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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8일 금요일

천재란 노력을 계속할 수 있는 재능이다. <에디슨>

추풍사삼장 3

李德懋(이덕무)

秋風凄凄兮鴻雁飛(추풍처처혜홍안비) : 가을바람 쓸쓸한데 기러기 훨훨 날아가고

歲聿其暮兮已授衣(세율기모혜이수의) : 이 해도 저물어가 벌써 솜옷을 갈아입네.

蒲柳驚秋兮木葉稀(포류경추혜목엽희) : 부들과 버들은 가을추위에 놀라 나뭇잎 성글고

我心悠悠兮陟崔巍(아심유유혜척최외) : 내 마음 유유히 높은 산에 올라본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4편 헌문(憲問)]

子曰: ｢君子而不仁者有矣夫, 未有小人而仁者也. ｣

재왈: “군자이불인자유의부, 미유소인이인자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이면서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소인이면서 어진 사람은 있은 적이 없다.”

* 우파니샤드

<우파>는 <가까이>, <샤드>는 <앉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하나 혹은 여러 명의 학생이 구루, 곧 선생님 앞에 앉는다는 의미다. 가르침은 - 오늘날에도 여전히 구루들에 의해 전수되고 있다 - 이해와 깨달음의 세 단계를 보여준다.

첫 번째 단계는 끈질기게 지속적으로 내면을 관찰하는 일이다. 감각, 소원, 기억, 추론, 사색 등을 무시하라. 이 모든 지적 작업을 옆으로 밀쳐내라. 이들은 외부의 사물을 다루기 위해 도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나 내용이나 개체성을 가진 것이 전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내면을 들여다보라. 마침내 그런 조작들 뒤에 숨어 있는 마음 자체를 느낄 때까지 그리고 의식 자체의 의식을 느낄 때까지 계속해라. 이것이야말로 모든 현상들이 토대로 삼는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기본적인 실체다. 구루들은 이런 근원적인 실체를 아트만(자아)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영어의 <혼(spirit)>, <영감(inspire)> 등과 마찬가지로 <숨결>을 뜻했던 말로 보인다.

두 번째로 모든 사물에는 우리 자신의 내면과 마찬가지로 내적이고 생명이 있고 비물질적인 힘의 숨결이 있다. 이것이 없다면 사물은 혼이 없고 동작이 없고 죽어 있을 것이며 어느 것도 살거나 자라지 못한다. 이들 살아 있는 모든 힘의 총합이 브라마(범천)이다. 생명과 생각뿐 아니라 모든 형태와 힘도 바로 그것에 의존한다.

세 번째로 아트만과 브라마는 원래 하나다. 우리 속에 들어 있는, 혹은 나무나 돌 안에도 들어 있는 비개체적 영혼 혹은 힘은 세계의 비인격적 영혼과 동일한 것이다.

우파니샤드 구루들 중 가장 사랑스런 인물 야즈나발키야가 제자인 슈웨타케투에게 이것을 설명하는 말을 들어보자.

“거기 그 무화과 열매 하나를 가져와라.”

“여기 있습니다, 선생님.”

“그것을 쪼개라.”

“쪼갰습니다.”

“거기 무엇이 보이느냐?”

“아주 작은 씨앗들이 보입니다, 선생님.”

“그 중 하나를 쪼개봐라.”

“쪼갰습니다.”

“거기 무엇이 보이느냐?”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친애하는 그대여, 네가 감각하지 못하는 이 가장 섬세한 정수-바로 이 가장 섬세한 정수에서 이 큰 나무가 자라 나온다. 내 말을 믿어라..... 이 가장 섬세한 정수야말로 온 세상의 혼이다. 그것이 실체다. 그것이 아트만이다. 타트 트밤 아시-그것이 바로 너다, 슈웨타케투야.”

“선생님, 내가 더욱 많은 것을 이해하도록 하시는군요.”

“그렇다면 그렇게 되어라.”

<역사 속의 영웅들, 월 듀런트, 안인희 옮김, 황금가지, 2002>

11월 27일 목요일

우연히 현명해진 사람은 없었다. <세네카/ 루킬리우스에의 서한집>

No man was ever wise by chance. Nulli sapere casu obtigit.

추풍사삼장 1(秋風詞三章1)

李德懋(이덕무)

秋風淅淅兮雁巳來(추풍석석혜안사래) : 가을바람 산들산들 기러기 벌써 날아오고

天濶雲淨兮梧葉摧(천활운정혜오엽최) : 하늘 넓고 구름은 깨끗한데 오동잎 떨어지는구나.

節屆高秋兮黃華開(절계고추혜황화개) : 계절은 하늘 높은 구월이라 국화꽃 피어

我心卽閒兮登彼臺(아심즉한혜등피대) : 내 마음 한가하여 저 누대에 오르고 싶어라.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4편 헌문(憲問)]

南宮适問於孔子曰: ｢羿善射, 奡盪舟, 俱不得其死然; 禹稷躬稼, 而有天下. ｣

남궁괄문어공자왈: “예선사, 오탕주, 구부득기사연; 우직궁가, 이유천하.”

夫子不答, 南宮适出. 子曰: ｢君子哉若人! 尙德哉若人! ｣

부자부답, 남궁괄출. 재왈: “군자재약인! 상덕재약인!”

남궁괄이 공자님께 여쭈었다.

“예는 활을 잘쏘았고, 오는 큰 배를 뒤집을 만큼 힘이 세었으나 모두 제 명에 죽지 못하였습니다. 우와 직은 몸소 농사를 지었으나 마침내 천자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선생님께서 말씀을 하지 않으시니 남궁괄이 물러났다. 그 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사람 참으로 군자답구나! 그 사람 참으로 덕을 숭상하는 사람이다.”

* 소탈하여 구애되지 않는 친구는 나의 용렬함과 비속함을 일깨워주고,

두루 통달한 친구는 편벽됨을 깨뜨려주고,

박식한 친구는 좁은 견문을 열어주고,

고매한 친구는 속물스러움을 떨쳐주고,

진중한 친구는 경망스러움을 다스려주고,

담박한 친구는 호사함에 쏠리는 마음을 없애준다.

<야언, 신흠><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 이강엽 편역, 웅진닷컴, 2002>

11월 26일 수요일

미련한 자는 먼 곳에서 행복을 찾고, 현명한 사람은 자기 발 밑에서 행복을 키운다. <J. 오펀하임/ 현인>

老松(노송)

張顯光(장현광)

風霜一夜經(풍상일야경) : 하룻밤 서리에

百卉皆黃落(백훼개황락) : 온갖 초목들 다 시드는데

庭畔獨偃蹇(정반독언건) : 늙은 소나무 뜰 가에 우뚝 솟아

蒼然依舊色(창연의구색) : 창연한 그 빛 그대로구나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4편 헌문(憲問)]

子曰: ｢有德者必有言, 有言者不必有德; 仁者必有勇, 勇者不必有仁. ｣

재왈: “유덕자필유언, 유언자불필유덕; 인자필유용, 용자불필유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덕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들을 만한 말을 한다.

