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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목요일

　우리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서 배운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봄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 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인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갓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해를 따라

몇 천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을 따라나와

산골짜기에서 겨울 산 뼈를 씻으며

졸졸 흐르는 시냇가로 간다

오늘의 중용(中庸)

故君子和而不流, 强哉矯! 바로잡을 교

고군자화이불류, 강재교!

그러므로 군자는 유순하면서도 남들이 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굳세고 꿋꿋하다.

[차주환의 역; 그래서 군자는 부드러우면서 유약한 데로 흐르지 않으니 굳세고 꿋꿋하다.]

[임성삼; 남들이 하는 대로 흘러가는 것은 중용이 아닙니다. 화이불류(和而不流)를 기억하기 바랍니다.

굳셈에 대한 이야기가 중용에 나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아랍에서 '추장의 권위는 고귀한 혈통과 고귀한 인격, 재산, 지식, 경험으로부터 생긴다‘.

행정부로서의 추장의 기능은, 통치하는 일보다는 차라리 중재에 있었다. 추장은 강제력을 수반하는 권한을 갖지 않았다. 더구나 아랍의 유목민 사회에서는 권위라든가 왕권, 공적인 처벌이라는 인식이 없었다. 추장은 부족의 각 구성원에 대하여 의무를 부과하는 일도, 벌을 주는 일도 할 수 없었다.

‘추장은 명령을 내리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때로 추장은 너무 잘난 척한다는 이유로 문책을 받기도 하였으나 일반적으로 추장으로서의 특전이 부족의 다른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평등을 침해하지 않았다. 누구든지 자유로이 추장과 만날 수 있었고, 추장의 신변과 직위를 호위하는 의식은 아무것도 없었다.’

[임성삼; 뜻밖의 민주적인 면입니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2일 금요일

　우리는 짧은 인생을 부여받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짧게 만들고 있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봄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우리 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

또 어떻게 알고

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올까

오늘의 중용(中庸)

中立而不倚, 强哉矯! 의지할 의

중립이불의, 강재교!

굳세고 꿋꿋하구나. 중립(中立)을 지켜 한편으로 기울지 아니하니!

[임성삼; 가운데 홀로 서서 아무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것. 이것이 중용의 가장 큰 실천 요목이라고 생각합니다.]

國有道, 不變塞焉, 强哉矯! 國無道, 至死不變, 强哉矯! ｣

국유도, 불변새언, 강재교! 국무도, 지사불변, 강재교!

굳세고 꿋꿋하구나. 나라에 도가 행해져 뜻을 얻었을 때도 (옹색했을 때의) 지조가 변하지 않으니.

굳세고 꿋꿋하구나. 나라에 도가 행해지지 않아 죽게 되어도 지조를 변하지 아니하니.“

[임성삼의 주(註); 중용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며, 편이 갈라져 있는 중간에 서서 기회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죽게 되어도 지조를 변하지 않는 꿋꿋함이 중용입니다.]

[임성삼; 흔히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동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에게 주위 사람들이 충고를 합니다. 중용을 지키라고. 그러나 이 “중용”이라는 책에서는 “죽게 되어도 변하지 않는 것”을 칭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右第十章. 우제십장.

이상이 10 장이다.

* 아랍에서 명문 가족은 전통과 혈통 그리고 집안의 재산을 자랑할 수 있었다. 정부 내의 직책은 주로 그러한 가족 구성원에게 할당된다. 선거 때가 되면 명문끼리는 선거구로 서로 대립하는 정치조직의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당선자는 필연적으로 어느 쪽인가의 명문 출신자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5일 월요일

　인생보다 더 어려운 예술은 없다.

다른 예술이나 학문은 가는 곳마다 스승이 있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임성삼; 인생도 주위에 매우 많은 스승이 있습니다.]

