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화요일

인생에서 일을 발견한 사람은 행복하다. 다른 행복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칼라일>

꽃마음 별마음

                                   이 해 인

오래 오래 꽃을 바라보면

꽃마음이 됩니다.

소리없이 피어나

먼데까지 향기를 날리는

한 송이의 꽃처럼.

나도 만나는 이들에게

기쁨의 향기 전하는

꽃마음 고운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오래 오래 별을 올려다보면

별마음이 됩니다.

하늘 높이 떠서도

뽑내지 않고 소리없이 빛을 뿜어 내는

한 점 별처럼,

나도 누구에게나 빛을 건네 주는

별마음 밝은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싶습니다.

 오늘의 맹자(孟子)

 5. 임금은 백성의 거울

　　孟子曰:  ｢君仁莫不仁, 君義莫不義. ｣

 맹자가 말했다.

 “임금이 어질면 어질지 않은 사람이 없고, 임금이 의로우면 의롭지 않을 사람이 없다.”

 * 어떤 거상(巨商)이 늦게 아들이라고 둔 게 하는 짓을 보니 싹이 노랗다. 무언지 노상 중얼중얼하듯 하기에 누가 조용히 들어 보았다.

 “곱게 나라라. 곱게 나가라......”

 재산이란 본래 임자가 없는 법이라, 들어온 운세가 있으면 나갈 운도 있기 마련인데, 자칫 잘못하면 크게 소리를 내어 법석을 떨고 나간다. 동기간에 소송질을 하지 않나, 잔고 없이 수표를 남발하지 않나, 그러다가 쇠고랑을 차고... 글자 그대로 패가망신 살이 뻗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아버지는 사뭇 염불하듯이 왼다.

 “그저 사람이나 다치지 말고 곱게 나가다고.”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11월 2일 수요일

재물의 부족은 채울 수 있지만 영혼의 부족은 회복할 수 없다. <몽테뉴>

아침의 향기

                                              이해인

            아침마다  

            소나무 향기에

            잠이 깨어

            창문을 열고

            기도합니다

            오늘 하루도

            솔잎처럼 예리한 지혜와

            푸른 향기로

            나의 사랑이

            변함없기를

            찬물에 세수하다 말고

            비누향기 속에 풀리는

            나의 아침에게

            인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온유하게 녹아서

            누군가에게 향기를 묻히는

            정다운 벗이기를

            평화의 노래이기를

 오늘의 맹자(孟子)

 6. 사이비

　　孟子曰:  ｢非禮之禮, 非義之義, 大人弗爲. ｣

 맹자가 말했다.

 “예가 아닌 예와, 의가 아닌 의로움은 대인이 할 일이 아니다.”

 * 충주에 고비라는 사람이 실제로 살았었다고 하는데, 인색하기로는 전무후무하게 소문난 사람이었다. 별명도 제사 때 쓰는 지방(紙榜)을 매번 살라 버리는 게 아까워 들기름에 결어서 두고 쓴 때문에 ‘결인 고비’라고 한다.

.................

 그는 애써 모은 재산을 흩어 다리도 놓고 보도 막고, 많은 공익 사업을 펼쳤다. 그래서 그처럼 유명하게 됐다는 것이다. 재산을 다 쓰고 나서 자신이 죽을 때 그는 자손들에게 일렀다.

 “나는 내가 벌어서 내가 썼다. 너희도 제 힘껏 벌어서 제 힘으로 살려무나.”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11월 3일 목요일

우리들 대부분은 초라한 옷차림과 가구들을 부끄럽게 여기지만, 그보다는 초라한 생각과 엉터리 철학을 부끄럽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앨버트 아인슈타인>

샘물이 혼자서

                              주요한

샘물이 혼자서

춤추며 간다.

산골짜기 돌 틈으로

샘물이 혼자서

웃으며 간다.

험한 산길 꽃 사이로

하늘은 맑은데

즐거운 그 소리

산과 들에 울리운다.

 오늘의 맹자(孟子)

 7. 훌륭한 지도자를 환영한다

　　孟子曰:  ｢中也養不中, 才也養不才, 故人樂有賢父兄也. 如中也棄不中, 才也棄不才, 則賢不肖之相去, 其閒不能以寸. ｣

 맹자가 말했다.

 “중용의 덕을 가진 사람은 중용의 덕을 지니지 못한 사람을 길러 주고,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이 없는 사람을 길러 준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현명한 부형을 갖기를 좋아한다.

만약 중용의 덕을 지닌 사람이 중용의 덕을 갖지 못한 사람을 버리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 재능이 없는 사람을 버린다면,

현명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거리는 한 치의 차이도 안 될 것이다.”

[임성삼; 마지막 말의 발상은 참으로 격이 높습니다.]

* 의주 출신으로 안의주(安儀周)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떠한 사정으로 청나라에 들어가 권력층에 접근해 사업으로 어마어마한 재산을 이루었다. 그것으로 그는 고미술품 중에도 주로 서화를 모아 개인으로는 중국 제일가는 수장가가 되었다. 그가 가졌던 작품에는 으레 도장이 찍혀 있는데, 현재 자유중국 고궁 박물관에서도 자주 눈에 뜨인다. 특히 당사자의 성명인(姓名印) 외에 조선인이라고 당당히 찍어놓은 것을 보고는 가슴이 다 뭉클하다.

  그곳을 찾는 분은 꼭 확인해봐 주기 바란다.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11월 4일 금요일

상식은 본능이요, 그것이 많은 사람은 천재 <조지 버나드 쇼>   

순도가 고려에 오다

                                           一然(일연;1206-1289, 삼국유사 저자)

鴨綠春深渚草鮮(압록춘심저초선) : 압록강에 봄이 무르익어 물가의 풀빛도 선명하고

白沙鷗鷺等閒眠(백사구로등한면) : 흰 모래 사장에는 물새들이 한가히 졸고 있는데

忽驚柔櫓一聲遠(홀경유로일성원) : 부드러운 노 젓는 소리에 물새들 놀라 멀리날고

何處漁舟客到煙(하처어주객도연) : 어디서 온 고깃배에서 물안개 헤치고 손님이 내리시네.

 오늘의 맹자(孟子)

8. 행동의 한계

　　孟子曰:  ｢人有不爲也, 而後可以有爲. ｣

 맹자가 말했다.

 “사람은 하지 않겠다는 일이 있은 후에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임성삼; 정치가 중에는 하지 않는 일이 없고,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서도 잘못을 들키면 이렇게 말합니다.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으며, 있은 적도 없는 일이다.”]