그러나 들을 만한 말을 하는 사람이 반드시 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다.

그러나 용감한 사람이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

* 신정은 세조 임금의 즉위를 도왔던 신숙주의 아들로, 나이 30도 안 돼 재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더 많은 노비를 갖고 싶어했다.

고령현의 한 절에 있는 부유한 종을 자기 노비로 삼고자 임금의 도장을 위조하여 그 종을 자기 집으로 올려보내라는 공문을 만들었다. 이 옥쇄 위조 사건이 발각되어 옥에 갇히었다.

성종 임금은 신숙주가 세조 임금을 도왔던 공적을 감안하여, 신정이 죄를 회개하면 풀어주려고 마음먹고, 일부러 옥 앞을 행차하다가 신정을 불러내어 말했다.

“네가 진심으로 반성하면 특별히 너를 석방하겠다. 네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는가?”

그러나 신정은 오히려 거만하게 굴면서 화를 내었다.

“신의 선친이 전왕 때 불멸의 공적을 세웠는데, 노비의 문제를 가지고 신을 이렇게 구금하여 욕을 당하게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입니다.”

임금은 화를 내고 돌아가면서,

“진정 분별없는 사람이다. 저렇게 어리석을 수가 있나?”

뒤에 강희맹이 신정에 대해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력하게 탄핵하니, 신정은 곧 사형당했다.

신정의 아버지인 신숙주 또한 단종 임금이 죽음을 당한 뒤에 단종의 부인 송씨가 노비의 신분이 되니, 그 부인을 자기 집 종으로 달라고 세조에게 간청했다 거절당한 적이 있다. 이 아버지와 아들은 많은 노비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계속해 노비에 대한 욕심을 부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인 이야기 5, 가난한 공직자가 나라를 살린다,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11월 25일 화요일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성공 여부를 따져본 적이 없다. 그저 옳다고 여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고려하지 않고 행할 따름이다. <골다 메이어(Golda Meir, 1898. 5. 3~1978. 12. 8, 이스라엘 수상)>

한음 이덕형

큰 잔에 가득 부어 취토록 먹으면서

만고 영웅을 손꼽아 헤어보니

아마도 유령 이백이 내 벗인가 하노라.

이덕형: 1561(명종 16)-1613(광해군 5). 호는 한음(漢陰), 영의정.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 가서 구원병을 요청. 영창대군 처형과 폐모론에 반대하다 삭직, 양근에서 죽음. 글씨에 뛰어남.

오늘의 논어(論語) [제14편 헌문(憲問)]

子曰: ｢邦有道, 危言危行; 邦無道, 危行言孫. ｣

재왈: “방유도, 위언위행; 방무도, 위행언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베풀어지고 있을 때는 마음먹은 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좋다.

그러나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행동은 마음대로 하되 말은 공손하게 해야 한다.”

* 한 늙은 재상이 집을 수리하는 데 기와장수가 한 장당 4푼을 달라고 했다. 재상은 기와 값이 한 장에 3푼인 것을 알고 끝내 양보하지 않았다. 재상 집에 일하러 온 사람들이 말했다.

“대감마님, 그 돈 1푼 차이로 대감께서 직접 이렇게 싸우시면 체면이 손상됩니다. 그만 4푼에 사도록 하십시오.”

재상은 기와장수가 이 점을 노린 것임을 알고 있었으므로 정색을 하며 말했다.

“내가 돈 1푼을 더 주어 4푼에 사는 것은 아까운 것이 아니지만, 저 기와장수가 다른 데 가서 아무 재상이 4푼에 샀으니 다른 사람도 4푼에 사라고 하면서 나를 팔아 부당한 값을 받을 것이네. 이것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결과가 되는 것일세. 이것이 작은 일 같지만 내가 재상이기 때문에 사회질서에 관계되는 일에 공정하게 하려는 것이 내 목적이라네. 내가 재상이 아니라면 당장 4푼에 사겠네.”

듣는 사람들이 감탄했다. 기와장수도 이 말에 더 이상 우기지 않고 3푼으로 값을 정했다. (조선 후기)

<한국인 이야기 5,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11월 24일 월요일

낙관주의자는 모든 곳에서 푸른 신호들을 보며, 비관주의자는 붉은 신호등만을 본다. 그러나 진정으로 현명한 사람들은 색맹이다.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 1. 14 독일~1965. 9. 4 가봉)>

양지사석찬시

一然(일연)

齋罷堂前錫杖閑(재파당전석장한) : 재 마친 법당 앞에 석장은 한가한데

靜裝爐鴨自焚檀(정장로압자분단) : 향로를 손질하고 단향을 불사른다

殘經讀了無餘事(잔경독료무여사) : 남은 경을 다 읽으니 할 일이 없어

聊塑圓容合掌看(료소원용합장간) : 오직 원만한 모습의 불상 앞에 합장하노라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4편 헌문(憲問)]

子曰: ｢士而懷居, 不足以爲士矣. ｣ 품을 회; 마음

재왈: “사이회거, 부족이위사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비로써 편안한 곳만 찾는 사람은 선비라 일컬을 가치가 없다.”

[임성삼; 중요한 기준입니다.]

* 나폴레옹(1769~1821, 1799년 쿠데타로 통령 정부 수립, 황제 재위 1804~1815)

- 그는 책을 너무 좋아하여 전쟁에 나갈 때도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녔다. 어떤 전쟁에는 약 5만 권의 책을 가지고 나간 적도 있다. 그의 집무실, 침실, 화장실, 식당은 물론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책이 꽂혀 있었다. 마차 안에서도 독서를 했는데 책을 다 읽으면 창 밖으로 내던졌다고 한다.

- 나폴레옹은 평생 수많은 질병으로 고통을 당했다. 간질, 결핵, 뇌하수체부전, 말라리아, 매독, 비소 중독, 소화기 궤양, 신경성 피부염, 아메바성 농양, 위산과다, 이질, 조울증, 치질, 콜레라, .....

- 나폴레옹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을 존경하였다. 1799년 워싱턴이 죽었을 때 나폴레옹은 크게 안타까워했고, 프랑스 국민들에게도 10일 동안 애도를 표하고 술과 잔치를 자제하도록 명령했다.

- 그의 키는 169센티미터로 당시 프랑스에서는 평균적인 키였고 상당히 빈약한 체격이었다. 나폴레옹의 그림은 대부분 백마를 탄 늠름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는 말을 잘 타지 못하여 사냥을 나갈 때 말에서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 워털루 전쟁 당시 그는 치질이 심하여 의자에 앉아 있을 수도 없는 정도였다. 주치의는 전투 전날 다량의 진통제를 투여했다. 전투 당일 나폴레옹은 정신이 몽롱한 상태였고, 공격시간도 늦추는 등 판단 능력에 이상을 보였다.

