “군주에게 자주 간하면 욕을 당하게 되고, 벗에게 충고를 자주하면 소원하게 된다.”

[임성삼; 공자님은 결코 이런 종류의 말씀을 하지 않으십니다.]

 10월 11일 금요일

    교육의 목적은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 <루소>

     기도란 하늘에 고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오히려 하늘의 말씀을 사람이 듣는 일이 참다운 기도라고 한 사제(司祭)가 깨우쳐 주셨다. 《김남조 金南祚/심연(深淵)을 위하여》

  논어(論語) 한마디 [제 4 편 이인(里仁)]  

子曰: 德不孤, 必有隣. 재왈: 덕불고, 필유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10월 10일 목요일

      위대한 국가란 곧 위대한 인물을 낳는 국가를 말한다. <디즈레일리>

[임성삼; 우리가 위대한 조국을 만든다는 뜻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이 없으며,

산과 물을 사랑하는 것은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이 없으며,

꽃과 달과 바람과 대나무를 완상(玩賞)하는 것은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이 없으며,

단정하게 앉아서 고요히 입을 다무는 것은 이로움만 있고 해로움이 없다.

  논어(論語) 한마디 [제 4 편 이인(里仁)]  

子曰: 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   재왈: 군자욕눌어언이 민어행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말에 과묵하고 행동은 민첩하기를 원한다.”

 [임성삼; 유교는 말을 많이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10월 9일 수요일 한글날

      사람이란 자연, 영혼, 사랑 그리고 신을 이성으로서가 아니라 마음으로 인식한다. <도스토예프스키>

 우리말

                           김동명

네게는 불멸의 향기가 있다

네게는 황금의 음률이 있다

네게는 영원한 생각의 감초인 보금자리가 있다

네게는 이제 혜성같이 나타날 보이지 않는 영광이 있다

너는 동산같이 그윽하다

너는 대양(大洋)같이 뛰논다

너는 미풍같이 소곤거린다

너는 처녀같이 꿈꾼다

너는 우리의 신부(新婦)다

너는 우리의 운명이다

너는 우리의 호흡이다

너는 우리의 전부이다

(.....)

  논어(論語) 한마디 [제 4 편 이인(里仁)]  

子曰: 以約失之者鮮矣.   재왈: 이약실지자선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매사를 삼가면 실패하는 일이 드물다.”

[임; 절약하는 사람이 실패하는 경우는 드물다.]

 10월 8일 화요일

     너의 양심은 무엇을 알리고 있는가. 본래의 너 자신이 되라. <니체>

10월 7일 월요일

     믿는 일, 해야 할 일, 하고자 하는 일은 용감하게 하라. <데일 카네기>

영주 소루시에 차운하다

                                        권근

정군의 정사가 예전의 현인 같으니

밝은 시절에 고을 맡아 나오기 알맞네

대궐 아래서 병부 나눠 임금의 교화 선포하고

읍에서 바지 노래로 백성 근심 풀렸네

천 이랑 기름진 땅이 발 걷으면 보이고

띠처럼 긴 시내가 난간을 두르며 흐르네

십년 벼슬길에 늙고 지쳤는데

강해에 귀양와서 한가롭게 노니네

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

재왈: 부모지년, 불가부지야. 일즉이희, 일즉이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의 연세를 잊어서는 안된다. 한편으로는 오래 살고 계심을 즐거워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으심을 두렵게 여겨야 하기 때문이다."

10월 2일 수요일 일본산책  

* 일본 도착 후 버스로 이동하며 도시락(1500엔)을 먹다.

- 나무 젓가락에 이쑤시개가 함께 들어 있었다.

- 도시락의 밥이 초밥과 흡사한 모양의 10개로 나뉘어 있었고, 매실 저림이 하나 위에 있었다. 그리고 한 개마다 위에 검은 깨가 30알 정도 뿌려 있었다.

[나의 경우는 눌러서 하나고 굳어버린 도시락 밥을 먹기가 좋지 않았었는데, 10개로 나누어 놓으니 부담감이 없었다.]

* 관광 버스의 의자 뒤 주머니마다 비닐 봉지가 들어 있었다.