 * 진시황이 농업과 역술에 관한 책만 남기고 다른 모든 책을 태운 후, 중국에는 서적이 일체 없었다. 다행히 공자 고택의 벽 속에서 귀중한 책들이 쏟아져 나와 큰 힘이 되었다. 중국은 전쟁이 잦은 나라라 언제 또 그런 재액을 당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이것이야말로 정말 옳은 본래의 원전이라고 믿는 자료를 돌에 새겨 보존하는 운동이 일어났으니 이것이 ‘석경(石經)’이다. 이 석경을 탁본하면 베낄 때 빠뜨리거나 획을 더하거나 덜하는 등의 오류를 막을 수 있었다.

 전국 방방곡곡에 좋은 글을 좋은 글씨로 새긴 가치 있는 비석이 없는 곳이 없었는데, 몰지각한 백성이 깨고 다치게 하여 뜻있는 이의 걱정거리가 되었다. 그래서 후세에 수준급 이상의 비석을 장안 땅 일정 구역으로 모아 줄지어 보존하였는데 이것이 유명한 ‘비(碑)림(林)’이다.

 비림 근방에는 탁본을 떠 파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너도 나도 덩달아 탁본 기술을 익히니 급기야는 탁본장이들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여기에도 또 부작용이 나타난다. 시간이 날 적에 특별히 인기 있는 비석의 탁본을 몇 벌 떠 두고는 남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망치로 두들겨서 일부분을 망가뜨려 놓는 것이다.

 다음에 뜻 높고 돈 많은 애호가가 찾아와 기술자를 고용해 찍어보니 완전하지 않은 것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망하고 있을 때, “예전에 떠둔 것이 꼬옥 한 벌 있는데 구경하시렵니까?”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이리하여 터무니없이 비싼 값으로 재미를 보게 되니 너도 나도 이짓을 하여 비림의 글씨는 이제 아무 짝에도 쓸데없이 된 것이 많다 한다.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11월 7일 월요일

손해본 일은 모래 위에 새겨두고, 은혜 입은 일은 대리석 위에 새겨두라. <벤자민 플랭클린>

촉의 스님 준의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이백(李白;701-762)

蜀僧抱綠綺,(촉승포녹기), 촉의 스님이 녹기라는 거문고를 안고

西下峨眉峰.(서하아미봉). 서쪽으로 아미산 봉우리로 내려왔다

爲我一揮手,(위아일휘수), 나를 위해 한번 손을 들어 거문고 타니

如聽萬壑松.(여청만학송). 온 골짜기 소나무 소리를 듣는 듯

客心洗流水,(객심세류수), 그 소리 나그네 마음 흐르는 물처럼 씻어주고

餘響入霜鐘.(여향입상종). 남은 소리는 절의 종소리에 빨려든다

不覺碧山暮,(부각벽산모), 청산이 저무는 줄도 몰랐거니

秋雲暗幾重.(추운암궤중). 가을날은 어두운데, 구름은 몇 겹이나 끼었나

 오늘의 맹자(孟子)

 9. 착하지 않음을 말하지 말라

　　孟子曰:  ｢言人之不善, 當如後患何? ｣

 맹자가 말했다.

 “남의 착하지 않은 점을 말하다가, 그 후환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

 * 삼국유사에 단군의 건국을 여고동시(與高同時)라고 하였으며, 문무(文武)왕을 문호(文虎)왕이라고 적었다.

 고려 2 대 혜종(惠宗)의 휘가 무(武), 고려 3 대 정종(定宗)의 휘가 요(堯(요임금 요, 높다 멀다))여서 고려조에서는 무자를 호(虎)로, 요임금 요를 고(高)자로 대신해 쓰게 되었다.

조선 태조도 민간인 시절의 성계라는 이름을 버리고 새나라의 시조답게 단(旦(아침 단; 日-총5획; gꐃn))으로 개명하였으므로 단을 일상에서는 안 썼는데 어절 수 없이 읽어야 할 때는 ‘조’로 고쳐서 읽었다. 워커힐 뒷산은 유명한 온달 장군이 전사했다는 아단산성(阿旦山城)인데, 뒤의 단의 양쪽 획을 더 내리그어서 ‘아차산(阿且山)’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11월 8일 화요일

영웅은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용감한 것이 아니고 다만 5분 동안만 더 용감할 뿐이다. <에머슨>

어둑한 가을날의 산 속 생활

                                   왕유(王維;?699-761?)

空山新雨后,(공산신우후), 쓸쓸한 산에 비 내린 뒤

天氣晩來秋.(천기만내추). 때는 늦어 가을이네

明月松間照,(명월송간조), 밝은 달빛은 소나무 사이로 비춰들고

淸泉石上流.(청천석상류). 맑은 샘물 돌 위로 흐른다

竹喧歸浣女,(죽훤귀완녀), 대숲 소란하더니 빨래하던 처녀 돌아오고

蓮動下漁舟.(련동하어주). 연꽃 움직이더니 고깃배 내려간다

隨意春芳歇,(수의춘방헐), 제멋대로 자란 봄풀 시들어가는데

王孫自可留.(왕손자가류). 왕손도 스스로 머물 만 하네  

 오늘의 맹자(孟子)

 10. 지나친 일을 하지 않는 사람

　　孟子曰:  ｢仲尼不爲已甚者. ｣

 맹자가 말했다.

 “공자는 지나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

 * 우리나라에서는 5월 19일을 발명의 날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것은 세종 24년 세자(뒷날의 문종)의 착안에서 비롯된다. 즉 비오는 분량을 그릇에 받아 기록으로 남김 사실에 바탕한 것으로서 서양의 그것보다 실로 200년이나 앞선다.

 석가탑 사리함 속에서 1966년 대단한 보물이 발견되었다. 서기 751년 이전의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목판으로 인쇄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그것이다.

 그때까지 일본에서 입이 마르도록 자랑하던 ‘백만탑다라니경’의 770년이나, 중국의 ‘금강반야바라밀경’의 868년보다 앞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인쇄물이다.

 우리에게는 고려 때 1234년 구리활자로 ‘고금상정예문’ 50권을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고, 또 조선조 태종 3년(1403)부터 수십만 개의 동활자를 만들어 많은 서적을 찍었다는 역사상 유명한 계미자가 있었다. 1450년경에야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납으로 된 활자를 개발했으니 인쇄술에 있어 한민족은 어깨를 한번 쭉 펴도 좋을 만하다.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11월 9일 수요일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것. <아나톨 프랑스>

숭산에 돌아가며 시를 짓다

                                                  왕유(王維;?699-761?)