- 그가 죽은 150년 후 유해의 머리카락을 과학적으로 검사했는데 정상인에 비해 비소가 60배나 많이 검출되었다. 소량의 비소가 오랜 기간 유입된 것으로 생각되었다.

1980년 나폴레옹이 마지막을 보냈던 거주지를 조사하던 중 그 방의 벽지에서는 상당한 양의 비소가 함유된 것이 발견되었다. [임성삼; 다른 문헌에서 당시에는 습한 지역에서는 벽의 곰팡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량의 비소를 벽에 바르는 일이 있었다.]

<세계 역사를 뒤흔든 인물, 조재선 지음, 지원 북클럽, 2003>

11월 21일 금요일

현자는 충고가 필요 없고, 바보는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프랭클린(B. Franklin, 1706. 1. 17~1790. 4. 17)>

어부사

慧諶(혜심)

海上烟岑翠簇簇(海上烟岑翠족족) : 바닷가 안개 쌓인 산봉우리 푸르게 솟아

洲邊霜橘香馥馥(주변상귤향복복) : 물가의 서리 맞은 귤은 향기도 짙어라.

醉月酣雲飽心腹(취월감운포심복) : 달에 취하고 구름에 맛 들여 마음이 만족하니

知自足何曾夢見聞榮辱(지자족하증몽견문영욕) : 스스로 만족함을 아는데, 어찌 부질없이 견문영욕을 꿈꾸리.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4편 헌문(憲問)]

｢克, 伐, 怨, 欲不行焉, 可以爲仁矣? ｣ 칠 벌; 공적, 공훈

“극, 벌, 원, 욕불행언, 가이위인의?”

“남을 이기려 하는 것, 자만, 원한, 탐욕을 버릴 수 있다면 어질다고 할 수 있습니까?”

子曰: ｢可以爲難矣, 仁則吾不知也. ｣

재왈: “가이위난의, 인즉오부지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어려운 일이겠으나, 나로서는 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 나는 쾌락이나 행복을 목적 그 자체로서 간주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으므로, 집단적 본능으로 축소된 개개인의 기쁨이란 것을 오래 전에 포기했다.

오히려, 이상적인 것들이 나의 노력을 유발시켰고, 삶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그것은 선함과 아름다움과 진리이다. 만일 내가 참된 사람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예술과 과학 안에서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이 이상을 끊임없이 따르고자 집요하게 매달리지 않았다면, 삶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류는 하찮은 것에 열중하고 있다. 말하자면 부(富)라든가 영광, 사치 등에 말이다. 난 이미 젊었을 때부터 이런 것들을 경멸해 왔다.

나는 정의와 사회참여가 특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들이나 그들의 공동체에 동화되기가 무척 어렵다. 아예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데, 그것은 내가 우주 고독한 부류의 인간이기 때문인 것 같다.

말 그대로의 완전한 의미에서 나는 실제 국가와 조국, 친구들, 가족들과 관련되어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내 마음은 이러한 관계들 앞에서 이상한 낯설음과 거리감을 느끼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거리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거나 조화를 이룰 때 부단히 경계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나는 순수함과 천진스러움을 잃어버렸다. 대신 독립성은 기를 수 있었다. 어떤 견해나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릴 때, 나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기대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을 실험했다. 확실히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아인슈타인, 박상훈 옮김, 한겨레, 1990>

11월 20일 목요일

인간을 파괴하지 않고 인간의 생명과 행복을 배려하는 것은 훌륭한 정부의 최우선이자 유일하게 적법한 목표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 4. 13 ~1826. 7. 4)>

연못에서 우연히 욾다

慧諶(혜심)

微風引松籟(미풍인송뢰) : 산들 바람 솔 소리 불러오니

蕭蕭淸且哀(소소청차애) : 소소하여 맑고도 구슬프다.

皎月落心波(교월락심파) : 흰 달이 못 물결 가운데 떨어지니

澄澄淨無埃(징징정무애) : 맑고 깨끗하여 티끌 하나 없구나.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4편 헌문(憲問)]

憲問恥. 子曰: ｢邦有道, 穀; 邦無道, 穀, 恥也. ｣

헌문치. 재왈: “방유도, 곡; 방무도, 곡, 치야.”

원헌이 수치에 대해 질문하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라에 도가 베풀어 질 때에도, 나라가 어지러울 때에도 모두 벼슬을 하는 것이 수치이다.”

[임성삼; 선비의 가장 중요한 요건이 “수치를 아는 것”이라고 앞 장에서 언급되었습니다.

여기부터 14편입니다.]

* 현재의 사회적 방종이야말로 그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보증해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방종은 보통 그 반대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역사상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연속적 장면의 하나는 방종의 시대에 이어 청교도적인 억제와 도덕적 규율의 시대가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네로와 코모두스와 그 이후 황제 치하 고대 로마의 도덕적 붕괴에 뒤이어 기독교의 융성이 등장하고, 마침내 콘스탄틴누스 황제에 의해 기독교가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고 보호를 받기에 이른다. 기독교는 질서와 예의의 원천이자 버팀목으로 여겨졌다.

보르지아 가문 사람들(교황 알렉산드로스 6세와 그 아들 체사레 보르지아)이 설치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용병대장들의 폭력과 성적인 문란함은 마지막에 교회의 정화와 도덕성의 회복이라는 결과에 도달하였다.

엘리자베스 여왕 치하에서의 문란함은 크롬웰 치하의 청교도주의로 넘어갔다가, 다시 그 반작용으로 찰스 2세 치하 영국의 무종교 상태로 바뀌었다.

프랑스 혁명 10년 동안 정부, 결혼, 가족이 붕괴되었던 일은 결국 나폴레옹 1세 치하에서의 법과 규율과 부모 권위의 회복으로 끝이 났다.

바이런과 셸리의 낭만적 이교주의와, 뒷날 조지 4세가 되는 영국 황태자의 방종한 행동은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단정함으로 넘어갔다.

이런 전례를 받아들인다면 우리 자녀의 손자들이 청교도가 되리라고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 속의 영웅들, 월 듀런트, 안인희 옮김, 황금가지, 2002>

11월 19일 수요일

잉여의 부는 그 소유자가 평생 동안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잘 운영해야 하는 신성한 위탁이다. <카네기(Andrew Carnegie, 1835. 11. 25 스코틀랜드~1919. 8. 11 미국)>

삼호(三湖) 도중에서

李德懋(이덕무)

江程獨往意悠然(강정독왕의유연) : 강 길을 혼자 다니니 마음 편안하고

雲物蕭森逈接天(운물소삼형접천) : 구름은 어슴푸레 줄지어 먼 하늘에 닿았구나.

野菊多垂欹石冷(야국다수의석냉) : 들국화가 많이 흐트러지고 비틀어진 돌은 차갑고

岸楓遙映斷霞姸(안풍요영단하연) : 언덕의 단풍이 멀리 비취고 끊어진 노을은 곱기도 하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善人敎民七年, 亦可以卽戎矣. ｣

재왈: “선인교민칠년, 역가이즉융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한 사람이 백성을 7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르치면, 백성을 전쟁에 나가게 할 수 있다.”