* 공항에서 동경으로 가는 고속도로 바로 옆에 걸려 있는 일장기가 매우 더러웠다.

* 고속도로 수금원이 모두 40대 남자로 바뀐 것이 6년 전과 달랐다. 그리고 수금원은 서서 요금을 징수하고 표를 내주었다. 상당히 활동적인 느낌이었다.

* 버스 안내원의 말; 동경에 보행시 금연을 규정한 구가 있다. 어기면 벌금 2만 엔. 보행시 금연 규정하는 자치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편도 1차선 길의 주변을 4시간 이상 보았다. 단독주택이 대부분이었고, 아파트라야 4층 정도가 한 동이 있는 연립주택 규모의 것이 많았다.

- 어제 태풍이 지나간 후여서인지, 요를 베란다에 널어 말리는 집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 공동주택의 창문이 튀어나오게 만들어 이것만 이용하면 모든 층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보였다. 도둑에 대한 방비가 밖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 미쓰비시 연구소를 견학하였으나, 내부는 보여주지 않았다. Presentation room과 30평 정도의 전시장만 보았다.

- presentation room은 100석이 안되었다. 좁은 공간에 천장에 마이크를 4개 달아 필요한 경우 청중의 말이 그대로 스피커로 전달될 수 있게 만든 것이 이채로웠다.

- 연구인원의 60%가 석사, 20% 이내가 박사, 같은 정도의 숫자가 학사였다.

- 주차장의 가장 편한 곳은 내객(來客)용이라고 적혀 있었다.

[임성삼; 내가 대형 건물에 갈 때마다 항상 주장하던 말이다. 예를 들어 대형 매장의 입구에 직원들의 차가 하루 종일 주차되어 있다면, 고객들은 매우 불편하다.]

* 오후 6시 30분경에 완전히 어두워졌다.

- 철망으로 둘러싸인 소형 인조잔디 축구장에서 중 3 정도의 남자 아이들이  인공 조명 아래서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었다. 작은 축구장이 세 개 있었다. 동일한 시설을 어른들의 테니스에 이용하는 우리와 조금 다른 면을 보았다. 테니스 장은 발견하지 못했다.

* 보행자 횡단로의 앞 부분에 따로 자전거 횡단를 그려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

* 머문 동네는 산배(山梨, 야마..)골이다. 온천동네이다. 저녁은 호텔의 80명 정도가 넓은 다다미 방에서 먹었는데 여유가 있었다. 여기 다다미는 전에 우리가 사용하던 것보다 더 탄탄하다. 목욕실 앞의 그릇에 수건이 놓여 있었다. 얼굴을 씻고 보니 발수건이 분명했다. 얼굴 수건은 방 안쪽에 있었다.

* 단체객이 호텔이 들어갈 때 차에서 미리 호실을 알려주어 각 사람이 자기 방을 찾아간다. 방 문은 열려 있고, 방 안에 열쇠를 놓아두었다. 로비에서 열쇠를 받노라 웅성거리며 기다리지 않아서 편하다.

* 방에 작은 금고 하나가 있어 귀중품을 넣어두고 잠글 수 있다. 금고 열쇠는 방의 열쇠와 함께 묶여 있다.

10월 3일 개천절 목요일

* 오후 10시 50분 집에 전화; 3분 정도, 감도 좋다.

* 오전 8시 전날의 호텔을 출발할 때 직원 7명이 정문 앞에 떠나는 버스를 향해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다.

* 편도 1차선 꼬불길을 올라가며 60살이 넘은 운전기사가 핸드폰을 사용하여 통화를 하다. 이곳은 이런 행위가 아직 불법이 아닌듯...

* 논에서 거둔 벼를 간단한 장치에 세워 말리는 광경을 보았다. 결과적으로 좋은 질의 쌀을 거둘 수 있겠다.

* 동경 고가도로의 노면 상태, 특히 이음 부분이 별로 좋지 않다.

참고; 고속도로를 제외한 지금까지 다닌 거의 모든 길이 편도 1차선이었다는 것은 거의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크게 막힌 곳은 없었다.

* 동경의 새로운 대형 건물은 아무런 표식이 없이 단순히 설계 모양으로만 자신을 보이고 있다. 표식이 없는 것이 유행인지 관공서의 규제인지 확인하고 싶다.