淸川帶長薄,(청천대장박), 맑은 개울 긴 숲 끼고

車馬去閑閑.(거마거한한). 수레 타고 한가히 간다

流水如有意,(류수여유의), 흐르는 물은 무슨 마음 있는 듯 하고

暮禽相與還.(모금상여환). 나는 저녁 새와 함께 돌아온다

荒城臨古渡,(황성림고도), 황폐한 성은 옛 나루에 접해있고

落日滿秋山.(낙일만추산). 지는 햇빛 가을 산에 가득하다

迢遞嵩高下,(초체숭고하), 멀리 숭산 아래로 찾아들어

歸來且閉關.(귀내차폐관). 내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다

 오늘의 맹자(孟子)

 11. 오직 의(義)만을

　　孟子曰:  ｢大人者, 言不必信, 行不必果, 惟義所在. ｣

 맹자가 말했다.

 “대인은

그가 한 말이 반드시 믿음이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그의 행동을 반드시 끝맺으려고 하지 않는다.

오직 의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

* 우리 고서의 주

        할주; 본문 가운데 두 줄로 갈라넣는 것

        두주; 머리칸 밖으로 낸 것

        각주; 본문 아래 밖으로 낸 것

        후주; 본문이 끝난 후 따로 모아 설명붙인 것

 혼자 공부하거나 복습하려는 이는 본문을 읽을 때 주를 겸해 읽음으로써 본문의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그러고 난 뒤에는 다시 본문만을 되풀이해 읽으면 되었던 것이다.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11월 10일 목요일

사람들의 눈에 전투에 이긴 장군은 아무런 실수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볼테르>

 제천에서 달구경

                                                          徐居正(서거정)

秋光萬頃琉璃靜(추광만경유리정) : 천지에 가득한 가을빛이 유리처럼 맑은데

畵棟珠簾蘸寒影(화동주렴잠한영) : 화려한 기둥의 주렴이 차가운 그림자에 잠겨있네

長空無雲淨如掃(장공무운정여소) : 높은 하늘 구름 한 점 없어 비로 쓴 듯 깨끗하여

坐待月出黃金餠(좌대월출황금병) : 앉아서 달 떠오기 기다리니 황금 송편같은 달이 뜨네

乾坤淸氣骨已徹(건곤청기골이철) : 하늘과 땅에 맑은 기운 뼈까지 스며들어

明光一一手毛髮(명광일일수모발) : 밝은 빛에 하나하나 머릿털을 손질할 듯하네

雨夜深深更奇絶(우야심심갱기절) : 비내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절경인 경치

倚遍欄干十二曲(의편난간십이곡) : 열두 구비 난간에 두루 기대어 본다.

 오늘의 맹자(孟子)

 12. 큰 사람

　　孟子曰:  ｢大人者, 不失其赤子之心者也. ｣

 맹자가 말했다.

 “대인은 어린아이 때의 마음을 잃지 않고 있는 사람이다.” ///

[임성삼; 예수께서 가라사대 어린 아이들을 용납(容納)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禁)하지 말라 천국(天國)이 이런

자(者)의 것이니라 하시고 (마태복음 19장 14절)]

 * 옛날에 대갓집이 망하려면 자손이 세 번 변한다고 하였다. 먼저 송충이가 되고, 다음 좀버러지가 되며,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된다고 하는 것이다.

 조상 산소가의 소나무를 베어 먹으니 송충이요, 대대로 내려오는 책을 팔아먹으니 책 먹는 게 좀 아닌가? 끝으로 집안에서 부리는 종을 팔아서 먹고 사니 사람을 먹은 호랑이라는 얘기다.

 1942년의 일이다. 당시 경성대학에 유일하게 조선문학과 강사로 있던 김태준이 서울의 부자인 전형필(澗(산골물 간; 水-총15획) 松) 씨에게 헐레벌떡 달려왔다.

 “경상북도의 유서있는 고가가 모양없이 되면서 많은 고서가 더미로 나왔는데, 그 가운데 ‘훈민정음’의 원본인 듯 싶은 것이 있다는 얘깁디다. 일본인들 손에 들어가기 전에 붙잡아야겠으니, 간송! 현찰로 듬뿍 좀 주셔야겠소.”

 당시 위창 오세창의 지도로 고미술품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던 간송은 선뜻 거액의 돈을 쥐어주며 등을 밀었다.

 “어서 다녀오시오.”

 급행열차로 대구까지 내려가, 거기서 버스를 갈아타고 안타깝게 현지에 도착한 김은 그만 울음이 복받쳤다.

 “진본이다! 해례본. 일인들을 제쳐놓고 우리가 이겼다. 그러나 이 귀중한 보물의 몰골이 무었이냐?”

 김을 기다리고 있을 땐 그래도 낫다.

 처음 눈에 띄었을 땐, 머슴방의 그것도 뚫어진 창문을 메꿔서  바른 헌 종이쪽에 불과했다.

 “무언가 앞뒤로 글씨가 있는데...”

 유심히 그것을 들여다본 분은 다행히도 그 방면에 안목이 있는 인사였다. 조심스레 물로 불려 뗄 채비를 하면서,

 “나머지 책은 어디 갔노?”

 “이거 아닝교?”

 뒤집어매서 서투른 필치로 소설을 베끼다가 팽개친 헌털뱅이! 이것이 우리나라 제일의 문화재일 줄이야!

 맨 것을 끌러 뒤집어펴서 다시 접고, 문짝에 붙였던 것까지 아울러 순서 맞춰 봤으나 끝내 첫장은 못 찾았다. 세상에 얼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500년 전 옛날의 그것과 가장 비슷한 질의 종이를 찾았으나, 빛이 희어서 표가 났다. 그래 그것을 쇠죽 끓이는 데 넣어 누르께하게 변색을 시켰다. 다시 펴서 다듬은 그 종이에 본문의 체제를 따라 조심스럽게 괘선을 쳤다. 그리곤 문헌비고에 실린 원문을 대조해 조송설체를 옳게 쓰는 분의 손을 빌려 가짜 첫장은 그럴싸하게 재생되었다.

 김태준은 책을 집어 챙기며 간송에게서 맡은 3천 원을 뭉치째 넘겨주고 되돌아섰다.

 “후유! 일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이제 면했다.”