子曰: ｢以不敎民戰, 是謂棄之. ｣ 재왈: “이불교민전, 시위기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백성을 가르치지 않고 전쟁하게 하는 것은 그들을 버리는 것이다.”

* 정숙 옹주는 선조 임금의 딸이다. 그녀는 집이 좁은 것을 불평하여 (조카인) 효종 임금께 아뢰었다.

“이웃집이 바짝 붙어 있어 말소리가 서로 들리고, 처마가 좁고 드러나서 가리는 게 없습니다. 돈을 주시면 그 땅을 사겠사옵니다.”

이에 대해 임금은 (고모에게) 이렇게 하교했다.

“음성은 낮추면 들리지 않을 것이고, 처마는 가리면 보이지 않을 것인데 꼭 뜰을 넓힐 필요가 있으신지요? 사람의 거처는 그저 몸을 들일 만한 정도면 족한 것입니다.”

그러고는 억새풀로 만든 발을 두 벌 내려주며 말했다.

“이것으로 가리면 될 겁니다.”

<공사견문록, 정재륜> <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 이강엽 편역, 웅진닷컴, 2002>

11월 18일 화요일

무력은 모든 것을 정복하지만, 무력에 의한 승리는 오래 가지 않는다. <링컨(Abraham Lincoln, 1809. 2. 12~1865. 4. 15)>

늦가을

李德懋(이덕무)

小齋秋日不勝淸(소재추일불승청) : 조그마한 서재 가을날이 너무나 맑아

手整葛巾聽水聲(수정갈건청수성) : 손으로 갈포 두건 바로잡고 물소리 듣는다네.

案有詩篇籬有菊(안유시편리유국) : 책상에 시편 있고 울타리엔 국화 있으니

人言幽趣似淵明(인언유취사연명) : 사람들은 이 그윽한 멋을 도연명 같다 말하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路問曰: ｢何如斯可謂之士矣? ｣

자로문왈: “하여사가위지사의?”

子曰: ｢切切, 偲偲, 怡怡如也, 可謂士矣. 朋友切切, 偲偲, 兄弟怡怡. ｣

재왈: “절절, 시시, 이이여야, 가위사의. 붕우절절, 시시, 형제이이.”

자로가 질문했다. “어떤 사람을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정성스럽게 하고, 상세한 곳까지 힘쓰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선비라고 할 수 있다. 벗과는 정성스럽고 자상하며, 형제간에는 화목하게 지낸다.”

[계명원; 자상한 애정,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 같은 친절심, 봄바람과 같은 온화한 말씨와 태도]

* 백사 이항복이 관리 임명하는 직책을 담당하고 있을 때, 전혀 뇌물이 통하지 않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이즈음 백사의 조카 이탁남이 덕산 현감으로 발령을 받아 부임하니, 그 고을에 백사에 뇌물을 바쳐 관직을 얻은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는 삼촌에게 편지로 문의했다.

“숙부님은 청렴결백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에 와보니 숙부에게 뇌물을 바치고 관직을 얻은 아무개라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들입니다. 이 소문이 사실이옵니까?”

편지를 받은 백사가 그 사람의 이름을 알지 못하겠기에, 관리 임명 서류를 놓고 추적해보니 바로 친구인 한음 이덕형이 추천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음에게,

“자네를 믿었다가 크게 실망했네. 사람을 추천하면서 왜 뇌물을 받고 추천했는가? 자네도 뇌물을 받고 있는가?”

하고 불쾌하게 힐책했다.

이 말을 들은 한음은 깜짝 놀라면서,

“내 알아봐야 할 곳이 있네. 며칠만 기다리게.”

하고는 며칠 후 백사를 찾아와서 이렇게 말하고 용서를 구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에게는 시집가서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된 누이동생이 하나 있네. 평소 혼자 어렵게 사는 것이 보기 안쓰러웠는데, 지난번 관리 임명 때 한 사람을 부탁하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자네에게 추천한 것일세. 지금 알아보니 누이동생이 많은 재물을 받고 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었어. 정말 할말 없게 되었네. 용서해 주게나.”

이 이야기를 들은 백사는 편지를 써서 조카 이탁남에게 보내고, 앞으로의 관직 생활에 경계가 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백사와 한음은 이후에도 만나서 청렴결백하다는 말 듣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라고 하면서 웃곤 했다.

<한국인 이야기 5, 가난한 공직자가 나라를 살린다,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임성삼; 백사(오성)는 청백리에 녹선되었으나, 한음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두 분은 임진왜란을 겪으시면서도 항상 청렴을 유지하셨습니다.]

11월 17일 월요일

어제보다 오늘 더 현명해지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링컨(Abraham Lincoln, 1809. 2. 12~1865. 4. 15)>

대학을 읽고

安鼎福(안정복)

讀罷曾書夜已窮(독파증서야이궁) : 대학을 읽고 나니 이미 밤은 깊고

殘燈明滅影搖紅(잔등명멸영요홍) : 등불 깜박이며 그림자 붉게 흔들리네.

三更色動千山月(삼경색동천산월) : 삼경에는 달빛이 온 산에 요동치고

萬木聲傳一壑風(만목성전일학풍) : 나무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골짜기로 전해오네

世上浮名渾似夢(세상부명혼사몽) : 덧없는 세상 명리 모두가 꿈속 일이네.

箇中眞味孰能通(개중진미숙능통) : 이 속의 참 맛을 그 누가 다 알겠는가

勸君更討危微義(권군경토위미의) : 권하노라, 인심과 도심의 바른 뜻을 새겨볼 것을

意到誠時覺有功(의도성시각유공) : 뜻이 정말 성실하게 되었다면 공업을 이룬 것이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안정복(安鼎福, 1712∼1791(숙종 38∼정조 15))

조선 후기 실학자. 자는 백순(百順), 호는 순암(順菴)·한산병은(漢山病隱). 본관은 광주(廣州). 제천(提川) 출신. 1749년(영조 25) 만녕전참봉(萬寧殿參奉)이 되었고 72년 세자익위사익찬(世子翊衛司翊贊)·세손사부(世孫師傅), 다음해 세자익위사 위솔(衛率) 등을 지내며 세손(世孫;正祖)을 보도(輔導)했다. 75년 회인현감(懷仁縣監)·익찬을 지내고 병으로 사퇴하였으나 76년 목천현감(木川縣監)이 되어 선정을 베풀었다. 83년 돈녕부주부(敦寧府主簿)가 되고 89년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를 거쳐 이듬해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에 올라 광성군(廣成君)에 봉해졌다. 이익(李瀷)의 학문을 계승하였으며 성호학파(星湖學派)의 학자들과 교유하며 한국 역사의 정통성과 독자성을 내세워 훗날 민족사관 형성의 기초를 제공했으며, 천주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였다. 좌참찬(左參贊)에 추증되었다. 저서에 《동사강목(東史綱目)》《하학지남(下學指南)》《열조통기(列朝通紀)》 등이 있다. 시호는 문숙(文肅).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剛毅木訥, 近仁. ｣ 굳셀 강, 굳셀 의

재왈: “강의 목눌, 근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강직하고, 질박하고, 어눌하면 어짊에 가깝다.”

