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페이지 1

10월 31일 금요일

얼굴을 해가 있는 쪽으로 향하면 그림자를 볼 수 없다.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 6. 27~1968. 6. 1)>

벼룩을 눌러 죽이며

입으로는 말하네

‘나무아미타불!’

이싸 [小林一茶]

[일본의 시(詩) 하이쿠]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樊遲問仁. 子曰: ｢居處恭, 執事敬, 與人忠. 雖之夷狄, 不可棄也. ｣

번지문인. 재왈: “거처공, 집사경, 여인충, 수지이적, 불가기야.”

번지가 어짊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평소에 공손하고,

일을 할 때는 경건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성실한 것은

오랑캐 땅에서 살더라도 버릴 수 없는 요건이다.”

* 나눔

방갈로에 있는 신학교에서 어떤 수녀가 내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마더 테레사, 당신은 가난한 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거저 줌으로써 그들을 오히려 망치는 것이 아닐까요? 그들은 인간의 품위를 상실하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모든 이가 다 조용해졌을 때 나는 침착하게 대답했습니다.

“그 누구도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것보다 더 망쳐놓지는 않겠지요. 그분이 우리에게 무상으로 베풀어 주신 훌륭한 선물을 보십시오. 여기 유리창문이 없어도 우리는 다 볼 수 있습니다. 그대가 보는 것마다 하느님이 돈을 내라고 하신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우리가 숨쉬는 공기, 산소에도 돈을 지불하진 않습니다. 만약 하느님이 우리에게 ‘그대가 네 시간을 일한 대가로 두 시간의 햇볕을 주겠다.’고 하실 양이면 우리 중에 과연 몇 사람이나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까?”

종종 내가 가난한 이들을 망쳐놓는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해 주고 싶습니다.

“부자를 망치는 여러 수녀회가 있는 것도 사실이므로, 가난한 이들의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을 망치는 수녀회 하나쯤 있는 것도 괜찮은 일인 것 같군요.”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이해인 옮김, 샘터, 2002>

10월 30일 목요일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 말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3.14~1955.4.18)>

누군가 나에 대해 물으면

한 줄짜리 시와

홍시를 좋아했다고 대답하라

시키

[일본의 시(詩) 하이쿠]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葉公語孔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 증거 증; 알리다, 고하다

섭공어공자왈: “오당유직궁자, 기부양양, 이자증지.”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 지방에 정직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 아버지가 양을 훔치자 자식이 고해바쳤습니다.”

孔子曰: ｢吾黨之直者異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

공자왈: “오당지직자이어시. 부위자은, 자위부은, 직재기중의.”

공자가 말했다. “우리 지방의 정직한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죄를 숨겨주고,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죄를 숨겨줍니다. 정직함은 바로 이런 행동에 있는 것입니다.”

* 유성룡은 두 사람의 인재를 천거했으니, 그 첫째는 권율이었다.

권율은 영의정을 지낸 권철의 아들로, 학문과 무예가 두루 뛰어났지만 출사할 마음이 별로 없었는지 과거도 보지 않고 음직도 마다하였다. 그러다가 마흔이 넘어서야 과거를 보아 벼슬길로 나서서 호조정랑에 이르렀는데, 그나마 곧 벼슬을 내놓고 집에서 쉬고 있었다.

이런 권율을 유성룡은 호조정랑으로 복귀시킨 뒤 의주 목사로 보임시켰고, 그 이듬해는 광주 목사로 삼아 전란에 대비케 하였다.

유성룡이 추천한 또 한 사람은 이순신이었다. 문관의 집안에서 태어나 스스로 무관의 길을 택한 이순신에 대해 유성룡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서울 건천동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적이 있는 까닭이었다.

그런데 이순신은 미관 말직으로 변방을 떠돌다가 나이 마흔일곱에 겨우 종6품인 정읍 현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천리마에게 쥐를 잡게 한다더니, 바로 그 짝이었다.

유성룡은 이순신을 일약 정3품인 전라 좌수사로 임명하였다. 무려 품계를 일곱 단계나 올렸으니 얼마나 다급했는지 알 수 있다. 전쟁을 확신하지 않고서는 둘 수 없는 무리수였다. 그 전해에 이순신을 만포진 첨사로 발탁했을 때도 대간이 지나친 승진이라며 물리게 했는데 전라 좌수사라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선조 24년 2월 16일의 기록을 보자.

사간원이 아뢰었다.

“전라 좌수사 이순신은 현감으로서 아직 군수에도 부임하지 않았는데 좌수사에 임명하시니, 인재가 모자란 탓이기는 하지만 벼슬을 아무렇게나 내리는 일이 너무 심하옵니다. 제차시키소서!”

임금께서 대답하셨다.

“이순신의 일이 그러한 것은 나도 안다. 다만 지금은 규칙에만 얽매일 수가 없다. 인재가 모자라니 어쩌겠는가. 그 사람으로서 충분히 감당하면 되는 것이지, 벼슬의 높고 낮음을 따질 필요가 없다. 다시 이 일로 말을 꺼내 그의 마음을 흔들지 말라.!”

대란이 터지기 꼭 1년 전이었다. 실상 임진왜란의 빛나는 3대 대첩이 모두 유성룡의 용인(用人)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유성룡은 삼남 각도에 성을 수축하고 성벽을 견고히 할 것을 지시했다.

<우리 역사를 움직인 20인의 재상, 박윤규, 미래 M&B, 1999>

10월 29일 수요일

* 작은 일들에 충실하십시오. 바로 여기에 우리가 살아나갈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이해인 옮김, 샘터, 2002>

홍시여, 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걸

소세키 지음

[혹은; 홍시여, 젊었을 때는 너도 무척 떫었지.]

[일본의 시(詩) 하이쿠]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夏爲莒父宰, 問政. 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 則不達; 見小利, 則大事不成. ｣

자하위거보재, 문정. 재왈: “무욕속, 무견소리. 욕속, 즉부달; 견소리, 즉대사불성.”

자하가 거보의 장이 되어 정치하는 방법을 질문하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빨리 하려 하지 말며, 작은 이익에 집착하지 말아라.

빨리 하려 하면 일을 이루지 못하며,

작은 이익에 집착하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

* 경복궁의 뜻이 무엇입니까? 시경에 ‘군자(君子)경복(景福)’이란 구절이 있는데, ‘덕을 갖춘 군자는 큰 복을 받는다’라는 뜻입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경복궁 안에 사시는 ‘임금은 큰 덕을 갖추어야만 합니다’라는 무언의 뜻이 숨어 있죠.

우리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에는 무슨 뜻이 있습니까? 청와대(靑瓦臺)라... 푸를 청, 기와 와 높은 집 대. 글자를 모두 합하면 ‘푸른 기와를 얹은 높은 건물’이란 말입니다. 외형에 대한 물질적 묘사만 있을 뿐, 아무 뜻도 없습니다. 이런 것이 어디서 왔겠습니까? 미국 사람들은 그들 대통령 관저를 ‘White House' 즉 백악관(白堊館: 악은 하얀 진흙이란 뜻)이라고 부르니까, 그걸 본받은 것이 아닐까요? 한심한 게 너무 많아 일일이 매거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2004>

10월 28일 화요일

밧줄의 끝부분까지 갔을 때는 매듭을 짓고 매달려라.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1882.1.30~1945.4.12)>

신곡(新穀)행(行)

이규보

한 알 한 알을 어찌 가벼이 여길 것인가

생사와 빈부가 여기에 달렸는데.

나는 부처처럼 농부를 공경하노니

부처도 못 살리는 굶주린 사람을 농부만은 살린다네.

기쁘다 늙은 이 몸

또다시 금년 햅쌀 보게 되니

죽더라도 부족할 것 없네

농사에서 오는 혜택 내게까지 미치는 것을.

<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 정병헌 이지영 지음, 돌베개, 2003> 초판 8쇄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葉公問政. 성 섭; 잎 엽

섭공문정.

섭공이 정치에 대해 질문하였다.

[임성삼; 섭공은 오자서가 힘든 상황에서 모셨던 초나라 왕자의 아들입니다.]

子曰: ｢近者說, 遠者來. ｣ 재왈: “근자열, 원자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가까이 있는 백성들이 즐거워하고,

먼 곳의 사람들이 사모해서 모여들도록 하면 됩니다.”

* 이순신 장군이 전란 통에 무슨 초상화를 그릴 겨를이 있었겠습니까? 그런데 순전히 상상으로 그려놓고 이 초상은 이순신 장군이라 하기로 함! 그런 것이 소위 국가 공인 영정입니다. 그려진 모습을 보십시오. 몸은 건장하게, 얼굴은 미남으로, 거기다 아주 영민하고 덕성스럽게 보이도록 이렇게 그려 놓고서 그냥 이순신 장군으로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이순신 장군 입장에서 보면 기분이 좋으셨을까요? 제 멋대로 그려 낸 이런 그림이 초상일 수는 없죠! 기념비(紀念碑)성(性)이 강조되는 조각 작품이라면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얼굴이라도 만들어 세울 수 있겠지만, 섬세한 초상 작품을 이렇게 근거 없이 만들어 유통시키는 것은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화폐에 보이는 세종대왕이나, 이황 선생, 이이 선생 등의 위인 초상은 거의 모두가 이렇게 제멋대로 그려 낸, 정신없는 일본풍의 그림일 뿐만 아니라 아무런 근거도 없는 그림입니다.