 물론 이것은 세상에 알려지는 그길로 국보로 지정되었고 일본인들은 분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

 간송 전형필 씨는 당시 운영난에 빠진 보성중학교를 인수해 운영했고, 그의 수집품은 고서적, 서화, 석조물, 도자기를 망라해 개인박물관으론 처음인 보화각에 소장돼 있는데, 그 가운데는 위의 훈민정음을 위시해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0여 점이나 된다.

 흔히 훈민정음이라고 첫 페이지가 사진판으로 소개되고 있는데 이 면은 가짜고 고의로 그랬는지 글자도 한 자 틀린다. 옳게 알리려면 다른 어떤 페이지의 것으로 바꿔 넣어야 하겠다.

<흥부의 작은마누라, 이훈종 지음, 한길사, 1994>

[한메 디지털 백과사전: 예의 부분은 1면이 7행에 매행 11자, 해례 부분은 8행에 매행 13자이며, 정인지의 서문은 1자씩 낮추어서 매행 12자로 되었다. 이 책도 발견 당시 완전한 것은 아니었고, 처음 2장이 빠져 있던 것을 나중에 붓글씨로 적어넣었던 것인데, 적을 때 실수하여 세종어제서문의 끝자 따이(耳)딱가 따의(矣)딱로 바뀌었다. 《세종실록》에 실려 있는 따실록본딱에는 따이(耳)딱로 기록되어 있다.]

[임성삼; 국보 1호의 변경문제를  논의하는 어제 동아일보의 사진에는 바로 이 첫 페이지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11월 11일 금요일

  환상이 없는 곳에 과학이 없고, 사실을 무시하면 예술이 성립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취하여 축융봉에서 내려오다

                                                                  주희(朱熹)

我來萬里駕長風(아래만리가장풍) : 내가 만리길을 걸어 바람 받으며 서있으니

絶壑層雲許盪胸(절학층운허탕흉) : 골짜기에서 피는 구름은 내 가슴속을 씻어준다

濁酒三盃豪氣發(탁주삼배호기발) : 막걸리 석 잔을 마시니 호기가 솟아

朗吟飛下祝融峰(낭음비하축융봉) : 낭낭히 시를 읊으며 축융봉을 날 듯이 내려왔다

[임성삼; 주자의 시입니다.]

 오늘의 맹자(孟子)

 13. 장례식의 중대함

　　孟子曰:  ｢養生者不足以當大事, 惟送死可以當大事. ｣

 맹자가 말했다.

 “살아 생전에 부모를 봉양하는 일은 큰 일이라 할 것이 못된다. 오직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를 치르는 일이 큰 일이다.” ///

[임성삼; 약간 이상하다.]

 * 1104년에 세워진 원우당적비는 훗날 사가들에 의해 간신 중의 간신으로 평가된 당시의 재상 채경이 주동이 되어 세운 것이다. 말하자면 간신배의 우두머리가 당대의 명인 309명(사마광, 소동파, 황정견 등)을 간신배로 지목하고 그 명단을 돌에 새겨 비석처럼 세웠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14일 월요일

  아버지 한 사람이 백 명의 학교 스승보다 낫다. <조지 허버트>

금도금 칼을 노래하다[금착도행(金錯刀行)]

육유(陸游)

黃金錯刀白玉裝(황금착도백옥장) : 황금 도금한 칼을 백옥으로 장식하니

夜穿窗扉出光芒(야천창비출광망) : 밤에는 창문 뚫고 빛을 내는구나

丈夫五十功未立(장부오십공미립) : 사나이 나이 오십에 아직 공을 못 세워

提刀獨立顧八荒(제도독립고팔황) : 칼 뽑아 홀로 서서 사방을 둘러본다

京華結交盡奇士(경화결교진기사) : 서울에서 사귄 사람 모두가 뛰어난 선비

意氣相期共生死(의기상기공생사) : 의기로 생사를 함께하자 서로 기약하였다네

千年史冊恥無名(천년사책치무명) : 천 년 역사책에 이름 없음은 부끄러우니

一片丹心報天子(일편단심보천자) : 일편단심 천자에게 마음으로 보답하려네

爾來從軍天漢濱(이래종군천한빈) : 근래에 군을 따라 변방까지 멀리 오니

南山曉雪玉嶙峋(남산효설옥린순) : 종남산은 새벽눈으로 옥산으로 변하였구나

嗚呼！楚雖三戶能亡秦(오호！초수삼호능망진) : 아아, 초나라 세 집이 강한 진나라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데

豈有堂堂中國空無人(기유당당중국공무인) : 어찌 당당한 중국에 공연히 사람이 없다고 하겠는가

 오늘의 맹자(孟子)

14. 스스로 얻는다

孟子曰:  ｢君子深造之以道, 欲其自得之也. 自得之, 則居之安; 居之安, 則資之深; 資之深, 則取之左右逢其原, 故君子欲其自得之也. ｣

 맹자가 말했다.

 “군자가 올바른 방법으로 깊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은 그 스스로가 그것을 깨달아 얻기 위해서이다. 

그 스스로가 이를 체득하게 되면 그곳에 있는 것이 안정되게 된다. 

거처함이 안정되면 의지할 바를 취하는 일에 깊이가 있게 된다. 

의지할 바 취하는 일에 깊이가 있게 되면 좌우에서 취하고서도 그 근원을 체득하게 된다. 

그런고로 군자는 스스로가 깨달아 얻고자 한다.” ///

* 수천 년 역사에서 간(奸)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그것을 통제하는 방법을 마련하지 못해 국가와 민족을 멸망으로 이끈 예는 적지 않다. 

선악을 가려내고 충과 간을 판별하는 것은 국가 흥망의 소재가 됨은 물론, 백성의 안위와도 관련된다.

 역사의 경험은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간과 싸워 간을 제압하는 일은 확실히 심각한 현실적, 역사적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15일 화요일

당신 자신의 부도덕성과 싸우고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라, 

그리고 새해를 맞을 때마다 좀더 나은 사람이 되라 <프랭클린, 1706~1790> 

산서촌을 유람하고(游山西村)

육유(陸游)

莫笑農家臘酒渾(막소농가랍주혼) : 농가의 납주가 텁텁하다 비웃지 말라

豊年留客足雞豚(풍년류객족계돈) : 풍년에 손님 머물러도 닭과 돼지 충분하다

山重水複疑無路(산중수복의무로) : 산 첩첩 물이 겹겹하여 갈 길 없다 싶었지만

柳暗花明又一村(류암화명우일촌) : 버들색 짙고 꽃빛 밝으니 또 한 고을이 있었구나

蕭鼓追隨春社近(소고추수춘사근) : 피리 불고 북치며 따르니 춘사가 가까워라

衣冠簡朴古風存(의관간박고풍존) : 의관이 소박하고 간단하니 고풍이 남았구나

從今若許閒乘月(종금약허한승월) : 지금부터 한가로이 밤 마실 허락된다면

拄杖無時夜叩門(주장무시야고문) : 지팡이 짚고 무시로 밤에라도 문 두드리리라

 오늘의 맹자(孟子)

 15. 널리 아는 것의 뜻

　　孟子曰:  ｢博學而詳說之, 將以反說約也. ｣

 맹자가 말했다.