* 내가 묵는 곳은 Washington Hotel로 새로 개축한 동경 시청 건물의 옆이다. 이 동네는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시 같은 느낌을 준다.

* 고체/유체 분과(Solid/Fluid Separation Division)의 일본측 좌장은 큐우슈우 대학의 후지사키 교수, 애완대학 가와사키 교수 그리고 나고야 대학의 이리타니 교수이고 이다. 우리측은 나와 강원대의 조준형 교수, 경성대의 이재복 교수이다.

* 발표 포스터를 나리타역에서 잃어버린 우리 분과 발표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다.

10월 4일 금요일

* 워싱턴 호텔의 목욕통은 매우 작고, 안쪽에 물채움 라인을 인쇄한 스티커로 붙여 놓았다. 여기까지 채우고 들어가보니, 내 경우는 체구가 커서 수위가 많이 올라갔으나 넘치지는 않았다.

* 호텔문에 열쇠인 카드를 넣고 손잡이를 돌려 여니 열리지 않았다. 반드시 카드를 뽑고 문을 열어야 한다. 카드를 넣은 채 문을 닫는 경우가 없도록 설계된 것 같다.

* 엘리베이터의 바깥 문에 층수가 적혀 있어 바로 문 옆에 있는 사람도 열리거나 닫히는 문을 보고 층수를 알 수 있다.

* 대 발표장에서 발표가 끝나고 질문할 사람이 손을 들면, 머리를 2부 정도로 박박 깎고 신사복을 입은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쏜살같이 뛰어간다. 약간 희극적이나 자기 일에 대한 열성이 보인다. 식당에서도 종업원을 부르거나, 다른 일을 시키면 거의 뛰어서 온다.

* 이번 한일분리 심포지움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110, 일본 사람이 160명 참석하였다.

* 일본측이 우리측 대표 15명을 초대한 “Senior 중식”에 참석하다.

* 와세다 대학교 내부에 “보행중 흡연 금지”, “스케이트 보드, 투구(공던지기) 등 금지”의 표찰이 건물 밖에 놓여 있다.

* 와세다 대학 국제회의실에 대학 초대 도서관장이었던 사람이 적은 글인 “심장여허(深藏如虛, 깊이 간직하여 비어 있는 듯이 만들라)”가 걸려 있다.

* 오전에 시간을 내어 와세다 대학 구내서점에 가다. 전에 왔을 때는 알지 못하였던 곳이다. 우리 구내서점보다 약간 넓으며 책의 수준은 조금 다양하나 큰 차이는 없다. 실내 장식은 우리가 훨씬 낫다.

오후에 구윤모 교수와 학교 근처의 서점 두 곳을 돌아보다. 상당히 큰 서점이었으나 책이 다양하지는 못하였다.

* 오후에 포스터 발표를 하다. 시라토 교수의 제자 이와타교수가 잘 이해하는 듯 하다.

10월 5일 토요일

* 호텔 방의 물 데우는 전기기구. Sony 제품인데 작은 스테인레스 스틸의 주전자를 올려놓으면 차를 먹기 알맞은 온도까지 올라간 후 저절로 전원이 꺼진다. 단 끓지는 않는다. 또한 중간에 주전자를 들면 자동적으로 전원이 끊어진다.

* 아침 식사시 호텔 종업원의 안내가 위압적인 말투이다. 행동은 공손하며 절도가 있으나 말투는 단호하다. 상상했던 대로 서비스가 좋은 사회는 아니다. 7시에 아침을 먹기 위해서 15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는 관광호텔은 이곳 뿐이다.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에서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았다.)

* 아침에 지도를 보고 와세다 공과대학 건물을 찾아갔으나 정작 도착한 곳은 상과대학이었다. 윤박사님이 수위에게 공과대학 건물을 영어로 물으니 수위가 알아듣지 못하였다. 수위가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영어할 수 있는 사람은 오라”고 외쳤으나 모두 피해갔다. 수위가 등교하는 학생을 지적하면서 오라고 해도 피하기만 하였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어 지도를 보여주었더니, 와세다 대학 지도를 복사한 것에 표시하여 주었다.