우리나라 지폐에서 제가 정말 보고 싶은 얼굴은 잘 생긴 얼굴이 아닙니다. 겨레의 독립을 위해 이역만리에서 풍찬노숙(風餐露宿)을 하셨던 김구 선생님의 참된 얼굴, 순결했던 윤동주 시인의 얼굴, 그리고 온 몸을 바쳐 겨레의 혼을 지켜낸 유관순 누나 같은 분들의 살아 있는 진실한 모습입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2004>

10월 27일 월요일

애국심을 퍼뜨리려다가 오히려 흐려지게 해서는 안 된다.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 10. 27. ~1919. 1. 6)>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가볍지 않다

이싸 [小林一茶]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曰: ｢一言而喪邦, 有諸? ｣孔子對曰: ｢言不可以若是其幾也. 人之言曰: ‘予無樂乎爲君,

唯其言而莫予違也.’

왈: “일언이상방, 유제?” 공자대왈: “언불가이약시기기야. 인지언왈: ‘여부락호위군,

유기언이막여위야.’

“한 마디로 나라를 잃는 그런 말이 있습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말에는 그런 효능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기를 ‘나는 군주된 것이 즐거운 것이 아니고, 말을 하면 어기는 사람이 없는 것이 즐겁다’고 합니다.

如其善而莫之違也, 不亦善乎? 如不善而莫之違也, 不幾乎一言而喪邦乎? ｣

야기선이막지위야, 불역선호? 여불선이막지위야, 불기호일언이상방호?”

만일 그 말이 옳아서 어기는 사람이 없다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옳지 않은데도 어기는 사람이 없다면 이 한 마디의 말은 나라를 잃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 늘 친절하게 행동하십시오. 그대 혼자만이 가치 있고 유능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이것이 그대와는 또 다른 재능을 지닌 다른 사람들을 속단하게 만듭니다. 그대는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들 또한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함을 믿고 신뢰하십시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이해인 옮김, 샘터, 2002>

10월 24일 금요일

지혜의 9할은 적시에 지혜를 발휘하는 데 있다.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 10. 27. ~1919. 1. 6)>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모리다케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하이꾸(俳句 haiku)

일본의 시 형식 가운데 하나.

홋쿠[癸句]라고도 한다. 3행 17음절로 구성되었으며 각 행은 5·7·5음절로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31 음절의 단카[短歌]라는 시의 처음 3행에서 유래했다.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定公問: ｢一言而可以興邦, 有諸? ｣孔子對曰: ｢言不可以若是其幾也. 기미 기; 낌새

정공문: “일언이가이흥방, 유제?” 공자대왈: “언불가이약시기기야.

노나라의 정공이 물었다. “한 마디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는 말이 있을까요?”

공자가 대답하였다. “말이란 그런 작용을 할 수 없습니다.

人之言曰: ‘爲君難, 爲臣不易.’ 인지언왈: ‘위군난, 위신불이.’

그러나 사람들이 말하기를 ‘군주 노릇이 어렵고, 신하 노릇도 쉽지 않다’라고 합니다.

如知爲君之難也, 不幾乎一言而興邦乎? ｣ 여지위군지난야, 불기호일언이흥방호?”

군주 노릇이 어려운 것을 안다면, 이것이 한 마디로 나라를 흥하게 하는 말일 것입니다.

* 세상을 정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폭탄이나 총을 사용하진 맙시다. 사랑과 자비심을 이용합시다. 평화는 미소로써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대가 도무지 미소짓기 어려운 사람에게 하루에 다섯 번 미소짓도록 애쓰십시오. 평화를 위해 이 일을 하십시오. 우리는 하느님 평화의 빛을 뿜어내는 사람이 됩시다.

그래서 사람들 마음 안에 있는 미움들을 이 빛으로 몰아내고 사랑만을 가져 오도록 합시다.

서로 미소지으십시오. 물론 항상 쉽지만은 않습니다. 나도 가끔은 우리 수녀들에게 미소짓기 어려울 때가 있어 기도드립니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이해인 옮김, 샘터, 2002>

10월 23일 목요일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은 노력할 가치가 있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기회다.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858. 10. 27. 뉴욕~1919. 1. 6)>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작은 위로, 이해인 시집, 열림원,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冉子退朝. 子曰: ｢何晏也? ｣對曰: ｢有政. ｣子曰: ｢其事也. 如有政, 雖不吾以, 吾其與聞之. ｣

염자퇴조. 재왈: “하안야?” 대왈: “유정.” 재왈: “가사야. 여유정, 수불오사, 오기여문지.”

염유가 조정에서 퇴근하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왜 늦었느냐?”

“정사에 관한 의논이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사사로운 일이었을 것이다. 정치에 관한 일이라면 비록 내가 참여하지는 못하여도 듣기는 했어야 한다.”

* <성경 신약, 로마서 12장 14절~21절>

너희를 핍박(逼迫)하는 자(者)를 축복(祝福)하라 축복(祝福)하고 저주(詛呪)하지 말라

Bless those who persecute you; bless and do not curse.

즐거워하는 자(者)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者)들로 함께 울라

Rejoice with those who rejoice; mourn with those who mourn.

서로 마음을 같이 하며 높은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智慧) 있는 체 말라

Live in harmony with one another. Do not be proud, but be willing to associate with people of low position. Do not be conceited.

아무에게도 악(惡)으로 악(惡)을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善)한 일을 도모(圖謀)하라

Do not repay anyone evil for evil. Be careful to do what is right in the eyes of everybody.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

If it is possible, as far as it depends on you, live at peace with everyone.

내 사랑하는 자(者)들아 너희가 친(親)히 원수(怨讐)를 갚지 말고 진노(震怒)하심에 맡기라 기록(記錄)되었으되 원수(怨讐)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主)께서 말씀하시니라

Do not take revenge, my friends, but leave room for God's wrath, for it is written: "It is mine to avenge; I will repay," says the Lord.

네 원수(怨讐)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우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On the contrary: "If your enemy is hungry, feed him; if he is thirsty, give him something to drink. In doing this, you will heap burning coals on his head."

악(惡)에게 지지 말고 선(善)으로 악(惡)을 이기라

Do not be overcome by evil, but overcome evil with good.

<성경 신약, 로마서 12:14~21>

10월 22일 수요일

가정은 도덕을 배우는 학교이다. <페스탈로치, 1746~1827>

[임성삼; 도덕과 예절은 학교에서보다 가정에서 더 많이 이루어집니다.]

농가

朴趾源(박지원)

老翁守雀坐南陂(노옹수작좌남피) : 노인은 참새 지키려 남쪽 언덕에 앉아있고

粟拖狗尾黃雀垂(속타구미황작수) : 조 이삭 개꼬리에 끌리고 참새가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長男中男皆出田(장남중남개출전) : 장남 차남 모두 들로 나가고

田家盡日晝掩扉(전가진일주엄비) : 농가는 종일토록 사립문 닫혀 있다

鳶蹴鷄兒攫不得(연축계아확불득) : 솔개는 병아리 채려다 채가지 못해

群鷄亂啼匏花籬(군계난제포화리) : 박꽃 울 밑에는 닭들이 요란하게 울어댄다

少婦戴棬疑渡溪(소부대권의도계) : 젊은 며느리 나무 그릇 이고 조심조심 돌다리를 건너고

赤子黃犬相追隨(적자황견상추수) : 어린아이와 누렁이가 서로 따라가는구나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苟正其身矣, 於從政乎何有? 不能正其身, 如正人何? ｣

재왈: “구정기신의, 어종정호하유? 불능정기신, 여정인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자신의 몸을 바르게 한다면, 정치를 하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자기의 몸을 바르게 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바르게 할 수 있겠는가?”

* 요즘 역사 서술의 원칙은 근대사, 현대사로 올수록, 즉 우리 시대와 가까울수록 더 많이 상세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고대사는 아무리 자랑스러워도 좀 덜 가르쳐야 하고, 근대사는 아무리 본받을 것이 적어도 많이 가르쳐야 된다는 기계적인 생각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혹시 문교부(교육부)에 계신 분이 있으면 그 점 재검토하길 바랍니다.

조선시대는 세종대왕이며 영조, 정조 때에 배울 만한 훌륭한 사례가 많았는데 그 부분은 대충대충 가르치고, 나라 망하는 부분인 19세기 말 20세기 쪽만 잔뜩 가르쳐서 열등감을 주면 우리 학생들은 도대체 무얼 배우고 느끼며, 무슨 자부심을 키우라는 겁니까? 참 이상한 발상입니다. (청중 큰 박수)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2004>

[임성삼; 우리나라의 현재의 역사 서술 방식은 영국을 따르고 있습니다. 위의 방법으로 영국을 기술하면 영국 국민은 전의 미약했던 역사를 잊고, 근래에 좋았던 역사만을 되살리고 희망을 가지게 됩니다. 또한 영국이 19세기에 지배했던, 찬란한 문화를 가진 인도나 그 외 여러 나라 사람들의 기를 꺾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이 방법에 의한 역사의 서술은 일본의 이익과도 합치됩니다.]

10월 21일 화요일

용기를 잃는 것은 자기의 전부를 잃는 것이다. <괴테, 1749~1832>

[임성삼; 이 글을 쓴 괴테는 자기의 용기를 잃은 상태를 체험해 본 사람입니다.]

광화문

서정주

북악(北岳)과 삼각(三角)이 형(兄)과 그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형(兄)의 어깨 뒤에 얼굴을 들고 있는 누이처럼 서 있는 것을 보고

가다가

어느새인지 광화문 앞에 다다랐다.

광화문은

차라리 한 채의 소슬한 종교

조선 사람은 흔히 그 머리로부터 온몸에 사무쳐 오는 빛을

마침내 버선코에서까지도 떠받들어야 할 마련이지만,

온 하늘에 넘쳐 흐르는 푸른 광명(光明)을

광화문- 저같이 의젓이 그 날갯죽지 위에 싣고 있는 자(者)도 드물리.

상하(上下) 양층의 지붕 위에

그득히 그득히 고이는 하늘.