 “널리 배우고 상세하게 설명함은 장차 이것으로써 다시 요점을 설명해 보려는 것이다.”

* 송나라 신종 9년(1076년) 10월, 한 노인이 바람을 맞으며 무거운 걸음을 끌고 있다. 노인은 관을 짊어지고 있다. 종산 근처에서 힘겨운 걸음을 멈춘다. 관 속의 시체는 노인의 아들이다. 그날 이후 아침저녁을 알리는 종과 북소리만이 노인의 여생을 울렸다. 노인은 늘 혼자 소나무 숲을 배회하거나 초가집에 혼자 앉아 말없이 알 듯 모를 듯 ‘복건자(福建子)’라는 세 글자만 계속해서 써 내려갔다.

 소순이 쓴 변간론이란 글에서 이 노인은 ‘간사하기 짝이 없는’ 자라는 욕을 먹었지만, 먼 훗날에 레닌에게는 개혁가라는 칭찬을 들었다. 노인은 송나라 때의 개혁 정치가 왕안석(1021~1086)이었다.

 왕안석은 재상으로서 ‘변법’을 주도한 후 제대로 하는 일없이 늘 일을 그르치기만 하는 동관 등과 같은 부류들을 중용하였다. 이로써 권세를 좇고 권세에 빌붙어 출세하려는 무리들이 ‘새로운 정치’라는 허울을 쓰고 ‘변법’ 주도 집단에 마구 섞여 들어갔다.

 훗날 왕안석이 궁지에 몰려 재상자리를 물러나게 되었을 때, 그를 ‘공자에 버금가는 성인’이라며 아부하던 여혜경(1032~1111) 무리는 즉시 낯을 바꾸었고, 심지어 과거의 별일도 아닌 아주 사사로운 편지까지 들추어내 왕안석을 공격하였다.

 이런 정쟁 속에서 왕안석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몸져 눕더니 아비보다 먼저 죽고 말았다. 이 때문에 왕안석은 강릉으로 은퇴한 후, 혼자 쓸쓸히 울적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복건자(복건 출신의 자식이라는 뜻이며, 여혜경이 복건 사람이었다)’라는 세 글자만 반복해 쓰면서 여혜경의 기용을 후회했다고 한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얼마 뒤 왕안석은 회한을 가득 품은 채 세상을 떠났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15일 수요일 

비폭력은 인류의 규범이고, 폭력은 동물계의 법칙이다. <간디, 1869~1948>

이릉을 막 떠나면서(初發夷凌)

육유(陸游)

雷動江邊鼓吹雄(뇌동강변고취웅) : 우뢰 소리 강변을 뒤흔들고 북소리 요란한데

百灘過盡失途窮(백탄과진실도궁) : 많은 여울 다지나니 길 잃어 끊어진 듯하도다

山平水遠滄茫外(산평수원창망외) : 창망한 곳 밖에 산은 평평하고 물길 멀어

地辟天開指顧中(지벽천개지고중) : 순식간에 땅이 헐리고 하늘은 열리는 듯하구나

俊鶻橫飛遙掠岸(준골횡비요약안) : 힘찬 송골매는 비스듬이 날아 멀리 언덕을 스쳐가고

大漁騰出欲凌空(대어등출욕능공) : 큰 물고기는 솟아올라 하늘로 오르려한다

今朝喜處君知否(금조희처군지부) : 오늘 아침 나의 기쁜 점을 아는가

三丈黃旗舞便風(삼장황기무편풍) : 석 자 높이의 황색 깃발 바람 따라 품을 추는구나

 오늘의 맹자(孟子)

16. 선을 행하여 사람을 감화시킴

　　孟子曰:  ｢以善服人者, 未有能服人者也; 以善養人, 然後能服天下. 天下不心服而王者, 未之有也. ｣

 맹자가 말했다.

 “선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키려는 자는 사람을 복종시킬 수 없다.

선으로써 사람을 키운 뒤에야 천하를 복종시킬 수 있다.

 온 천하가 마음으로 복종하지 않는데 왕노릇을 한 사람은 아직 없다.”

* 당나라 현종은 황후의 제부 장손흔이 어사대부 이걸을 두들겨 패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조정에서 장손흔을 쳐 죽이게 함으로써 이걸에게 사과했다. 그리고는 조서를 내려 이걸을 위로했다. 이렇게 해서 당나라는 보기 드문 태평성세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종은 점차 달라져 언제나 그의 비위를 맞추는 이임보를 19년 동안 재상에 앉혔다. 그 사이 정직하고 능력 있는 대신들을 모두 내쫓고 간신, 소인만을 중용해서 당 왕조를 어두운 길로 몰아넣었다. 이임보가 죽고 양귀비의 먼 친척 오빠인 양국충이 재상 자리를 이어받았는데, 이 인간 역시 간신이었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17일 목요일

회화와 조각의 목적은 볼 줄 알게 되는 것이다. <다 빈치, 1452~1519> 

밤에 병서를 읽으며(夜讀兵書)

육유(陸游)

孤燈耿霜夕(고등경상석) : 외로운 등불은 저녁 서리에 반짝이고

窮山讀兵書(궁산독병서) : 깊숙한 산 속에서 병서를 읽는다

平生萬里心(평생만리심) : 평생의 만리 강산을 그리는 마음

執戈王前驅(집과왕전구) : 창을 잡고 임금님 앞에서 달리고 싶다

戰死士所有(전사사소유) : 전쟁에서 죽는 것은 선비에게 있는 일

恥復守妻孥(치부수처노) : 다시 처자나 지키는 일 부끄럽도다

成功亦邂逅(성공역해후) : 공업을 이루는 일도 어렵게 만나는 것

逆料政自疏(역료정자소) : 성공만 바라면 다스림이 스스로 소홀해지리라

陂澤號飢鴻(피택호기홍) : 저 비탈의 못에는 주린 기러기 울어대고

歲月欺貧儒(세월기빈유) : 세월은 가난한 선비 기만하는구나

歎息鏡中面(탄식경중면) : 거울 속의 내 얼굴에 탄식하나니

安得長膚腴(안득장부유) : 어찌해야 피부가 오래도록 기름질 수 있겠는가

 오늘의 맹자(孟子)

 17. 상서로운 말

　　孟子曰:  ｢言無實不祥. 不祥之實, 蔽賢者當之. ｣

 맹자가 말했다.