그곳에 가보니 공과대학 분원이어 두개 과의 연구실만 있었다. 근무하던 와세다 출신의 직원이 시간이 있다며 우리를 데리고 10분 가까이 걸어간 곳은 ‘법과대학’이었다. 이곳에서는 공과대학의 발음과 법과대학의 발음이 거의 동일한 듯 했다. 공과대학은 “이공대”를 찾아야 한다. 결국 그 사람은 우리가 출발한 곳으로 다시 데리고 온 것이다.

(저녁에 학회 연회장(banquet 장소)물었을 때도 그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 때는 행선지가 같았으며 총장실 근무 직원이었다.)

* 오전에 시간을 내어 와세다 대학의 문구점에 가서 몇 가지 문구류를 구입했다.

* 우리가 일본을 초대한 “Senior 중식”모임에 참석하느라 고체/유체 분리부문의 “Technical Luncheon"에 참석하지 못하다.

* 2시부터 구두발표가 있었다. 나는 고체/유체 분리 부문의 세 번째 발표였다.

* 그 후 좌장(Session Chairman)을 보았다.

* 저녁에 공식 banquet이 있었다. 전혀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던 일본 대학원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6년 전(3년마다 한 번씩 한일분리 심포지움을 열며 두 나라에서 한번씩 개최하니 바로 전 번이다)보다 양이 풍부하였다.

10월 6일 일요일

* 우리 고체/유체 부문의 특별발표가 있었다.

* 참고; 와세다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들고 나와 도서관 벽 옆의 길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우리 개념으로는 길에 앉아 식사를 하는 것이 이상해 보였으나 정작 그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듯. 이 길은 와세다 대학의 국제회의장 입구이어 많은 사람들 눈에 띄는 곳이다.

* 참고; 와세다 대학에서 내가 목격하지 못한 것.

1.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팔을 두르고 다니는 것.(우리 학교에서는 복도를 가로막고 천천히 걸어가는 이런 커플을 자주 보았다.)

2.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 손을 잡고 다니는 것.(전체 기간에 한 번쯤은 보았는지도 모른다.)

3. 교정에서 족구나 운동, 혹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것.

* 들은 이야기: 일본말 <구다라 나이>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혹은 거짓말 하지 마>라는 흔히 사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이 <구다라>는 백제를 뜻하는 말이다.[임; 부여에 있는 구드레 나루와 관련이 있는 듯]

 위의 내용에 대해 대학교 동기인 조병곤 사장님이 다음의 내용을 보내주셨습니다. 이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 그런데 내가 일본인한테 들은 '구다라나이'는 좀 달라.
사전적인 뜻은 '가치 없다. 시시하다. 하찮다'인데 구다라나이 즉 구다라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가치가 없다 라는 뜻이지.
여하튼 구다라(백제)에 대한 존경심은 확실했던 것 같아."

10월 1일 화요일의 산책

      자기라고 생각하는 그것이 자기가 아니다. 반성하고, 사고하고, 노력하는 것이 참된 자기 자신인 것이다. <노만 필>

[임성삼; 그리고 그 결과로 자기가 되고 싶은 성격이 되면, 그것이 참된 자기 자신입니다.]

 대나무 그림에 부쳐

                                 대희

비 온 뒤 대나무 쑥쑥 자라고

바람 부니 대나무 산들거리네

속 비었고 뿌리 굳으니

이제 곧 하늘까지 닿으리라

* 이 시는 대나무의 생태를 사람에게 비유하여, 누구나 마음을 비우고 뿌리를 다져나가면 곧 출중한 인물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 이병한 엮음, 민음사, 2000>

 논어(論語) 한마디 [제 4 편 이인(里仁)]

子曰: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재왈: 삼년무개어부지도, 가위효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삼 년 동안 아버지의 행하신 바를 바꾸지 않는다면, 효자라고 할 수 있다.”

[임성삼; 아버지와 나는 적어도 20년의 사회적 경험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를 3년동안 숙고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면 참으로 대단한 사람입니다.]

[임성삼; 한일 분리 심포지움으로 일요일까지 일본에 다녀옵니다. 그 동안의 산책은 다녀온 이후에 한꺼번에 싣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