위층엣것은 드디어 치-ㄹ 칠-ㄹ 넘쳐라도 흐르지만,

지붕과 지붕 사이에는 신방(新房) 같은 다락이 있어

아래층엣것은 그리로 온통 넘나들 마련이다.

옥(玉)같이 고우신 이

그 다락에 하늘 모아

사시라 함이렷다.

고개 숙여 성 옆을 더듬어 가면

시정(市井)의 노랫소리도 오히려 太古 같고

문득 치켜든 머리 위에선

파르르 낮달도 떨며 흐른다.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善人爲邦百年, 亦可以勝殘去殺矣. 誠哉是言也! ｣

재왈: “선인위방백년, 역가이승잔거살의. 성재시언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한 사람이 백 년 동안 정치를 하면, 사형과 같은 극형을 적용시키지 않을 수 있다고 하였다. 참으로 성실한 말이다.”

子曰: ｢如有王者, 必世而後仁. ｣ 재왈: “여유왕자, 필세이후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참된 왕자(王者)가 있다고 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한 세대가 지난 후에야 어진 정치가 펼쳐지리라.”

* 인류의 흔적은 대략 기원전 1백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임성삼; 지금의 고고학자들은 이 기간을 거의 세 배까지 늘였습니다.]

그 중 농업의 흔적은 기원전 2만5천 년 이전으로는 올라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인류는 땅을 경작하는 농부로 정착 생활을 한 것보다 40배나 긴 세월을 사냥꾼으로 살았다. 97만5천 년의 이 세월 동안 인류의 기본적인 성향이 만들어졌고 아직도 그대로 남아 매일 문명에 도전하고 있다.

이 사냥꾼 단계에서 인류는 게걸스럽게 욕심을 부렸다. 그러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을 얻는 일은 불확실하였다. 그래서 먹이를 구하면 아마도 배가 터지도록 먹었을 것이다. 시체는 빨리 상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날로 먹었다.

1천 년의 1천 배나 되는 시간 동안 인간은 싸움을 좋아하고, 언제나 싸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했다. 음식과 짝짓기와 목숨을 위해서였다. 할 수만 있으면 아내를 여러 명 얻었다. 사냥과 싸움은 목숨이 위태로운 일이었고, 그 결과 남자보다 여자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오두막에서의 자산이었고, 그 뒤에는 사냥 패거리에서의 자산이었다. 이것과 함께 다른 이유들로 인해 욕심이나 싸움을 좋아하는 기질은 이 사냥꾼 시절의 미덕이었다. 바로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질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자질은 아직도 남자의 기본 성격으로 남아 있다. 문명 세계에서도 남자들의 주요 기능은 밖으로 나가 가족을 위해 먹을 것이나 혹은 필요할 때 먹을 것으로 바꿀 수 있는 어떤 것을 벌어오는 일이다.

<역사 속의 영웅들, 월 듀런트, 안인희 옮김, 황금가지, 2002>

10월 20일 월요일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車書) <두보, 712~770>

중봉에서 바다 속 여러 섬을 바라보다

金宗直(김종직)

前島庚橫後島立(전도경횡후도립) : 앞의 섬은 비스듬하고 뒤의 섬은 반듯하여

蒼茫天水相接連(창망천수상접연) : 파란 하늘과 물이 서로 이어져있네.

似有雲帆疾於鳥(사유운범질어조) : 구름 사이에 배 하나 있어 구름보다 빠른 듯하니

古來說得乘槎仙(고래설득승사선) : 나는 예부터 말하는, 떼를 탄 신선이네

代輿員嶠更何處(대여원교갱하처) : 신선이 산다는 대여산과 원교산은 어디인지

巨鼇不動應詌眼(거오부동응감안) : 큰 거북이 움직이지 않으니 단잠이 잠들었나보다

寄書紫鳳問舊侶(기서자봉문구려) : 자색 봉황새에 편지를 보내어 친구에게 안부 묻노니

我今亦在方丈巓(아금역재방장전) : 나도 지금 신선 사는 방장산 정상에 있다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苟有用我者. 吳月而已可也, 三年有成. ｣

재왈: “구유용아자. 오월이이가야, 삼년유성.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나를 등용하는 사람이 있으면, 일 년이면 어느 정도 실적이 나올 터이고, 삼 년이면 완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소수자의 권리

다수자의 의사가 모든 경우에 유력하다 할지라도 정통(正統)이어야 할 의사는 합리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소수자도 평등의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평등한 법에 의해 수호되고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것은 탄압에 지나지 않습니다. [...]

인류가 그토록 오랫동안 피를 흘리며 괴로워했던 종교적 불관용을 우리나라에서 추방했던 경험을 가진 우리가 마찬가지로 전제적이고 사악하며 마찬가지로 비참한 피투성이의 박해를 자행하게 될 우려가 있는 정치의 불관용을 묵과해 버린다면,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들은 모두 공화주의자이고 또 연방주의자입니다. 만일 우리들 속에 이 연합을 해소시키고 싶다던가 이 공화 정체를 개변시키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들도 또한 안전하다고 하는 것을 보여주는 기념비로서 그들을 그대로 놓아두어야 하겠습니다. 이성(理性)이 경쟁하는 곳에서는 의견의 과오(잘못)도 또한 안전하게 지켜지고 허용되는 것입니다.

<제퍼슨, 1801년 3월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10월 17일 금요일

인간을 위하는 것보다 더 고결한 종교는 없다. 공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종교다.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 1. 14 독일~1965. 9. 4 가봉 랑바레네)>

기쁨에게

이해인

기쁨아, 너는

맑게 흘러왔다

맑게 흘러나가는

물의 모임이구나

빠르게 느리게

높게 낮게 모여드는

강, 바다

호수, 폭포

조금씩 모습을 바꾸며

흘러오는 너를

나는 그때마다

느낌으로 안다

모든 맑은 물이 그러하듯

기쁨아, 누구도 너를

혼자만 간직할 수 없음을

세상은 안다

그래서

흐르는 생명으로 네가 오면

나도 너처럼

멀리 흘러야 한다

메마른 세상을 적시며 흐르는

웃지 않는 세상에 노래를 주는

한 방울의 기쁨으로

깨어 있어야 한다

<작은 위로, 이해인 시집, 열림원,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適衛, 冉有僕. 갈 적; 이르다, 도달하다, 종 복

자적위, 염유복

선생님께서 위나라에 가셨을 때 염유가 마차를 몰았다.

子曰: ｢庶矣哉! ｣ 여러 서

재왈: “서의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람들이 참 많구나!”

冉有曰: ｢旣庶矣. 又何加焉? ｣曰: ｢富之. ｣

염유왈: “기서의. 우하가언?” 왈: “부지.”

염유가 말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다. 무엇을 더 해야 할까요?”

“부유하게 만들어야 한다.”

曰: ｢旣富矣, 又何加焉? ｣曰: ｢敎之. ｣

왈: “기부의, 우하가언?” 왈: “교지.”

“부유하게 되었다면 또 무엇을 해야하겠습니까?”

“가르쳐야 한다.”

[임성삼; 사람들을 먹고 살게 한 다음,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도 일단 경제를 일으키고 그 다음에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붕(鄭鵬 1469∼1512(예종1∼중종7)) 이야기

- 중종반정 이후 정붕에게 연산군 때 맡았던 교리(校理) 벼슬을 다시 맡기니, 정붕은 홍경주가 찬성(贊成) 자리에 있음을 문제삼아 부임하지 않고 사양했다.

- 그 뒤 정붕은 청송부 부사로 부임해서 잘 다스렸다. 그 때 친분이 있는 성희안이 편지를 보내어 잣과 꿀을 부탁하였다. 부사 정붕은,

“잣은 산꼭대가 잣나무에 달려 있고, 꿀은 민가의 꿀통에 들어 있는데, 어찌 고을 관장이 이것을 얻겠는가?”

하고 써서 보내니, 성희안은 크게 부끄러워하며 사과하였다.

- 정붕은 당시 온갖 나쁜 짓을 한 유자광과는 외척간이었으므로, 명절 때가 되면 문안 인사를 안 할 수 없어 여자 종을 시켜 물건을 보냈는데, 여자 종이 갈 때면 그 팔을 끈으로 단단히 묶어서 보냈다. 그 이유는 팔이 아프니 유자광 집에 머물지 않고 곧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었다.

- 정붕이 숙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부인이 유자광 집에서 얻어온 쌀과 반찬으로 음식을 만들어 놓았다. 정붕은 친구에게 편지를 써서 쌀을 꾼 후, 유자광 집에서 가지고 온 그 양대로 돌려 보냈다.

- 정붕이 귀양을 가게 되자 유자광이 독약을 주머니에 넣어주며,

“만약 돌아오지 못하게 되면 이 약으로 자살을 하라.”고 말했다.

얼마 후 정붕은 풀려나고, 이번에는 유자광이 귀양을 가게 되었다. 정붕은 앞서의 그 독약을 돌려주며,

“아마 이 약이 필요할 것 같이 되돌려드립니다.”

라고 말하고 전송했다. (조선 초기)

<한국인 이야기 5,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정붕(鄭鵬 1469∼1512(예종1∼중종7))

조선 중기 문신·학자. 자는 운정(雲程), 호는 신당(新堂). 본관은 해주(海州). 1492년(성종23)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권지부정자(承文院權知副正字)가 되었고, 정자·지평(持平)·정언(正言)을 거쳐 1504년(연산군 10) 교리(校理)로 있을 때 갑자사화에 연루, 유배되었다. 1506년(중종 1) 중종반정으로 교리에 복직되었으나 상경 도중 병으로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뒤에 청송부사(靑松府使)를 지냈다. 김굉필(金宏弼)의 문인으로 길재(吉再)·김숙자(金叔滋)의 학통을 이어 받아 성리학을 깊이 연구하여 이황(李滉)으로부터 학문이 깊다는 칭송을 받았다. 선산(善山)의 금오서원(金烏書院)등에 제향되었다.