[임성삼; 공자님의 사상 중심인 '어진 것'에 대한 정의입니다.]

* 조선왕조에서 가장 정성을 다해서 지었던 건물은 바로 종묘였습니다. 그런데 종묘에 가 보면 이렇게 맞배지붕으로 단촐한 구조로 지어 놓고, 또 화려한 오색 단청을 쓰는 대신 그저 갈색과 녹색으로 간략히 보색대비만 시켜 놓았습니다. 월대(月臺)의 단을 돋우는 장대석도 긴 돌이 있으면 긴 돌 갖다 쓰고, 짧은 것은 또 짧은 것으로, 되는대로 반듯하게만 쌓았습니다. 아래 넓은 마당에는 박석을 깔았는데 역시 말씀 드린 대로 돌까뀌로 툭툭 쳐 다음었을 뿐입니다. 500년 갔던 나라가 돈이 없어 이렇게 만들었겠습니까? 국왕과 3정승6판서가 엄숙한 의례를 행하는 종묘 마당을 이렇듯 소박하게 마무리한 나라였기 때문에, 그런 나라였기 때문에 거꾸로 500년이나 간 겁니다.

사실 그래서, 실제로 가 보면 별것 없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반듯한 정신미가 느껴집니다.

지금의 문화 상황은 어떠냐 하면, 여기 종묘 칸칸이 신실(神室)의 문을 채우고 있는 자물쇠가 모두 미제(美製) 밀워키 회사 자물쇠입니다. 정말 기가 막히는 일입니다! 동시에 너무 상징적입니다! 아무리 도둑이 걱정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대처한 것에는 너무 자존심이 상합니다.

종묘는 애초 선왕 일곱 분 정도를 모시게끔 일곱 칸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라가 오래가면서 자꾸 선왕이 많이 생기니까 그대로 잇대어 증축을 했다고 그러죠. 그러고도 더 많은 선왕이 자꾸 생겨나니까 영년전이란 건물을 하나 더 지었습니다. 외형이 아닌 정신의 문화, 그리고 높은 안목의 문화, 이게 바로 조선의 정신이었습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2004>

11월 14일 금요일

나는 성공을 달라고 기도하지 않고 성실을 요청한다. <테레사(Mother Teresa 1910~1997)>

쌀을 뿌려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닭들이 서로 다투니

이싸[小林一茶]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君子泰而不驕, 小人驕而不泰. ｣ 클 태; 넉넉하다, 자유롭다

재왈: “군자태이불교, 소인교이불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태연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지만 태연한 곳이 없다.”

* 망상이 내달릴 때는 머리를 들어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빛을 쳐다보는데,

그렇게 하면 그 바른 기운 덕분에 온갖 잡념이 깨끗이 씻긴다.

또 정신이 좋을 때는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돌 한 덩이, 물 한 그릇, 새 한 마리,

고기 한 마리를 고요히 관찰한다.

그렇게 하면 가슴 속에 안개가 피어 오르고 구름이 이는 듯하여

마치 흔쾌히 스스로 터득되는 것이 있는 듯싶다가도

그 터득한 것을 다시 이해해 보려 하면 도리어 아득해지고 만다.

<이목구심서, 이덕무>

11월 13일 목요일

허물을 찾지 말고 해결책을 찾아라.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

마음 가는대로 쓰다

奇大升(기대승)

淸風動萬松(청풍동만송) : 맑은 바람에 소나무들 물결치고

白雲滿幽谷(백운만유곡) : 흰 구름은 그윽한 골짜기에 가득하구나.

山人獨夜步(산인독야보) : 산에 사는 사람 혼자 밤에 걷노라니

溪水鳴寒玉(계수명한옥) : 개울물은 찬 옥구슬 구르듯이 소리 내며 흐른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君子易事而難說也: 說之不以道, 不說也; 及其使人也, 器之.

小人難事而易說也: 說之雖不以道, 說也; 及其使人也, 求備焉. ｣

재왈: “군자이사이난열야: 열지불이도, 불열야; 급기사인야, 기지.

소인난사이역열야: 열지수불이도, 열야; 급기사인야, 구비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섬기기가 쉬워도 그를 기쁘게 하기는 어렵다. 바른 방법이 아니면 기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부릴 때는 그 기량에 맞추어 부린다.

소인은 섬기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쉽다. 바른 방법이 아니어도 기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부리는 데는 그 사람이 모든 것을 갖추기를 바란다. (그러므로 섬기기가 어렵다.)”

* 한 유태인 청년이 유태인 독일 철학자 모세스 멘델슨에게 말했다.

“멘델슨 박사님, 나도 당신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멘델슨이 대답했다. “당신의 인생을 사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자신의 아름다운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웃음속에 감춰진 지혜, 랍비 라비노위츠, 서림문화사, 1993>

11월 12일 수요일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고용주가 아니다. 그는 단지 돈을 관리할 뿐이다. 임금을 지불하는 것은 생산품이다. <헨리 포드(Henry Ford 1863∼1947)>

가을바람의 노래

李德懋(이덕무)

秋風淅淅兮雁巳來(추풍석석혜안사래) : 기러기 날아오고 가을 바람 살랑살랑 부는데

天　雲淨兮梧葉　(천활운정혜오엽최) : 오동잎 떨어지고 광활한 하늘에 구름은 맑다

節屆高秋兮黃華開(절계고추혜황화개) : 국화꽃 피어 절후는 구월인데

我心卽閒兮登彼臺(아심즉한혜등피대) : 내 마음 한가하니 저 누각에 오르고 싶어라.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貢問曰: ｢鄕人皆好之, 何如? ｣子曰: ｢未可也. ｣

자공문왈: “향인개호지, 하여?” 재왈: “미가야.”

｢鄕人皆惡之, 何如? ｣子曰: ｢未可也. 不如鄕人之善者好之, 其不善者惡之. ｣

“향인개오지, 하여?” 재왈: “미가야. 불여향인지선자호지, 기불선자오지.”

자공이 질문했다. “마을 사람이 모두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입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마을 사람 모두가 싫어한다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입니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 중 착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나쁜 사람들이 싫어하는 사람만은 못하다.”

* 우리 삶의 뜻

우리 삶에는 어떤 뜻이 있는가?