 “언어는 실제로 상서롭지 않은 것이 없다. 

상서롭지 않다는 것은 실제에 있어서는 현명함을 가리는 것이다.”

///

* 천하의 다스림은 군자가 여럿이 모여도 모자라지만, 망치는 것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

- 송사(宋史) 유일지 전(傳)   

11월 18일 금요일

한 걸음 한 걸음 그저 걸어가기만 하면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한 걸음 한 걸음 그 자체가 가치가 있어야 한다.

큰 성과는 가치 있는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단테, 1265~1321>

황주(黃州)

육유(陸游)

局促常悲類蜀囚(국촉상비류촉수) : 움추려 촉나라 죄수 같은 무리임을 항상 슬퍼하고

遷流還歎學齊優(천류환탄학제우) : 떠돌며 제나라 배우짓이나 배우는 것을 한탄한다네

江聲不盡英雄恨(강성부진영웅한) : 흐르는 강물 소리 영웅의 한을 다 풀어주지 못하는데

天意無私草木秋(천의무사초목추) : 하늘의 뜻은 사심 없어 초목에 벌써 가을이 왔구나

萬里羈愁添白髮(만리기수첨백발) : 만리 밖 나그네 수심은 백발을 더하고

一帆寒日過黃州(일범한일과황주) : 차가운 날에 한 돛단배 황주를 지나간다

君看赤壁終陳跡(군간적벽종진적) : 적벽의 마지막 남은 자취를 그대는 보게나

生子何須似仲謀(생자하수사중모) : 자식을 낳음에 어찌 반드시 중모 손권 같아야 하는가

 오늘의 맹자(孟子)

18. 물이여, 물이여

　　徐子曰:  ｢仲尼亟稱於水, 曰:  ��水哉, 水哉! �� 何取於水也? ｣

 서자가 말했다.

 “공자께서 물을 칭송하며 말하기를 ‘물이여, 물이여’ 했는데, 물의 어떤 점을 취한 것입니까?”

孟子曰:  ｢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맹자가 대답했다.

 “샘을 근원으로 하는 물은 밤낮을 끊이지 않고 흘러서 웅덩이를 채우고 난 다음에 흘러 바다에 이른다. 

근본이 있는 것은 이와 같으므로 이것을 취한 것이다.

苟爲無本, 七八月之閒雨集, 溝澮皆盈; 其涸也, 可立而待也. 故聲聞過情, 君子恥之. ｣

 진실로 근본이 없다면 칠팔 월 사이에 내린 비는 모여서 크고 작은 개울은 다 차게 만들 수는 있으나 

비만 그치면 그 물이 금방 말라 버리는 것은 가히 서서 기다릴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명성이 실제의 사정보다 지나치는 것은 군자의 부끄러워하는 바이다.”

* 제2차 아편전쟁을 틈타 러시아 한 나라만도 중국 동북 약 100만 제곱킬로미터의 땅을 강제로 차지했다. 이에 대해 엥겔스는 “중국에서 빼앗은 땅은 프랑스와 독일 두 나라를 합친 면적의 땅, 그리고 도나우 강 만큼이나 긴 강과 맞먹었다”며 분노했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21일 월요일 

전세계 모든 나라와 민족은 누구나 사자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포효를 울리라는 명을 받았다.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1.30 ~ 1965.6.24)>     

장가행(長歌行)

육유(陸游)

人生不作安期生(인생부작안기생) : 사람의 일생에 안기생이 되어

醉入東海騎長鯨(취입동해기장경) : 취하여 동해로 들어 큰 고래 잡아타지 못하여도

猶當出作李西平(유당출작이서평) : 오히려 세상에 나가 이서평이 되어

手梟逆賊淸舊京(수효역적청구경) : 손수 역적을 효수하고 옛 서울 깨끗이 회복해야 하리라

金印煌煌未入手(금인황황미입수) : 나라 회복 못하여 빛나는 황금 도장 아직 얻지 못하고

白髮種種來無情(백발종종래무정) : 백발이 종종하게 무심하게도 찾아왔도다

成都古寺臥秋晩(성도고사와추만) : 성도의 늦가을에 옛절에 누우니

落日偏旁僧窓明(낙일편방승창명) : 지는 해가 다가와 승방이 밝아지는구나

豈其馬上破敵手(기기마상파적수) : 어찌 말 위에서 적을 치던 손으로

哦詩長作寒螿鳴(아시장작한장명) : 시를 읊으며 길이 쓰르라미 소리를 내리오

興來買盡市橋酒(흥래매진시교주) : 흥이 나면 시장 다리목의 술을 모두 사서

大車磊落堆長甁(대거뇌락퇴장병) : 큰 수레에 가득히 긴 술병만 쌓였다오

哀絲豪竹助劇飮(애사호죽조극음) : 구슬픈 현악기와 호방한 관악기가 폭음을 도아

如鉅野受黃河傾(여거야수황하경) : 큰 거야 못이 황하의 물을 비워 받는 듯하도다

平時一滴不入口(평시일적불입구) : 평시에는 한 방울도 먹지 않다가

意氣頓使千人驚(의기돈사천인경) : 의기가 돌면 갑자기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한다

國仇未報壯士老(국구미보장사로) : 나라의 원수 갚지도 않았는데 장사는 늙어

匣中寶劍夜有聲(갑중보검야유성) : 상자 속의 보검이 밤에는 소리를 내는구나

何當凱還宴將士(하당개환연장사) : 어느 때나 마땅히 이기고 돌아가 장사들에게 연회 베풀까

三更雪壓飛狐城(삼경설압비호성) : 삼경에 눈 쌓이는 비호성에서 시를 읊는다

 오늘의 맹자(孟子)

19. 사람과 동물의 차이

　　孟子曰:  ｢人之所以異於禽於獸者幾希, 庶民去之, 君子存之.

 맹자가 말했다.