10월 16일 목요일

겸손한 자만이 다스릴 것이요, 애써 일하는 자만이 가질 것이다. <에머슨>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을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마음에 詩 한편, 박은서 엮음, 주변인의 길, 2002.12. 30>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謂衛公子荊, ｢善居室. 始有, 曰: ‘苟合矣.’ 少有, 曰: ‘苟完矣.’ 富有, 曰: ‘苟美矣.’｣

자위위공자형, “선거실, 시유, 왈: ‘구합의.’ 소유, 왈: ‘구완의.’ 부귀, 왈: ‘구미의.’”

선생님께서 위공자 형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사람은 집안을 잘 다스린다. 처음에 약간의 재산이 있을 때는 ‘이정도면 되었다’라고 하더니 조금 나아지자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였다. 부자가 되자 ‘참으로 좋구나’라고 하였다.”

* 세종 때 어효첨(魚孝瞻 1405∼1475(태종 5∼성종 6))이 내자(內資) 판사 일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때 자기 밑의 부정(副正)이 거기에서 기르던 닭 한 마리를 잡아 자기의 손님 접대에 사용했다.

이 일 이후 어효첨은 매일 아침 조회 때마다 회계장부를 낭독하게 하고는 이어서,

“부정(副正)이 닭 한 마리를 가지고 가서 삶아먹었다.”

라는 말을 덧붙이고 조회를 마치는 것이었다. 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한바탕 웃고 헤어졌는데, 며칠간 농담으로 그칠 줄 알았더니, 어효첨은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매일 계속하여 그치지를 않았다.

부끄러움을 느낀 부정이 어효첨에게 그 닭을 변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효첨은,

“닭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다만 없어진 닭의 행방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자 한 것뿐이니 변상할 필요는 없다.”

라고 말하고 종전과 같이 계속 그 말을 했다. 이것이 부당한 착복을 막는 데 큰 효과를 발회했다.

- 어효첨은 맑은 날에도 우산을 가지고 다닐 정도로 철저한 성품이었다.

<한국인 이야기 5,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어효첨(魚孝瞻 1405∼1475(태종 5∼성종 6))

조선 초기 문신·학자. 자는 만종(萬從), 호는 귀천(龜川). 본관은 함종(咸從). 1423년(세종 5) 생원이 되고, 29년 식년문과에 등과하여 예문관 검열에 오르고, 이어 대교로서 《태종실록》 편수에 참여하였다. 43년 집현전교리(集賢殿校理)를 역임, 세종의 총애를 받아 서연에서 《예기(禮記)》을 강의하였다. 46년 집현전응교, 53년(단종 1) 판내자시사, 54년 예조참의, 56년(세조 2) 이조참판, 58년 대사헌, 63년 이조판서를 각각 지냈다. 68년(예종 1) 동지중추부사, 74년(성종 5) 판중추부사로서 봉조하(奉朝賀)가 되었다. 가문의 영향으로 문장에 능하였고 성리학에 조예가 깊었다. 저서로 《예기일초(禮記日抄)》이 있다. 시호는 문효(文孝).

10월 15일 수요일

진보란 멋진 말이다. 진보는 변화가 만든다. 그러나 변화는 적을 만든다. <J. F. 케네디>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서로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마음에 詩 한편, 박은서 엮음, 주변인의 길, 2002.12. 30>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魯衛之政, 兄弟也. ｣ 재왈: “노위지정, 형제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노나라와 위나라의 정치는 형제와 같다.”

[임성삼; 두 나라의 정치가 모두 썩은 것을 한탄하는 말씀입니다.]

* 조선 명종 때 남명 조식이 선비 차림으로 경상도 정암 나루에서 강을 건너려 배를 기다렸다. 물품을 가득 실은 배 한 척이 지나가다 사공이 조 공을 알아보고 태우기 위해 강가에 배를 대려 하였다. 그 배에 타고 있던 윤원형의 종이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면서 사공에게 그냥 지나치라고 하였다.

이 배는 당시 세도가인 윤원형 대감이 개인 장사를 위해 구리와 철을 싣고 가고 있었다. 윤원형 집 종이 사공에게 말했다.

“우리 대감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지체하지 말고 곧장 배를 저어가도록 하라.”

그러자 사공이,

“아, 그렇지 않아요. 윤 대감에게 맞아 죽으면 원귀(寃鬼)가 되지만, 조 공을 괄시하면 악귀(惡鬼)가 된다오. 말리지 말아요.”

라고 말하면서 크게 웃고는 배를 나루에 대고 조식을 태웠다.

배에 탄 조 공이 배에 실려 있는 물건이 무엇이냐고 묻자, 종이 윤원형 대감 집의 동철(銅鐵)이 실려 있다고 대답하니, 조 공이 화를 내며,

“어찌 사대부가 구린내 나는 윤원형의 동철과 같이 타고 갈 수 있겠느냐? 이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하고는 구리와 철을 모두 강에 집어던지게 했다. 그 후 조 공은 자기가 내릴 곳에서 내렸다.

윤원형 집 종은 사공을 묶어 윤대감에게 끌고 가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야기를 들은 윤원형은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면서 말했다.

“너 이놈아, 정말 복도 없구나. 하필 조 공을 거기에서 만나다니 정말 복 없는 놈이다. 그 사공을 죄가 없으니 풀어주도록 해라.”(조선 중기)

<한국인 이야기 5,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10월 14일 화요일

스스로 사색하고, 스스로 탐구하고, 스스로 개척하고, 자기 발로 서라. <칸트>

기쁨이란 반지는

이해인

기쁨은

날마다 내가 새로 만들어

끼고 다니는 풀꽃 반지

누가 눈여겨보지 않아도

소중히 간직하다가

어느 날 누가 내게 달라고 하면

이내 내어주고 다시 만들어 끼지

크고 눈부시지 않아

더욱 아름다워라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많이 나누어 가질수록

그 향기를 더하네

기쁨이란 반지는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其身正, 不令而行; 其不正, 雖令不從. ｣

재왈: “기신정, 불령이행; 기부정, 수령불종.”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윗사람이 몸을 바르게 가지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일이 잘 진행된다. 만일 바르지 않으면 명령을 내려도 백성이 따르지 않는다.”

* 동쪽을 바라보니 푸른 산과 뜬 구름이 천겹 만겹으로 쌓여 있었다.

희미하여 그 진면목이 세세하게 보이지 않는 것은 태백산, 청량산, 문수산, 봉황산이고, 남쪽으로 얼른 나타났다 숨었다 하며 구름 사이로 아스라이 보이는 것은 학가산, 팔공산 등이었다. 그리고 북쪽으로 모습을 감추고 자취를 숨기며 한쪽으로 아득히 보이는 것은 오대산, 치악산 등의 여러 산이었다. 물이 바라보이는 것은 더욱 드물어서 죽계의 하류인 구대천과 한강 상류인 도담의 물굽이뿐이었다.

그때 종수가 말했다.

“산에 올라 멀리 볼 양이면 가을에 서리 내린 뒤나 오랫동안 내린 비가 막 갠 날이라야 좋습니다. 주 태수는 비 때문에 닷새 동안이나 꼼짝 못 하다가 날이 개자마자 곧장 올라갔는데, 그래서 멀리까지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묵묵히 그 뜻을 되새겨보았다. 처음에 무언가에 막혀 답답함을 느껴야 그 막힌 것이 터지는 통쾌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와서는 단 하루도 막힌 날이 없으니 어떻게 만리의 통쾌함을 얻을 수 있을까.

사리가 그렇다고는 해도 등산의 묘미가 꼭 한껏 멀리 보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백산 유람록, 이황> (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 이강엽 편역, 웅진닷컴, 2002)

10월 13일 월요일

늘 활동하고 있는 마음은 늘 즐겁다. 그것이 바로 행복의 참된 비결이자 지름길이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 4. 13 ~1826. 7. 4)>

마을 대장장이

롱펠로 (Henry Wadsworth Longfellow, 1807. 2. 27 ~1882. 3. 24)

가지 늘어뜨린 밤나무 아래

마을 대장장이 서 있네.

힘이 장사인 대장장이는

크고 마디 굵은 손에

억센 팔뚝의 근육이

무쇠같이 단단하네.

머리는 길고 검은 곱슬머리

얼굴은 햇빛에 탄 황갈색

이마는 정직한 땀에 젖은

제 손으로 벌어 먹고 사는 사람.

누구에게도 빚진 일 없으니

세상을 바로 보고 사는 사람.

한 주일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풀무질 소리 들리네.

무거운 쇠망치를 휘두르며

박자 맞추어 치는 소리.

마치 해질녘의 종지기가

마을 종을 울리는 소리와도 같네.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들이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네.

타오르는 용광로와

시끄러운 풀무질 소리

타작 마당의 왕겨처럼

날아오르는 불꽃을 잡고 즐거워하네.

일요일이면 그는 교회에 나가

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목사님 기도와 설교를 듣네.

[.....]

일하며 - 즐거워하며 - 슬퍼하며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네.

아침에 시작한 일

저녁에 끝마치고

꾀했던 일 이룬 보람으로

한밤의 휴식을 얻네.

고마워라, 고마워. 내 소중한 친구여.

그대 내게 준 가르침!

활활 타는 용광로 속에

우리들의 운명은 만들어지는 것.