인간의 삶에는 도대체 어떤 뜻이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에는 종교만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라면 나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의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불행한 사람일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뜻을 분명히 느끼면서 살아갈 수도 없는 사람이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아인슈타인, 박상훈 옮김, 한겨레, 1990>

11월 11일 화요일

내가 바라는 우리나라는 군사력과 도덕적 절제, 재력과 지혜, 힘과 목적이 서로 잘 조화를 이룬 나라다. <케네디(John Fitzgerald Kennedy, 1917. 5. 29 ~1963. 11. 22)>

[임성삼; 지금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이, 군사력을 도덕적으로 절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고풍십구수(古風十九首)

金時習(김시습)

始皇倂六國(시황병육국) : 진시황 여섯 나라를 삼키니

時號爲强秦(시호위강진) : 그 때 사람들이 강진(强秦)이라 하였네

焚蕩先王書(분탕선왕서) : 선왕들의 책을 불살라 버리니

四海皆鼎新(사해개정신) : 온 세상이 다 새로워 졌었지

自稱始皇帝(자칭시황제) : 스스로 시황제라 칭하니

率土皆稱臣(솔토개칭신) : 천하 백성이 신하가 되었네

防胡築長城(방호축장성) : 오랑캐를 막고 만리장성을 쌓고

望海勞東巡(망해노동순) : 바다 보려 수고로이 동쪽 땅 돌기도 했어라

驪山宮闕壯(려산궁궐장) : 여산 궁궐은 장대하고

複道橫高旻(복도횡고민) : 복도가 높은 하늘 가로질렀지만

楚人一炬後(초인일거후) : 초나라 사람 한 번 올린 횃불에

空餘原上塵(공여원상진) : 언덕 위에 티끌만 남아 있다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君子和而不同, 小人同而不和. ｣ 재왈: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남과 사이좋게 지내나 패거리를 짓지는 않는다.

소인은 패거리는 지으나 사이좋게 지내지는 못한다.”

[임성삼; 근래 우리들은 패거리를 이루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개념을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 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 중에서 어떤 집단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하더라도 그것만이 가장 중요하고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내가 볼 때 대개의 집단은 어리석음과 우둔함의 열등한 사슬에 묶여 있는 반면,

아름다움을 창출해내고 숭고한 것을 고양시키는 것은 자유롭고 감수성이 뛰어난 창조적인 개인이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아인슈타인, 박상훈 옮김, 한겨레, 1990>

11월 10일 월요일

하나에만 전념해야 한다. 자신이 결정한 한 가지 목표만을 추구하라. <패튼(George Smith Patton, 1885∼1945)>

내가 경전을 읽고 있는 사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쿄로쿠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不恆其德, 或承之羞. ｣ “불항기덕, 혹승지수.”

“또 역경에 ‘덕이 흔들린다면 언젠가는 치욕을 받게 된다’는 말이 있다”

子曰: ｢不占而已矣. ｣ 재왈: “불점이이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점을 치지 않아도 틀림 없는 사실이다.”

[임성삼; 세상에는 상식으로만 생각해도 점치는 것보다 더 정확히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 세조를 적극적으로 도와 정변에 큰 공을 세운 한 장사꾼에게 세조가 보답의 의미로 친필 서약서를 써주었다.

‘사형의 죄를 세 번까지는 용서한다(三死無與)’

거만해진 이 사람은 부당한 짓을 많이 저질렀고, 성종 때에 와서 살인죄를 저질러 구금되었다. 성종 임금은 세조의 서약서와 상관없이 이 장사꾼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시적인 은혜로 결코 공공의 법을 대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세조의 왕후 정희대비는 벌주는 것을 반대했다.

“선왕의 처치에 의한 것이니, 선왕께서 서약한 대로 세 번까지는 용서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성종은 다음과 같이 항의했다.

“할머니께서 제 처치를 끝까지 반대하시면 저는 임금을 못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임금의 자리를 넘겨주도록 하십시오.”

정희대비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앞으로는 간섭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좋다. 죽이든 살리든 네 마음대로 해라. 관여하지 않겠다.”

<한국인 이야기 4 임금님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11월 7일 금요일

어둠은 어둠을 몰아낼 수 없고, 오직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습니다. 증오는 증오를 몰아낼 수 없고, 오직 사랑만이 증오를 몰아낼 수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 1929∼1968)>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이싸[小林一茶]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南人有言曰: ‘人而無恆, 不可以作巫醫.’ 善夫! ｣ 반달 긍; 늘

재왈: “남인유언왈: ‘인이무항, 불가이작무의.’ 선부!”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남쪽 사람들의 속담에 ‘사람으로서 꾸준함이 없으면 무당이나 의원도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참으로 옳은 말이다.”

[계명원 역; 사람으로서 꾸준함이 없으면 무당의 굿도 소용없고, 의원의 약도 듣지 않는다]

* 나는 생명의 신비 앞에서 가장 강렬한 감동을 받는다. 이 감동이야말로 아름다운 것과 참된 것의 바탕을 이루고 예술과 과학의 원동력이 된다. 만일 이러한 감동을 느껴본 적이 없거나 경이감과 놀라움을 체험해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살아 있으나 죽은 자고, 결국 눈뜬 장님일 뿐이다.

이러한 경외심으로 가득찬 신비함이 종교를 탄생시킨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인식으로 파악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최상의 질서와 불변의 아름다움을 경험한다. 그리고 나는 이 불가사의함을 포착하기에는 인간의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러한 경험과 고백이 바로 종교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나는 또한 이런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종교적인 사람이다.

나는 자기의 창조물에게 상을 주거나 벌을 주는 그러한 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 또 자기의 의지를 경험에 맞추어서 조정하는 그러한 신도 생각할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육체가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를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나는 그 사람을 연약하고 겁에 질린 어리석은 이기주의자라고 규정하겠다.

나는 생명의 영원한 신비를 묵상하는 데 싫증난 적이 없다. 그리고 나는 직관을 통해서 존재의 놀라운 신비를 바라보고 있다. 존재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좀 서툴다 할지라도, 나는 나의 존재이유가 삶 안에서 드러나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아인슈타인, 박상훈 옮김, 한겨레, 1990>

11월 6일 목요일

우리가 만든 것은 엄격한 원칙에 충실한 기업 조직이다. <레이 크로크, 1955년 4월 15일 맥도널드 창립>

밭도 아름답다

이해인

바다도 아름답지만

밭도 아름답다

바다는 멀리 있지만

밭은 가까이 있다

바다는 물의 시지만

밭은 흙의 시이다

상추, 쑥갓, 파, 마늘

무, 배추, 당근, 오이

흙냄새 나는 이름들을

하나씩 불러보면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새로움, 놀라움

고마움의 빛

나는 더없이 부드럽고

따뜻하게 열려 있는

엄마 밭이 되고 싶다

흙의 시가 되고 싶다

<작은 위로, 이해인 시집, 열림원,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曰: ｢不得中行而與之, 必也狂狷乎! 狂者進取, 狷者有所不爲也. ｣

재왈: “부득중행이여지, 필야광견호! 광자진취, 견자유소불위야.”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중용의 길을 걷는 사람과 함께할 수 없으면, 반드시 과격하거나 고집이 센 사람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 과격한 사람은 진취적이고, 고집 센 사람은 그래도 하지 않는 일이 있다.”