 “사람의 소이가 동물과 다른 점은 극히 희소하다. 서민은 인륜을 버리나 군자는 이것을 지킨다.

舜明於庶物, 察於人倫, 由仁義行, 非行仁義也. ｣

 순 임금은 만물의 도리에 밝고 인륜으로 살피었다. 이것은 인의에 따라 행동한 것이요, 인의를 억지로 행한 것은 아니다.”

* 제갈공명이 촉의 황제인 유선(유비의 아들)에게 

“어진 신하를 가까이 하고 소인을 멀리 하십시오”라고 간곡히 충고했다.

 그러나 황제 유선은 나라를 그르친 대간(大奸) 황호를 친구로 여겨 

“어떻게 환관 한 사람조차 허용하지 못하느냐?”

며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그 결과 나라를 잃고 말았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22일 화요일 

한 번 내뱉은 말은 도로 삼켜도 잘 소화가 되지 않는다. <처칠(Winston Leonard Spencer Churchill, 1874.11.30~1965.6.24)>     

유월 십사일 동림사에서 묵으며(六月十四日宿東林寺)

육유(陸遊)

看盡江湖千萬峰(간진강호천만봉) : 온갖 강과 호수, 산봉우리 다 구경해도

不嫌雲夢芥吾胸(불혐운몽개오흉) : 운몽택 호수가 겨자처럼 내 가슴에 드는 것 싫지 않도다

戱招西塞山前月(희초서새산전월) : 서새산 앞에 뜬 달을 장난삼아 불러다가

來聽東林寺裏鐘(내청동림사리종) : 돌아와 동림사의 종소리 함께 듣는다

遠客豈知今再到(원객기지금재도) : 오늘 다시 온 줄 멀리서 온 나그네가 어찌 알리오만

老僧能記昔相逢(노승능기석상봉) : 동림사 노승은 옛날 만난 일을 기억하고 있구나

虛窓熟睡誰驚覺(허창숙수수경각) : 창 열어두고 깊은 잠 든 것을 누가 깨우리

野碓無人夜自舂(야대무인야자용) : 아무도 없는 들녘, 물방아는 밤에도 혼자 방아찧는다

 오늘의 맹자(孟子)

20. 우, 탕, 문, 무 임금과 주공

　　孟子曰:  ｢禹惡旨酒而好善言.

 맹자가 말했다.

 “우 임금은 술을 싫어하고 착한 말 하기를 좋아했다.

* 동한 말 영제가 재물을 탐하자 환관집단이 영제의 비위를 맞추려고 각종 구실을 붙여서 세금을 마구 긁어 들였다. 

당시 깨끗하기로 이름이 나 있던 거록의 태수 사마직도 세금을 할당받았다. 

그러나 그는 차마 백성을 괴롭힐 수 없었다.

 “백성의 부모 된 자가 오히려 백성을 벗겨 먹다니, 아무리 시기적으로 필요한 때라 해도 나는 차마 못하겠다.” 

사마직은 이렇게 말하면서 독약을 마시고 자살했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23일 수요일 

신을 두려워한다면 우리는 인간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간디(Gandhi, Mohandas Karamchand, 1869.10.2~1948.1.30)> 

십일월 사일 비바람이 크게 일다(十一月四日風雨大作)

육유(陸游)

僵臥孤村不自哀(강와고촌불자애) : 쓸쓸하 고을에 누워있어도 슬프지 않아

尙思爲國戍輪臺(상사위국수륜대) : 나라을 위해 윤대를 지킬 것을 생각한다

夜闌臥聽風吹雨(야란와청풍취우) : 밤이 다하도록 누워 바바람 소리를 들으며

鐵馬氷河入夢來(철마빙하입몽래) : 얼어버린 강가의 철마가 꿈에 보인다

 오늘의 맹자(孟子)

湯執中, 立賢無方.

 탕왕은 중용을 지키고 현자를 중용할 때 출신 성분을 따지지 않았다.

* 원나라 영종(1321~1323)이 대신 배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금 우리 시대에 당나라 때의 위징과 같이 과감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소?”

 “그야 황제가 어떤 황제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둥근 그릇에 물을 담으면 둥글게 되고, 네모난 잔에 물을 담으면 네모난 모양이 되지요. 당 태종에게는 바른 말을 받아들일 만한 도량이 있었기 때문에 위징이 용감하게 바른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겁니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24일 목요일 

정당한 의견 차이는 진보의 건강한 신호이다. <간디(Gandhi, Mohandas Karamchand, 1869.10.2 ~ 1948.1.30)>   

곡강에서(曲江)

                                                             杜甫(두보)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 : 조회에서 돌아와 날마다 옷을 전당잡히고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 : 매일을 강 어구에서 취하여 돌아온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 술빚이야 늘 가는 곳마다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 사람이 칠십 살기 옛날부터 드물다네.

穿花蛺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 : 꽃 사이 나는 나비는 보일 듯 말 듯 날고

點水蜻蜓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 물을 치고 나는 잠자리 천천히 날아다니네.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류전) : 만물은 함께 유전한다고 봄 풍광에 말 전하노니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 잠시 감상함을 방해하지 말거니

 오늘의 맹자(孟子)

文王視民如傷, 望道而未之見.

 문왕은 다친 사람을 어루만지듯 백성들을 대했고, 보지 못한 것을 바라고 따르듯이 도를 추구했다.

* 당나라 현종이 이임보에게 

“엄정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 사람 쓸만하던데”

라며 엄정지의 근황을 물었다.

 엄정지는 원래 중서시랑이었는데 이임보를 천박한 인물로 여기다가 이임보에 의해 강주자사로 좌천된 인물이었다.

 이임보는 곧 엄정지의 동생 엄손지를 불러 황상이 엄정지를 무척 보고 싶어하시니까 이 틈에 중풍에 걸려 경성으로 돌아와 병을 치료하고 싶다고 황상에게 청을 드리라고 말했다. 

 동생의 말을 들은 엄정지는 이임보의 말대로 현종에게 글을 올렸다.

 이임보는 현종에게 말했다.

 “엄정지는 이미 늙은 데가 중풍까지 들었으니 한직으로 물러나 요양하기를 바랍니다.”

 엄정지는 참사라는 보잘것없는 자리로 쫓겨났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25일 금요일 

자기 행동의 근원은 자기에게 있다. <아리스토텔레스(AAristoteles, BC 384~BC 322)>  

척약재[惕若齋銘, 두려워할 척] 

                                        정몽주(1337(충숙왕 복위 6~1392(공양왕 4))

하늘의 운행은

날마다 구만리나 된다.