우리의 불타는 행위도 생각도

소리 나는 모루 속에서 다듬어지는 것.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誦詩三百, 授之以政, 不達; 使於四方, 不能專對; 雖多, 亦奚以爲? ｣ 욀 송

재왈: “송시삼백, 수지이정, 부달; 사어사방, 불능전대; 수다, 역해이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시경의 삼백 편의 시를 모두 외울 수 있어도, 정치를 맡겼을 때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 사신(使臣)으로 가서 책임을 지고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비록 많이 안다고 해도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 <나의 꽃 문화 산책, 손광성 지음, 을유문화사, 1996>

중국 육조(六朝) 시대에 들어오면 국화는 사람들의 완상용으로 더욱 사랑을 받게 된다.

'국화는 다섯 가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니,

동그란 꽃송이가 높다랗게 달려 있음은 천극(天極) 즉 하늘을 본뜸이고,

잡색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황금색은 땅의 빛깔이요,

일찍 심어 늦게 핌은 군자의 덕이며,

서리를 이겨 꽃을 피움은 강직한 기상이요,

술잔에 동동 떠 있음은 신선의 음식이다.'

이것은 종회라는 이가 그의 <국화보>란 글에서 한 말이다.

그러나 국화가 시인 묵객들 사이에서 시쳇말로 ‘붐’을 일으키게 된 것은 진(晋)나라의 시인 도연명으로부터이다.

'채국동리하(採菊東籬下)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

동쪽 울밑에 국화 꺾어 들고,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네'

다른 시도 그렇지만 사실 이 시구만은 원문으로 읽어야 제 맛이 난다. 이 시에는 가을의 계절감과, 또 한 해의 마지막을 보내는 시인의 심회가 완곡하게 나타나 있다. 동쪽 울바자 밑에 석양이 비스듬히 떨어지는 오후, 한 송이 노란 국화를 꺾어 든 채 바라보는 남산은 벌써 단풍이 피처럼 붉다. 살아온 세월과 남은 시간을 생각하며 아득히 먼 곳에 눈을 보내고 있는 시인, 어쩌면 동양화에서 자주 보아온 탈속한 선비요 신선의 넉넉한 풍모라 하겠다.

아침에 돋는 햇빛을 받을 때보다 저녁 석양이 떨어질 때 국화는 한층 더 눈부시다. 국화를 동쪽 울타리 밑에 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송나라 주무숙은 국화를 보고 ‘숨어 사는 선비’라는 뜻으로 은일(隱逸)자(者)라고 부르기도 했다. 같은 시대 범석호라는 이는 말하기를, “가을이 되면 모든 초목들이 시들고 죽는데 국화만은 홀로 싱싱하게 꽃을 피워 풍상 앞에 오만하게 버티고 서 있는 품이, 마치 산인(山人)과 일사(逸士)가 고결한 지조를 품고, 비록 적막하고 황량한 처지에 있더라도 오직 도(道)를 즐기어 그 즐거움을 고치지 않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라고 했다. 주무숙이나 범호나 모두 도연명의 세계에 깁이 공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 국화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은 것은 우선 먹을 수 있는 풀이라는 데에 이유가 있었다. 사람들이 그 아름다움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나중 일이다. 원시인들의 동굴 벽화에는 짐승 그림만 있고 화초 그림은 없다. 수렵 생활을 하는 그들의 관심의 대상은 동물뿐이었다.

인간이 꽃을 그림으로 그리고 옷과 가구 등속에 장식으로 하게 된 것은 5,000년 전 수렵 생활을 끝내고 농경 생활로 접어들면서부터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니까 인간이 꽃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된 역사는 5,000년을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처음에는 꽃도 실용성이 있는 것만 사랑을 받았다. 공리성을 떠나 순수미를 깨닫게 된 것은 그 후의 일이다. 국화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는 과정은 모든 꽃이 사람들의 사랑을 얻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국화는 우선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봄에는 움을 먹고 여름에는 입을 먹으며, 가을에는 꽃을 먹고 겨울에는 그 뿌리를 먹는다. 봄 화전(花煎)놀이의 소재가 진달래였고, 가을 화전놀이의 소재는 국화였다. 말린 국화를 찻속에 넣어서 먹기도 한다. 향기가 그윽하다. 국화를 넣어 담근 국화주는 일명 연명(延命)주(酒)라고 해서 명을 연장해 주는 장수 식품인 동시에 액땜을 해 주는 주술적인 술이기도 했다.

전설적인 인물 팽조는 국화주를 마시고 800살까지 살았다고도 한다.

국화는 먹을 뿐만 아니라 꽃을 말린 것을 베갯속에 넣으면 두통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이불 속에 넣으면 잠자리에서 그윽한 향내를 맡을 수 있다.

옛날 문 창호지를 바르던 시절, 어머니는 국화가 한창일 때쯤 해서 어느 화창한 날을 골라 문을 바르셨다. 그 때 국화로 손잡이 부분에 문양을 놓고 삼각형 한지를 붙였다. 하얀 창호지 너머로 은은히 우리어 나오던 노란 국화의 빛이 지금도 눈에 삼삼하다.

- 세종 때 우리나라의 국화의 종류는 20여 종이라 했다. 지금 세계적으로는 4,000여 종에 달한다. 국화는 화훼(花卉) 가운데 가장 진화한 꽃이다. 이처럼 교배종이 많은 것은 사람들이 국화를 몹시 사랑하기 때문에 그 수요에 따라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내서 그리 된 것이다. 장미의 종류가 2만여 종이나 되는 것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장미 다음으로 변종이 많은 꽃임에는 틀림이 없다.

- 국화의 종류를 크기에 따라 나누면, 꽃송이 지름이 18센티미터 이상인 것을 대국(大菊)이라 하고, 9센티미터 이상인 것을 중국, 그 이하인 것을 소국(小菊)이라 한다. 이것을 다시 대륜(大輪), 중륜, 소륜(小輪)으로 나누기도 한다. 또 꽃잎의 모양에 따라 후물(厚物), 관(管)물, 광(廣)물이라 하는데, 후물은 꽃잎이 두터운 것을, 관물은 꽃잎이 가는 대롱처럼 생긴 것을, 광물은 꽃잎이 넓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계절에 따라서 하국(夏菊), 추국(秋菊), 동국(冬菊) 또는 한국(寒菊)으로 나눈다.

- 들국화란 말은 종(種)의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문인들이 만들어 낸 이름일 뿐이다. 마치 들장미가 장미의 종명이 아닌 것과 같다. 우리가 들국화라고 부르는 것은 구절초, 개미취, 개쑥부쟁이 같은 꽃이다. 하지만 들국화는 지금 모든 야생종 국화의 대명사가 되어 우리의 정서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들국화는 어느덧 우리들의 사랑을 받는 꽃이 된 것이다.

- 금년 가을에는 꼭 간송(澗松) 미술관에 다녀오려고 한다. 미술관 오솔길에 피어 있을 노란 산국이 보고 싶어서이다.

<나의 꽃 문화 산책, 손광성 지음, 을유문화사, 1996>

10월 10일 금요일

역경에 대처하는 것은 거의 모두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물됨을 시험하고자 한다면 그에게 권한을 부여하라. <링컨(Abraham Lincoln, 1809. 2. 12~1865. 4. 15)>

[임성삼; 우리나라에서는 올 해 많은 사람들이 새로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말의 빛

이해인

쓰면 쓸수록 정드는 오래된 말

닦을수록 빛을 내며 자라는

고운 우리말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억지 부리지 않아도

하늘에 절로 피는 노을 빛

나를 내어주려고

내가 타오르는 빛

“고맙습니다”라는 말은

언제나 부담 없는

푸르는 소나무 빛

나를 키우려고

내가 싱그러워지는 빛

“용서하세요”라는 말은

부끄러워 스러지는

겸허한 반딧불 빛

나를 비우려고

내가 작아지는 빛

---이 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작은 위로, 이해인 시집, 열림원,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樊遲請學稼, 子曰: ｢吾不如老農. ｣請學爲圃. 曰: ｢吾不如老圃. ｣ 심을 가, 밭 포; 들 일

번지청학가, 재왈: “오불여노농.” 청학위포. 왈: “오불여노포.”

번지가 곡식 가꾸는 법을 배우기를 청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늙은 농부만 못하다.”

채소 가꾸는 법을 배우기를 청했다. 대답하시기를 “나는 채소 가꾸는 노인보다 못하다.”

樊遲出. 子曰: ｢小人哉, 樊須也!

번지출. 재왈: “소인재, 번수야!

번지가 나갔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번지는 소인이구나.

上好禮, 則民莫敢不敬; 上好義, 則民莫敢不服; 上好信, 則民莫敢不用情. 夫如是, 則四方之民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 포대기 강

상호례, 즉민막감불경; 상호의, 즉민막감불복; 상호신, 즉민막감불용정. 부여시, 즉사방지민강부기자이지의, 언용가?

윗사람이 예절을 좋아하면 백성이 어찌 감히 경건하지 않겠으며,

윗사람이 의(義)를 좋아하면 백성이 어찌 감히 복종하지 않겠는가.

윗사람이 신의를 좋아하면 백성이 어찌 감히 인정이 없겠는가.

그렇게 되면, 사방의 백성이 어린 자식을 포대기에 싸 업고 모여들 것이다. 어느 틈에 농사를 짓겠는가?“

* 옛날 풍습에는 지방 관장의 임명을 받으면 부임하는 날 한양에서 나가는 성문 밖 한적한 곳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마련한 다음, 평소 알고 지내던 친구들이 각기 술과 안주를 준비해가지고 가서 술을 권하고 전별연을 열어주었다.

조선 영조 때 송순명이 평안감사로 임명되어 부임하는 날 이런 전별연이 열렸다. 아직 잔치가 채 끝나기 전에 주인공인 송순명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이 근처 가까운 곳에 있는 내 고모님 댁에 들려 잠깐 작별인사를 하고 오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한참 만에 돌아온 송순명은 오자마자 곧 부하들을 재촉해 출발 명령을 내리면서, 모인 손님들께 작별 인사를 했다.