* 친절함이 있는 곳에서는 거룩함도 빨리 자라납니다. 친절한 이가 길을 잃고 방황한다는 말을 나는 결코 듣지 못했습니다.

사랑과 친절의 결핍으로 세상은 길을 잃은 듯합니다.

<마더 데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이해인 옮김, 샘터, 2002>

* 성종 임금이 성균관에 가서 공자를 모신 문묘(文廟)에 참배하고 온 후 병이 났다. 세조의 왕후 정희대비[성종 임금의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무당에게 물으니 공자 사당의 신이 조화를 부렸다고 대답했다. 대비의 명령으로 성균관 대성정 뜰 한 가운데서 큰 굿을 하게 했다. 그러자 유생들이 무당과 대궐에서 나온 궁인들을 때려서 내쫓고, 설치한 모든 장식과 물품을 모두 부수어 철거하였다.

대비는 크게 화를 내며 성균관 유생들을 모두 잡아들이게 하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성종은 앓아 누웠다가 베개를 집어던지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앉으며,

“나의 태학생들이 이와 같은 정의로운 기개를 가지고 있느냐? 매우 장하고 기특하다. 이러한 처사를 칭찬해야지 벌은 무슨 벌?”

하면서 빨리 음식을 마련하도록 명령했다.

잡혀온 유생들을 근정전 뜰로 데려와 크게 잔치를 열어 위로하였다. 잔치가 끝난 다음 유생들이 돌아갈 때 후추 한 되씩을 선물로 내려주었다.

<한국인 이야기 4 임금님의 똥은 개도 안 먹는다, 김현룡 지음, 자유문학사, 2001>

11월 5일 수요일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넣는데 주저함이 없는 지도자는 올바른 지도자가 아니다. <골다 메이어(Golda Meir, 본명은 Goldie Mabovitch. 결혼 후 이름은 Goldie Myerson, 1898. 5. 3~1978. 12. 8)>

항장암에 묵으며 풍계를 만나 서로 화답하다

秋波泓宥(추파홍유)

君自何山至(군자하산지) : 자네는 어느 산에서 왔는가

我從黃獄來(아종황옥래) : 나는 황악산에서 왔지

相逢成一笑(상봉성일소) : 서로 만나 한바탕 웃는데

秋色入庭槐(추색입정괴) : 가을빛이 뜰안 회나무 속으로 든다

<오세주의 한시 감상실, http://osj1952.com.ne.kr/index.html>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曰: ｢敢問其次. ｣曰: ｢言必信, 行必果, 硜硜然小人哉! 抑亦可以爲次矣. ｣

왈: “감문기차.” 왈: “언필신, 행필과, 경경연소인재! 억역가이위차의.”

“감히 그 다음을 묻습니다.”

“말에 반드시 믿음성이 있고, 행동을 하면 반드시 성과를 거두는 사람은 돌같이 딱딱하여 소인이기는 하지만, 그 다음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

曰: ｢今之從政者何如? ｣子曰: ｢噫! 斗筲之人, 何足算也. ｣

왈: “금지종정자하여?” 자왈: “억! 두초지인, 하족산야.”

“지금 정치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어떻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아! 한 말들이 밖에 안 되는 소인을 어찌 셈에 넣을 수 있겠느냐?”

* 송나라의 조계인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평생 세 가지 소원이 있다.

세상의 좋은 사람은 모두 알기를 원하고,

세상의 좋은 글은 모두 읽기를 원하고,

세상의 경치 좋은 산천은 모두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나도 또한 세 가지 소원이 있으니,

세상의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세상의 좋은 일을 하고 싶고,

세상의 좋은 경치를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봉유설, 이수광>

<맑은 바람이 그대를 깨우거든, 이강엽 편역, 웅진닷컴, 2002>

11월 4일 화요일

나는 앞으로도 항상 내가 가장 탐내는 것, 즉 정직한 품성을 유지할 만큼 굳고 고결한 미덕을 가지고 있기를 바란다.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32. 2. 22(구력 2. 11)~1799. 12. 14)>

발에는 흙을

작자 미상

발에는 흙을

손에는 연장을

눈에는 꽃을

귀에는 새소리를

코에는 풀냄새를

가슴에는 노래를

피부에는 땀을

마음에는 바람을.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류시화 엮음, 나무심는 사람, 2000>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曰: ｢敢問其次. ｣曰: ｢宗族稱孝焉, 鄕黨稱弟焉. ｣

왈: “감문기차.” 왈: “종족칭효언, 향당칭제언.”

“감히 그 다음가는 선비의 요건을 묻습니다.”

“친척들이 효성스럽다고 말하고, 동네 사람들이 공손하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 오늘 우리 옛 그림을 보고도 느끼셨겠지만 건축이며, 도자기며, 옷이며, 춤이며,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 우리 한국의 전통 문화는 중국, 일본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실은 완전히 속내가 다릅니다. 춤을 춰도 춤사위가 아주 걸지고 씩씩하며, 음악도 삼박자에 농현(弄絃)이 출렁출렁해서 속 맛이 아주 깊습니다. 전혀 다른 차원의 예술 세계입니다.

사실 세상에 예술이며 문화만큼 울타리가 높은 것은 없습니다. 예술에 국경이 없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의 국경이야말로 지구상에서 가장 높습니다. 여러분, 우리나라의 문화재는 우리 조상들께서 만드신 거고, 우리 조상들의 삶과 얼을 담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마땅히 사랑하고 연구해야 할 대상입니다. 또 우리가 세계로 들고 나가서 이것을 자랑하고 선전해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모두 우리 자신이 맡아서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 경제 발전을 이루고 우선 먹고 사느라고 문화 쪽에 신경을 많이 못 썼습니다. 또 일제 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너무나 많은 소중한 우리 문화가 파괴되었습니다.

특히 문화 쪽에서는 일제강점기보다도 광복 후 미국 영향하에서 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일제하에서는 일본 사람들에 대한 적개심이라도 있어서 우리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남아 있었지만, 미군이 밀가루 포대를 싸들고 와서 도와 주는 척 하니까, 그만 뱃속의 간과 쓸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내주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 문화는 사라져 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각 분야에 훌륭한 분들이 많이 남아 계십니다. 전통을 이어야 합니다. 광복 후 일본인들이 제 나라로 떠났을 때, 그들이 남긴 알량한 공장에는 이를테면 대리급 사원도 한국인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랬던 나라가 광복 50년 만에 황량한 불모지를 딛고 서서, 이제는 세계 11대 교역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세상에 열심히 일한 민족이 우리뿐이었겠습니까? 이것은 유구하고 빼어난 우리의 문화 전통을 빼고는 설명 되지 않는 기적입니다.

병인양요 때 강화도를 침략했던 프랑스 장교는 썼습니다. 이 약하고 초라한 나라 조선, 그러나 형편없이 무너져가는 시골 초가집 속에도 반드시 몇 권의 책은 있었다는 사실이 그의 자존심을 몹시 상하게 한다고 말입니다.