잠시라도 중단이 있으면

만물은 곧 죽게 된다.

물이 흘러가는 것 또한 이와 같으니

서로 이어지며 끊임이 없다.

한 생각이라도 병이 들면

혈맥이 중도에서 막힌다.

군자는 이를 두려워 하여

종일 부지런히 힘쓴다.

정성을 다하기를

하늘을 대하듯이 한다.

정몽주(1337(충숙왕 복위 6~1392(공양왕 4)); 호는 포은(圃隱). 조선 태종 1년에 영의정에 추증. 중종 때 문묘에 배향되고, 개성의 숭양서원 등 여러 서원에서 제향.

<내 마음을 찾아가는 길, 이성호 편역, 온누리, 2002>

 오늘의 맹자(孟子)

武王不泄邇, 不忘遠.

 무왕은 가깝고 허물이 없다고 함부로 하지 않았고, 먼 곳에 있는 사람들도 잊지 않았다. 

* 간신은 얼굴을 알리고 신임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으면 은근한 방법으로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고 충성심을 과장하여 드러내며 말할 수 없이 알랑거려 귀여움을 얻는다.

 간의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같은 무리들의 지지가 필요할 때는 은혜를 베풀어 민심을 얻으려 한다.

 눈부신 권세로 같은 무리들을 끌어 모으며, 타인이 그 권세에 두려움을 갖게 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앞길에 놓인 장애를 제거할 필요가 있을 때는 이간질과 무고로 사람을 해친다.

 앞에서는 칭찬하지만 돌아서서는 욕하고 사람을 괴롭힌다. 남의 잘못을 과장되게 드러내어 기회를 틈타 해친다. 없는 일을 꾸며내서 남의 손으로 사람을 죽인다.

 이 방면에서 그들이 보여주는 창조성은 그 단계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극단적인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28일 월요일 

나는 만족한다. 그야말로 학문의 전당 속에 들어 있는 듯하다. 

많은 학자들, 뛰어난 학자들! <에라스무스, 1514년 초, 바젤에서>

공정함(公)

                                        권근(1352(공민왕 1)~1409(태종 9))

공정하면 사사로움에 빠지지 않아

마음이 맑고 욕심이 없어진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지당하게 되는 것을

정직이라고 한다.

(公)

公則無私 心淸無欲 事出至當 是爲正直

권근(1352(공민왕 1)~1409(태종 9)); 호는 양촌(陽村). 문장에 뛰어났으며 경학(經學)에도 밝아 사서오경의 구결(口訣)을 정했다. 예문관 대제학, 대사성 등을 역임.

<내 마음을 찾아가는 길, 이성호 편역, 온누리, 2002>

 오늘의 맹자(孟子) 

周公思兼三王, 以施四事; 其有不合者, 仰而思之, 夜以繼日; 幸而得之, 坐以待旦. ｣

 주공은 이 세 왕의 좋은 점을 전부 취하려고 애를 썼고, 네 가지 일을 더 행하려고 했다.

 적합하지 않은 일이 있으면 하늘을 우러러 생각하기를 밤새우며 나날이 계속했다. 다행히 좋은 도리를 얻으면 날이 새기를 기다렸다.”

* 간신은 대부분 야심만만한 무리다. 관직이 없을 때는 관직을 바라고, 작은 관직을 얻으면 큰 관직을 구하며, 높은 관직에 있으면 황제가 되려고 한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29일 화요일 

전쟁은 경험해보지 못한 자에게나 감미롭다. <에라스무스, 1514>

관대함

                                        권근(1352(공민왕 1)~1409(태종 9))

관대하면 가혹하지 않게 되어

일마다 모두 어질고 너그럽게 된다.

군자의 덕은

그 기쁨의 파장이 후대까지 흘러간다.

<내 마음을 찾아가는 길, 이성호 편역, 온누리, 2002>

 오늘의 맹자(孟子) 

21. 공자가 춘추를 지음

　　孟子曰:  ｢王者之吳熄而詩亡, 詩亡然後春秋作.

 맹자가 말했다.

 “왕들의 발자취도 끊어지자 시(詩)가 없어졌고, 시가 없어진 다음에 춘추가 저술되었다.

晉之乘, 楚之檮杌, 魯之春秋, 一也.

 진나라의 승(乘)과 초나라의 도옥과 노나라의 춘추는 동일한 것이다.

* 당나라 중엽, 황제를 끼고 포악한 짓을 일삼았던 이보국은 처음에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늘 염주를 들고 다니면서 비린내 나거나 구운 고기 및 귀한 음식을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 모든 일에 조심스러운 척, 성실한 척하며 인심을 속였다.

 이임보, 이의부는 더했다. 늘 조심하면서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했다.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

11월 30일 수요일 

오! 세기여, 예술은 영화롭고 학문은 흥륭한다. 

살아 있는 것이 기쁘다. <폰 훗텐, 1500년대 초>

진실함

                                        권근(1352(공민왕 1)~1409(태종 9))

진실하면 거짓되지 않고

성실함을 지니게 된다.

자기 뜻을 견고히 지켜

스스로 바꾸지 말아야 한다.

(信)

信則無妄 持之以誠 堅守其意 毋自變更

<내 마음을 찾아가는 길, 이성호 편역, 온누리, 2002>

 오늘의 맹자(孟子) 

其事則齊桓̖ 晉文, 其文則史. 孔子曰:  ��其義則丘竊取之矣. �� ｣

 제 나라의 환공과 노 나라 문공의 일들이 실려 있고 그 글은 사관(史官)이 쓴 것이다. 공자는 일컫기를 ‘거기에 기록된 도리는 나 자신이 개인적으로 외람되게 쓴 것이다’라고 하였다.   

* 반란을 일으키기 전 안녹산의 태도는 얼마나 충정에 넘쳤던가? 반란의 날짜가 다가올수록 더욱 머리를 조아리고 알랑대지 않았던가?

 “신은 변방의 오랑캐로 태어나 분에 넘치는 영예와 사랑을 받았으니 원하옵건대 폐하를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고자 합니다.”

 안녹산의 말이다. 그는 또 불룩 튀어나온 자기 뱃속에는 폐하에 대한 일편단심으로 가득 차 있다며 느물거렸다. 그러나 악랄한 칼날을 장안을 향해 들이댔을 때 충성의 그림자를 그 어디서 찾아볼 수 있었던가?

<간신론, 경지원 황정림, 김영수 편역, 아이필드,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