이 자리에 있던 벼슬이 대관(臺官)인 김횡이 일어나 손을 저어 막으며 엄숙히 말했다.

“대감은 오늘 평양으로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송별연에서 손님을 두고 자리를 떠 사사로운 일은 본 것은 손님 접대에 있어서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고,

지금 막 남은 음식상을 물렸는데 하인들에게 식사할 시간도 주지 않고 출발을 재촉하니, 이는 아랫사람을 살피지 못하는 불통(不通)하정(下情)에 해당됩니다.

이래서 어찌 지방의 어른인 방백 임무를 수행하겠습니까? 내 지금 바로 대궐로 가서 주상께 상소하여 발령을 취소하겠으니, 대감은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말한 김횡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달려갔다. 그러나 송순명은 김횡이 농담으로 겁주려고 그러는 줄 알고 웃으면서 길을 떠났는데, 행차가 고양 지역에 이르니 정말 평안감사 발령 취소 명령이 전달되어 송순명은 되돌아오고 말았다.(조선 후기)

<한국인 이야기 5,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10월 9일 목요일

나는 까다롭지 않고 오히려 놀랄 만큼 부드러운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남의 말에 부화뇌동하지는 않는다. <대처(Margaret Thatcher, 1925. 10. 13~ )>

송도 감로사(松都甘露寺)

金富軾(김부식)

俗客不到處(속객부도처) : 속객 이르지 않은 곳

登臨意思淸(등림의사청) : 올라보니 생각이 맑아진다

山形秋更好(산형추갱호) : 산 모습 가을이라 더욱 좋고

江色夜猶明(강색야유명) : 강 빛은 밤이 되어도 여전히 맑다

白鳥高飛盡(백조고비진) : 흰 새는 높이 날아 사라지고

孤帆獨去輕(고범독거경) : 외로운 배 홀로 떠나 빨리도 멀어간다

自慙蝸角上(자참와각상) : 부끄러워라, 이 좁은 곳에서

半世覓功名(반세멱공명) : 반평생을 공명만 찾아 다녔다니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路曰: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

자로왈: “위군대자이위정, 자장해선?”

자로가 말했다. “위나라 군주가 선생님을 맞아 정치를 담당하게 하면,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가장 먼저 하시겠습니까?”

子曰: ｢必也正名乎! ｣

재왈: “필야정명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명분(名分)을 바로 세우겠다.”

子路曰: ｢有是哉, 子之迂也! 奚其正? ｣ 멀 우

자로왈: “유시재, 자지우야! 해기정?”

자로가 말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선생님께서는 현실과 멀다는 말씀을 들으시는 것입니다. 명분을 바로하시겠다니요?”

[임성삼; 그 당시 위나라는 군주인 아버지와 아들이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싸우고 있었습니다.]

子曰: ｢野哉由也! 君子於其所不知, 蓋闕如也. 덮을 개, 대궐 궐

재왈: “야재유야! 군자어기소부지, 개궐여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로는 속되구나.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일에는 참견을 않는 법이다.

名不正, 則言不順; 言不順, 則事不成;

명부정, 즉언불순; 언불순, 즉사불성;

명분이 바로 서지 않으면, 말이 불순해진다. 말이 불순해지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事不成, 則禮樂不興; 禮樂不興, 則刑罰不中; 刑罰不中, 則民無所措手足. 둘 조

사불선, 즉예약불흥; 예악불흥, 즉형벌부중; 형벌부중, 즉민무소조수족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예절과 음악이 일어나지 않는다. 예절과 음악이 일어나지 않으면 형벌이 도리에 맞지 않게 되고, 형벌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백성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君子於其言, 無所苟而已矣. ｣ 진실로 구

군자어기언, 무소구이이의.

그러므로 군자는 명분을 바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말을 하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군자는 그 말에 진실이 아닌 바가 없어야 한다.”

* 정작 우리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지만, 세계적인 언어학자들은 10월 9일이 되면 꼬박꼬박 덕수궁 세종대왕 동상 앞에 와서 절을 하고 갑니다. 세종대왕께서 큰 사랑으로 손수 만드신 글자 한글, 그래서 세계 문맹퇴치 상(償) 이름도 King Sejong Award입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2002>

* 오늘 동아일보; 최재천, 서울대 교수, 생물학.

- 현제 전 세계 인구의 90%가 그저 100개 남짓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10%의 사람들이 무려 6000개가량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사용 인구가 10만명 이상인 언어는 기껏해야 60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다행히 우리말은 사용인구로 볼 때 세계 12위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 한글의 우수성은 이제 세계가 인정한다. 우리에게 <제3의 침팬지>, <총, 균, 쇠> 등의 저서로 잘 알려진 석학 제러드 다이아몬드 박사는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합리적인 문자라고 극찬한다. 일찍이 <대지>의 작가 펄 벅 여사[임성삼; 1938년 노벨 문학상]로부터 영국 리즈대의 제프리 샘슨 교수에 이르기까지 한글의 탁월함을 부르짖은 이들은 수없이 많다.

- 특히 정보화시대을 맞아 컴퓨터에서 한글의 효율성은 한자나 일본어에 비해 무려 일곱 배나 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세종대왕님과 집현전의 학자들은 500년 전에 이미 컴퓨터 언어로서의 적합성까지 고려했던가보다. 그런데 이런 한글이 요사이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적으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국적은 물론 조상도 없는 후레자식의 언어로 전락하고 있다.

- 얼마전부터 뜻있는 학자들을 주축으로 '우리말로 학문하기'운동이 일고 있다. 지식수입의 시대를 넘어 지식창출의 시대를 열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란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생물학자인 나는 두 가지 지극히 간단한 제안을 하려 한다. 이제는 우리 시대에 가장 보편저인 용어가 돼버린 영어의 'genome'과 'DNA'의 우리말 표현에 관한 제안이다. 전자는 독일어도 아닌데 무슨 까닭인지 '게놈'이란 국적불명의 발음으로 불린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을 때 어느 학자가 제안한 '유전체(유전자+염색체)'라는 더할 수 없이 훌륭한 말이 있는데도 말이다. 또한 'DNA'를 우리 자판에서 영어로 미처 바꾸지 못한 채 치면 '움'이라는 말이 뜬다. 움은 '어린 새싹'이란 뜻의 우리말이다. 나도 우연히 실수로 발견한 것이지만 DNA의 기능을 표현하는 데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더 늦기 전에 이 멋진 우리말들로 바꿔 쓰면 좋겠다.

- 오늘은 제77회 '가갸날'이다.

* 동아일보의 '책의 향기' - 2003년 9월 27일

<세상을 바꾼 문자, 알파벳, 존 맨 지음, 남경태 옮김, 386쪽, 예지, 15000원>

여기서 알파벳이란 로마문자와 그리스문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알파벳은 모든 종류의 음소문자(音素文字, 각각의 기호가 발음을 지시하는 문자)를 일컫는다. ...

저자가 11개의 장(章) 중 한 장을 온통 한글 설명에 할애한 것은 크게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나아가 한글을 ‘알파벳의 꿈’, 즉 가장 이상적인 음소문자의 지위에 올려놓는다.

“고도로 세련된 사회의 뛰어난 산물인 한글은 어느 알파벳보다도 완벽으로 향하는 길에 오른 알파벳이고, 단순하고 효율적이고 세련되었으며, 모든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으로, 알파벳이 어느 정도까지 발달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논증이 정밀하지는 않지만 외국인의 글에서 이런 찬사를 듣는 일은 분명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10월 8일 수요일

비상시에는 무력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오직 정의, 부드러움, 배려, 협력만이 인류를 항구적인 평화로 이끌어갈 수 있다. <아이젠하워(Dwight D(avid) Eisenhower, 1890. 10. 14~1969. 3. 28), 미국 34대 대통령>

산에서

鄭道傳(정도전)

弊業三峰下(폐업삼봉하) : 하찮은 나의 가업 삼봉 아래 있어

歸來松桂秋(귀래송계추) : 돌아와 소나무와 계수나무의 가을을 맞네.

家貧妨養疾(가빈방양질) : 집이 어려워 병 수발도 어려우나

心靜足忘憂(심정족망우) : 마음이 고요하니 근심 잊기 족하다네.

護竹開迂徑(호죽개우경) : 대나무 가꾸려고 길 돌려내고

憐山起小樓(연산기소루) : 산이 좋아 작은 누각 세웠다네.

隣僧來問字(인승래문자) : 이웃 중이 찾아와 글자를 묻고

盡日爲相留(진일위상류) : 하루해가 다하도록 머물러있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曰: ｢焉知賢才而擧之? ｣曰: ｢擧爾所知. 爾所不知, 人其舍諸? ｣ 모든 제

왈: “언지현재이거지?” 왈: “거이소지. 이소부지, 인기사제?”

“현명한 인재를 어떻게 알아보고 등용합니까?”

“네가 아는 사람을 등용하라. 그러면 네가 알지 못하는 인재를 다른 사람들이 내버려두겠는가?”

* 종로 네거리 지하철 공사장 속 깊이서 국초의 종각 주춧돌이 원형대로 나타나 고스란히 옮겨다 경복궁 뒤뜰에 줄줄이 늘어놓았는데, 그 주춧돌의 수준이라면 지금보다 두어 길이나 낮은 길바닥을 옛 어른들은 걸었던 것이 된다.

* 모처럼 사온 붓이 손에 맞지 않아 밤새 이렇게도 그어보고 저렇게도 써보아도 애를 먹이더니 하루가 지나서야 제대로 말을 듣는다. 이것은 내가 이긴 것일까? 아니면 붓이 나에게 져준 것일까?