자기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것은 장차 미래를 설계하는 자신감으로 연결됩니다. 여러분, 어느 분야에 계시든 간에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셔서, 큰 꿈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주석, 솔, 2004>

11월 3일 월요일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에 집착하라. 그것을 파고들어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질 때까지 노력하라. <디즈니(Walt Disney, 본명은 Walter Elias Disney, 1901. 12. 5~1966. 12. 15)>

가을바람이

모닥불을 피울 만큼 충분히

낙엽을 몰아다 주네

료칸

[일본의 시(詩) 하이쿠]

<한 줄도 너무 길다, 류시화 엮음, 도서출판 이레, 2002>

오늘의 논어(論語) [제13편 자로(子路)]

子貢問曰: ｢何如斯可謂之士矣? ｣子曰: ｢行己有恥, 使於四方, 不辱君命, 可謂士矣. ｣

자공문왈: “하여사가위지사의?” 재왈: “행기유치, 사어사방, 불욕군명, 가위사의.”

자공이 여쭈었다. “어떻게 행동해야 선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자기의 행동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알고,

다른 나라에 사절로 가서 군주의 명령을 이룰 수 있으면 선비라고 할 수 있다.”

* <나의 꽃 문화 산책, 손광성 지음, 을유문화사, 1996>

갈대는 북위 40도 이남의 해안가나 호수가에 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이삭이 빗자루처럼 생기고 색은 옅은 갈색이다.

억새는 제주도 서귀포에서부터 함경북도 두만강까지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는 여러해살이 식물이다. 산등성이나 산자락 또는 밭두덕 같은 곳에 무더기로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은색으로 하얗게 꽃이 피는 것이 억새이다.

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

이 유행가를 모른다면 그는 한국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그 ‘으악새’가 가을에 우는 무슨 조류(鳥類)로 오해받았던 때가 있었다. 요새는 그것이 억새의 사투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무슨 이상한 새쯤으로 아는 사람도 없지 않다. 왜냐하면 ‘으악새’란 말 다음에 ‘우는’이라는 말이 왔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이다. 으악새가 운다는 것은 억새잎이 바람이 불 때마다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를 두고 하는 말인데, 마른 잎이 서로 갈리면서 나는 소리가 가을 기분을 더욱 돋우기 때문에 이런 가사가 나왔지 싶다. ‘어욱새’든 ‘으악새’든 거기서 모음 탈락 현상이 일어나서 변한 것이 ‘억새’이다.

- 한자어로는 갈대를 노(蘆) 또는 노위(蘆葦) 등 여러 가지로 부른다. 억새는 망(芒, 까끄라기 망, 털끝)이라고 한다. 억새라는 이름은 억세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 싶다. 우선 뿌리는 땅 속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여간해서는 뽑히지 않고 건조하고 메마른 산등성이나 산불이 났던 공터 같은 곳에서도 억척같이 잘 자란다. 게다가 미끈한 줄기와 활시위처럼 휘어진 잎사귀가 보기 좋다고 만지다가는 금세 살이 베어지는 아픔을 맛보게 된다. 잎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결각(缺刻)이 있기 때문이다.

억새는 가까이서 볼 것이 아니라 뚝 떼어놓고 볼 일이다. 그것도 한 무더기나 두서너 무더기가 아니라 군락을 이룬 것을 볼 때에야 제 맛이 나는 식물이다.

이런 억새밭으로 볼 만한 곳이 몇 군데 있다.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 전남 장흥의 천관산, 경남 함양군의 거망산 그리고 밀양 표충산 뒤 재약산 사자평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 사자평의 억새밭은 해발 1,000여 미터의 고원지대에 120만 평이나 되어 그 장관이 자못 볼 만하다. 이곳의 억새는 추석을 지나면서 피기 시작해서 양력 10월 10일을 전후하여 절정을 이루는데, 이를 광평추파(廣坪秋波)라 하여 재약산 8경 중에서 제일로 친다.

- 몇 해 전이었다. 나는 친구와 함께 가을 억새를 보려고 사자평으로 간 적이 있었다. 토요일 낮차를 타고 밀양을 거쳐 표충사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어둑어둑한 저녁이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사자평 고사리 마을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무리하게 밤 산행을 시작한 것은 다음날 아침 해뜰 때의 억새밭의 정경을 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달밤에 친구와 함께 걷다 보니 그리 된 것이다.

골짜기 아래로 흐르는 냇물 소리가 가을 바람을 타고 간간히 올라오고 길가에 핀 억새꽃이 열사흘 달빛에 하얗게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달과 억새, 그리고 가을 물소리와 친구와의 정담, 그것은 그대로 한 편의 가을 서정시였다.

우리가 해발 1,000미터의 고사리 마을에 도착한 것은 저녁 아홉시.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방을 얻을 수가 없었다. 등산철이라 손님들이 많아서였다. 일인용 텐트에서 함께 자는 수밖에 없었다. 존 웨인처럼 생긴 친구는 눕기 무섭게 코를 골았지만, 바닥은 밤이 깊어갈수록 냉기가 스며들어서 추위를 잘 타는 나는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잠시 눈을 붙였는가 싶었는데 금세 새벽이었다.

겨우 일어나 등성이에 오르니 해는 막 앞산 마루에 고개를 내밀고, 눈 앞에 전개된 것은 온통 햇빛에 하얗게 부서지는 억새꽃의 바다였다. 아침 햇빛에 억새를 보기는 처음이었다. 황혼녘의 억새밭도 장관이지만 거무스름한 산 그림자를 배경으로 금빛 아침 햇살을 역광으로 받으며 하얗게 빛나는 억새밭은 더없이 황홀한 정경이었다. 일망무제로 파도치는 저 망망한 구름바다. 한 손을 들어 이마에 대고 눈이 닿는 데까지 바라보고 있노라니 모르는 사이에 가슴이 막 터져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도 같이 간 이(李)형도 할 말을 잃고 망연히 서 있을 뿐이었다.

- 200년 전의 연암 박지원 생각이 났다. (...)

장부는 울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울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함부로 울지 않는다는 것이고, 한번 울었다 하면 크게 운다는 것이다. 연암의 말을 빈다면, 황해도 장연의 금사(金砂)벌과 동해가 보이는 비로봉 두 곳이 그나마 한번 통곡할 만한 곳이라고 했다.

120만 평, 이 드넓은 사자평 억새밭도 사나이가 한번쯤 통곡할 만한 곳이 아닐까?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성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노후(老後)여.

임영조 시인의 <억새>라는 시의 일부이다.

이 가을에도 억새는 비울 것 다 비운 그런 노년의 표정으로 능선에서 저물어가는 한 해를 보내며 서 있을까? 어린 치기도, 덧없는 혈기도 다 버린 그런 몸과 마음으로 이제 나도 그 옆에 한 줄기의 억새로 묵묵히 섰으면 싶다.

<나의 꽃 문화 산책, 손광성 지음, 을유문화사,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