붓을 힘껏 눌러 한 획을 긋고 나서 붓끝이 도로 일어서지 않는다고 붓을 나무라는 이가 있기에 나는 이렇게 말했다.

“붓도 성깔이 있는데 살살 달래야지 억지로 해서야 되나요? 이렇게 끝이 삼분의 일만 종이에 닿게 다시 써보세요.”

한 획을 긋고 나서마다 벼루 바닥에 붓끝을 다듬는 이가 있다. 한 획을 긋고 난 후 붓을 돌려 잡고 옆 날로 다시 쓰면 새로 다듬어진 붓으로 긋는 것과 같은 획이 나온다.

붓을 매는 재료로 청서(靑鼠: 나무에 사는 날다람쥐)나 장액(獐腋, 노루의 겨드랑이 털)이 끝이 말을 잘 들어 좋긴 하나 휘청거리기 때문에 허리 아래로 황모(黃毛, 족제비 털)를 섞어 심을 박아 썼다. 그런데 요새는 구하기 힘들어 거의가 양호(羊毫: 양털) 일색이다.

양호같이 긴 털로 심을 박지 않고 그냥 맨 것이 무심필(無心筆)인데, 여간 필력이 좋지 않고는 휘어잡아 쓸 수 없다. 그래서 글방 학동들 중엔 왕거미를 붙잡아 거미줄을 뽑아 붓의 허리 아래를 감아 쓰기도 했으나, 훈장에게 들키면 글씨가 늘지 않는다고 혼이 났다. 그러면서 어른들은 책을 베끼거나 많은 잔글씨를 쓸 때 빳빳하게 풀먹인 붓의 끝 부분만을 살짝 풀어 편리하게 썼다.

붓에 먹을 묻힌 채 놔둬서 굳으면 다시 쓸 때 힘이 들고 또 털끝을 상하기 때문에 쓰고 나면 꼭 빨아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털의 결이 흐트러지고 여름이면 좀이 쓸 염려가 있다.

그러나 붓을 빨더라도 약간의 먹기운은 남겨서 털의 결을 골라 뾰족하게 말려두는 것이 좋다. 다음에 쓸 때 묽은 먹물에 담가두면 다소 굳은 것이 쉽게 풀린다. 서예학원에 가보면 꺼먼 먹물 그릇이 늘 그대로 있는 것은 청소를 안해서가 아니라 이런 소용으로 쓰기 때문이다.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

10월 7일 화요일

나의 적은 내 편이다. <에드먼드 버크, 1729~1797, 영국 정치가>

현명한 사람은 적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 <새, 아리스토파네스, 기원전 445~385>

서흥의 오운산사에 묵으며

宋翼弼(송익필)

仙境遺塵跡(선경유진적) : 좋은 경치에서 세상일 잊어버리고

迢迢鎖玉扃(초초쇄옥경) : 아득히 먼 곳에서 옥 빗장 걸어두네

沈吟秋欲老(침음추욕로) : 고요히 읊조리니 가을은 깊어가고

高臥醉初醒(고와취초성) : 숨어 편안히 살며 취하여 술이 깨네.

流水無留響(유수무류향) : 흐르는 물은 소리를 내지 않고

閒雲不定形(한운부정형) : 한가한 구름은 일정한 모양이 없네

道心隨鶴去(도심수학거) : 도를 따르려는 마음은 학을 따라 떠나

天遠入冥冥(천원입명명) : 하늘 머리 아득한 곳으로 들어가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宋翼弼 1534∼1599 (중종 29∼선조 32)

조선 중기 학자. 자는 운장(雲長), 호는 구봉(龜峯). 본관은 여산(礪山). 서출(庶出)로서 아우 한필(翰弼)과 함께 일찍부터 문명을 떨쳤고, 명문 자제들과 폭넓게 사귀었다. 초시(初試)를 한 번 본 외에는 과거를 단념하고 학문에 몰두하여 명성이 높았다. 이이(李珥)·성혼(成渾)과 함께 성리학의 깊은 이치를 논하였고, 특히 예학(禮學)에 밝아 김장생(金長生)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고양(高陽)의 구봉산(龜峯山) 밑에서 크게 문호를 열고 후진들을 양성하였다. 그 문하에서 김장생·김집(金集)·정엽(鄭曄)·서성·정홍명(鄭弘溟) 등 많은 학자들이 배출되었다. 시와 문장에 모두 뛰어났으며 이산해(李山海)·최경창(崔慶昌)·백광훈(白光勳)·최립·이순인(李純仁)·윤탁연(尹卓然)·하응림(河應臨) 등과 함께 선조 때의 8문가로 불리었다. 저서로는 시문집인 《구봉집》이 있다. 시호는 문경(文敬).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仲弓爲季氏宰, 問政. 子曰: ｢先有司, 赦小過, 擧賢才. ｣

중궁위계씨재, 문정. 재왈: “선유사, 사소과, 거현재.”

중궁이 노나라 대부 계씨 집안의 재상이 되었을 때 정치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맡겨야 한다.

작은 과실은 용서해야 한다.

현명한 인재를 등용해야 한다.”

* 강감찬의 초인적인 능력에 대한 전설은 처처에 전하고 있다. 충북 옥천의 어느 강가에는 전혀 모기가 나오지 않아서 천연적인 야영지이다. 전하는 말에, 강감찬이 군사를 거느리고 둔쳤을 때 모기가 들끓어 잠을 이루지 못하니까 장군이 듣고, “요놈들 모기야 자취를 감추어라”하고 한마디해서 천년이나 되도록 지금까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 광복 후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 이름을 민족적인 인물의 칭호를 얹어 정했을 때, 어느 고로(故老)는 그랬다.

“을지문덕, 원효대사, 강감찬과 이순신을 우리나라 4대 명인으로 꼽는데, 어찌 강감찬에게만 배당이 안 갔노?”

더구나 강감찬은 서울이 출생지이지 않은가? 그의 본관인 금천은 시흥 고을의 고호이다.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

10월 6일 월요일

너의 친구에 대해서 내게 말하라. 그러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네게 알려주겠다. <세르반테스, 1547~1616>

시골집

李德懋(이덕무)

荳穀堆邊細逕分(두곡퇴변세경분) : 콩깍지더미 옆 작은 길 나누어지고

紅暾稍遍散牛群(홍돈초편산우군) : 붉은 해 솟으니 소 떼는 여기저기로 흩어지네

娟靑欲染秋來峀(연청욕염추래수) : 산 아래 가을 하늘을 고운 푸른빛으로 물들이려니

秀潔堪餐霽後雲(수결감찬제후운) : 빼어나게 깨끗한 하늘에 비 갠 뒤 구름을 먹고 싶어라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路問政. 子曰: ｢先之, 勞之. ｣ 일할 로

자로문정. 재왈: “선지, 로지.”

자로가 정치에 대해 여쭈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백성보다 먼저하고, 백성을 위해 힘을 다하는 것이다.”

請益. 曰: ｢無倦. ｣ 게으를 권

청익. 왈: “무권.”

더 말씀해 주시기를 청하였다.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 서울의 중심가인 종로와 남대문로에는 양쪽 뒤로 좁다란 골목이 뚫려 있다(지금은 예외없이 술집이 연달아 있다). 다른 데는 없는데 어쩐 일일까?

옛날에는 위계 질서를 지키느라고 자비를 타고 지나다가도 상관을 만나면 말이나 가마에서 내려야 했다. 이 번거로운 일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자주 다니는 큰 길에는 이런 뒷길을 내어서 “이크, 저기 일산(日傘)이 떴다”하면 웬만한 관원은 잠깐 이 골목길로 피해가다가 다시 나와야 했다.

일반 평민이라도 장가가는 신행 행차만은 임금만 빼놓고 누구를 만나도 당당히 큰길 복판을 갈 수 있었다. 일생에 한 번 있는 경사라서 봐주는 것이다. 복장도 당상관이나 입는 자주 단령에 백마 타고 일산 받고... 단지 흉배만은 사양하여 달지 않았는데, 요새는 그저 화려한 것만 좋아해서 옛날에 빗대어 본다면 당하관이 입는 남빛 단령에 당상관의 쌍학 흉배를 달고, 단령은 특수한 것인데 아예 두루마기로 짓고... 고증이고 뭐고, 애꾸눈 세상에 가니까 두 눈 가진 이가 병신이더라는 식이다.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

10월 3일 금요일

재능이란 종기처럼 저절로 터지는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제목 없이

徐敬德(서경덕)

眼垂簾箔耳關門(안수렴박이관문) : 눈에는 발을 내리고 귀에는 문을 닫았으나

松籟溪聲亦做暄(송뢰계성역주훤) : 솔바람 개울물 소리도 소란하구나.

到得忘言能物物(도득망언능물물) : 말을 잊고 물성을 물성대로 보게 되니

靈臺隨處自淸溫(영대수처자청온) : 마음이 처하는 곳에 따라 저절로 맑고 따뜻하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2편 안연(顔淵)]

曾子曰: ｢君子以文會友, 以友輔仁. ｣ 증자왈: “군자이문회우, 이우보인.”

증자가 말했다. “군자는 학문으로 벗을 모으고, 벗을 통하여 어짊을 보충한다.”

* <개천절>

- 상원갑자(서력 기원전 2457) 시월 삼일

- 무진년(서력 기원전 2333) 시월 삼일에 단군이 건국한 날을 기념하는 날

- 개천절로 이름지은 것은 대종교. 1900년 1월 15일 나철 홍암대종사가 다시

기반을 갖추면서 새로운 기풍창달의 일환으로 개천절을 기념일로 정하고

매년 제례를 행하게 되었다.

- 광복 이후 국경일로 정하고 매년 거국적으로 행사를 하며 강화의 마니산,

태백산 제단과 여러 지역의 단군전에서는 제례를 올리고 있다.

* 순 서울내기들이 자기의 출신을 자랑 삼아 하던 말로 ‘삼각산 밑에서 짠물 먹고 자랐다’라는 말이 있다. 삼각산이란 북한산의 또 다른 이름이다.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의 세 봉우리가 반 공중에 우뚝 솟아 있대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의 서울 근방 일대의 옛날 이름이 ‘한’이다. 그래서 ‘한’ 지방에 있는 산이 한산이고, 강은 한강이다. 산은 남쪽을 양(陽)하고 물은 북쪽을 양이라 한다. 그러니까 한양(漢陽)이란 한산의 남쪽 기슭이요 한강의 북쪽 연안, 곧 지금의 서울을 가리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지금이니까 한강 상류, 하류 그러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강’하면 지금의 한남동 나루터만을 말했다. 한강대교가 놓인 곳은 ‘노들[노량(鷺粱, 해오라기 로, 기장 량)]강’이어서 한강에서 만나자면 한강리 곧 한남동으로 가야지 다리께로 가서는 통하지 않았다. 이것은 낙동강에서도 매한가지다. ‘낙동’ 나루터는 칠백 리 유역에 한 군데밖에는 없다.

각설하고, 서울의 성벽으로 둘린 성 안, 곧 ‘돌구멍 안’에 조선조 시대에는 대체로 10만 인구가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상수도 시설이 없었으므로 식수 사정이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자연히 찝찔한 물을 마셔야 했던 때문에, 시비가 붙으면 자기 자신 똑똑하다고 자랑 삼아 “나도 임마, 삼각산 밑에서 짠물 먹고 자란 놈이다”하고 으스댔던 것이다.

서울 본토박이들은 하얀 쌀밥을 해먹을 줄 모른다. 하얗게 쓸은 쌀은 어백미(御白米)라고 하여 임금님 수라상에나 오르는 것이어서 분수를 지키노라고 쌀밥을 안 해 먹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것은 상당한 재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서울 토박이라면 은수저를 안 쓰는 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백동 숟갈에 은으로 수복(壽福) 봉을 박고 젓가락도 끝의 3분의 1만 은으로 잇는다. 은을 쓰는 경우 음식이 변했거나 독이 들었을 때는 예민하게 반응을 보인다고들 하나, 은수저가 계란에 닿으면 유황분이 있어 까맣게 변하므로 꼭 그렇게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팥밥이라면 통팥을 삶거나 타서 두는데, 서울에서는 거피를 해서 둔다. 그러니까 팥알은 헤어지고 밥 전체에 불그스름하게 물이 든다. 쌀밥은 싱거워서 못 먹겠다고도 하나, 그냥 쌀밥을 하면 짠물에 불그스레하게 물이 들어 보기에 흉한 때문에 미리 카무플라주를 하는 것이다.

서울 산기슭에는 이름 있는 약수터가 많다. 여름 한철, 학교 갔다 오자마자 병을 가지고 약수를 길어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고역이었다. 상수도가 보급된 뒤에도 아이들이 길어온 시원한 약수를 마시는 것은 요사이 미네럴 워터를 드는 것만큼이나 고급의 낙이었다. 제사나 어른 생신에 쓰이는 하얀 쌀밥은 길어온 물이라야 되었다.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

10월 2일 목요일

친구와의 우정에서 파렴치한 일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또한 그런 요구를 받았을 경우에는 이것을 분명히 거부해야 한다. <우정에 대하여, 키케로, 기원전 106~43>

하늘의 조화

徐敬德(서경덕)

風餘月揚明(풍여월양명) : 바람 그치자 달이 밝게 비치고

雨後草芳菲(우후초방비) : 비 온 뒤 풀들이 향기롭다

看來一乘兩(간래일승양) : 하나가 둘을 타고 있는 것을 보니

物物賴相依(물물뢰상의) : 사물들은 서로 의존해 있구나

透得玄機處(투득현기처) : 현묘한 기미를 꿰뚫은 경지

虛室坐生輝(허실좌생휘) : 빈 방에 앉으니 광채가 난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2편 안연(顔淵)]

子貢問友. 子曰: ｢忠告而善道之, 不可則止, 無自辱焉. ｣

자공문우. 재왈: “충고이선도지, 불가칙지, 무자욕언.”

자공이 벗에 대해 물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충고하여 착한 길로 가게 하는 것이 벗이다. 이것이 불가능하면 사귐을 그쳐야 한다. 함께 어울려 자기도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 [가뭄이 들었을 때: ]

임금이 식사의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평소 거처하던 정전(正殿)에서 별채로 옮겨 근신하는 태도를 취한다.

농촌에서는 물에 사는 도롱뇽도 용의 일종이라고 보고, 개울로 다니며 버들가지로 툭툭 쳐서 그놈을 불러 비를 오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형식의 기우도 있다.

그 밖에 범의 머리를 깊은 소에 떨어뜨리고, 그 속의 용을 충동질하여 비오게 하는 장소가 한강에도 몇 군데 있었으나 정리되어 없어졌다.

다른 하나는 음양을 뒤집으면 비가 오리라 하여, 평소에 늘 닫아두던 숙정문(肅靖門, 편안할 정: 서울의 북대문으로, 삼청동을 거치면 성북으로 빠진다. 조선조 오백 년 동안 문루를 세우지 않는 것이 전통이었는데, 최근에 복원한답시고 문루를 세우고 단청을 올리니 이 역시 모를 일이다)을 열고 남대문을 잠갔다. 그러니 문 밖에 사는 이들이 얼마나 불편할까? 비는 안 와 짜증이 나는데, 서소문이나 남소문(지금의 장충단 고개에 있었다)을 통해야 오고 갈 수가 있었으니 얼마나 울화통이 터졌을까? 그래서 속에 맺힌 울분일랑 확 풀리라고 왼 것이 “호박국을 끓여라, 남대문을 열어라”였다.

호박국을 끓이라는 것은 그것을 먹고 부운 얼굴이 정상이 되라는 이야기다.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

10월 1일 수요일

왕이든 백성이든 자기의 가정에서 평화를 발견하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격언과 반성, 괴테, 1749~1832>

잠깬 뒤 우연히 짓다

李書九(이서구)

蕙花帶露香重(혜화대로향중) : 이슬 머금은 혜화 꽃, 향기 진하고

蕙葉飜風綠輕(혜엽번풍록경) : 바람에 나부끼는 연초록 빛깔

何處蝶歸忽忽(하처접귀홀홀) : 어디선가 나비 한 마리 날아드니

是時鶯語生生(시시앵어생생) : 이 때의 꾀꼬리 울음 또렷하구나.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2편 안연(顔淵)]

樊遲未達. 번지미달.

번지가 이해하지 못하였다.

子曰: ｢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 섞일 착, 굽을 왕

재왈: “거직착제왕, 능사왕자직.”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곧은 사람을 비뚤어진 사람 윗자리에 앉히면, 비뚤어진 사람도 곧아진다.”

樊遲退, 見子夏. 曰: ｢鄕也吾見於夫子而問知, 子曰, ‘擧直錯諸枉, 能使枉者直’, 何謂也? ｣

번지퇴, 견자하, 왈: “향야오견어부자이문지, 재왈, ‘거직착제왕, 능사왕자직’, 하위야?”

번지가 물러나와 자하를 보고 말했다. “조금 전에(그저께?) 내가 선생님을 뵙고 지(知)에 대해 물었더니 선생님께서는 ‘곧은 사람을 비뚤어진 사람 윗자리에 앉히면, 비뚤어진 사람도 곧아진다.’라고 하셨다. 무엇을 말씀하신 것일까?”

子夏曰: ｢富哉言乎! 자하왈: “부재언호!

자하가 말했다. “그 말씀이 참으로 풍요롭다.

舜有天下, 選於衆, 擧皐陶, 不仁者遠矣. 湯有天下, 選於衆, 擧伊尹, 不仁者遠矣. ｣

순유천하, 선어중, 거고요, 불인자원의. 창유천하, 선어중, 거이윤, 불인자원의.”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리실 때, 백성들 가운데서 고요를 등용하자 어질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탕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백성들 가운데서 이윤을 등용하자 어질지 못한 사람은 모두 멀어졌다.”

* 공무로 지방에 출장가는 관원이 증명서와 마패를 제시하면 거기서 마패에 새긴 만큼의 말을 차출한다. 새겨 있는 말의 수효는 하나에서 열까지인데 하나, 둘짜리는 크기가 접시만하지만, 열 마리짜리 쯤 되면 엽전 한 닢 반밖에 안 된다. 그래 세 마리짜리 마패를 내밀면 타는 말 하나에 짐 싣는 말 두 필을 역졸이 끌고 대동한다. 그러니까 말 잘 타는 사람이라도 달려서 빨리 가는 것이 아니라 사람 걷는 속도로밖에는 못 간다.

이렇게 해서 한나절 거리(서울에서 떠났으면 과천)를 와서 그곳 역에 인계한다. 점심 먹고 역마를 갈아타고 다시 한나절 만에 수원에 닿는데, 별수없이 거기 어디서 자야 한다.

중국에서는 기차 역을 참(站)이라고 한다. 우리말에서 한 ‘참’만 가면 된다 하는 것이 이것이다. 일정거리만큼씩의 주막을 이르던 모양인데 지금은 자취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보는 것이 버스 정류장을 ‘정, 류, 장’ 세 음절로 한 것이 아니라 ‘정거장’이 ‘역’으로 바뀌듯이 ‘참’의 제 이름을 찾아주었으면 어떨까 한다. 버스 참. ‘다음 참에서 내리세요.’ <오사리 잡놈들, 이종훈 지음, 한길사,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