흥왕사에 어가를 호종하는 길에서[扈駕興王寺路上]

곽예(郭預)

가랑비 내리는 남쪽 교외 길에 / 細雨南郊路

평평한 숲이 가까운 듯 먼 듯 / 平林近復賖

비는 하늘하늘 버들강아지 날기를 재촉하고 / 空濛催柳絮

차츰 복사꽃도 피우네 / 取次放桃花

구름 그림자는 붉은 수레를 따라 가고 / 雲影隨丹轂

산빛은 푸른 깃발[翠華 왕의 깃발]에 젖네 / 山光濕翠華

봄바람도 따스한, 호종하는 날 / 春風扈從日

호기로운 흥 넓어 그지없어라 / 逸與浩無涯

오늘의 중용(中庸)

子曰: ｢素隱行怪, 後世有述焉, 吾弗爲之矣.

재왈: “소은행괴, 후세유술언, 오불위지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남의] 드러나지 아니한 것을 들추어내거나,

괴이한 일을 행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후세에 그것을 따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나,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겠다.”

[임성삼의 주; 지금 21세기에도 기(氣), 풍수, 점복(占卜) 등이 많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기원전 500년에도 이런 미신에 가까운 것을 믿은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공자, 맹자는 물론 노자, 장자에도 중요한 것은 이성과 지혜라고 말합니다.]

* 이슬람교에는 어떠한 형태의 귀족 계급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슬람의 평등주의 원칙은 신 앞에서는 칼리프도 노예도 구별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종교는 이슬람 사회가 높은 인간애를 발휘하도록 촉구했으며, 그 밑에서는 가장 가난한 농민이나 상인의 자손이라 할지라도 행운과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고장의 최고위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였다. 평등은 현실적으로도 있었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 2007년 아카데미상 특별상(환경에 대한 다큐멘터리로)을 수상한 전(前) 미국 부통령 고어

그의 내슈빌 집(방 20개)의 2006년 전기 사용량은

221,000 kWh로 월 평균 $1359

[임성삼; 어림잡아 우리나라 가구 평균 전기사용량으로 100 가구 정도

참고; 미국 도시지역 가정 평균 전기 소모량: 1,250 kWh/월 = 1,5000 kWh/년]

[임성삼; 환율을 달러 당 1,000원으로 계산하면 미국 전기요금은 1 kWh당 74원으로 우리보다 매우 저렴합니다.]　

3월 6일 화요일

　인생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탄식이다. 무엇을 얻을까 눈을 두리번거리기 전에 먼저 탄식을 버려라.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수강궁에서 사냥을 보며[壽康宮觀獵]

곽예(郭預)

넓은 벌에 비가 갓 갠 뒤 / 原上雨初霽

잔디밭 불탄 흔적, 봄빛이 새로워라 / 燒痕春色新

매 한 마리 화살처럼 빠르고 / 一鷹如箭疾

말[馬]은 만 필인가, 구름처럼 늘어섰네 / 萬馬若雲屯

꿩은 도망치다 오히려 개를 만나고 / 雉困還遭犬

노루는 급한 김에 사람도 못 피하네 / 麕迷不避人

장양부(長楊賦)를 아직 다 못 지었으니 / 長楊賦未就

간관(諫官)으로서 부끄러워라 / 慙愧諫垣臣

오늘의 중용(中庸)

君子遵道而行, 半塗而廢, 吾弗能已矣. 진흙 도; 길

군자준도이행, 반도이폐, 오불능이의.

군자라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올바른 도리에 따라 행동하다가도,

중도에 그만두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임성삼의 주(註); 옳은 일을 끝까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이런 행동을 하려 할 때, 주위사람들이 우리에게 충고할 것입니다. <중용>을 지키라고... 이 책에서 말하는 <중용>은 그들의 충고대로 중도에 그만두는 것이 아닙니다.]

* 아랍에서 영주가 소유하는 농촌에서 소작인으로 일할 경우 농민은 자기들의 노동이 낳은 전체 수량의 겨우 5분의 1을 받는 데 불과했다.

[임성삼; 대단히 낮은 율입니다.]

　- 농민이라는 말 속에는 명예를 해치는 숨은 뜻이 포함돼 있음이 명백하다. 농민은 연극의 막간이나 그밖의 대중오락의 무대에서 시종 익살꾼이나 바보역을 맡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농민에 대한 멸시는 그들보다 나은 계급의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뿌리 박혀, 농민이라는 말 자체가 최악의 모욕으로 되어 있다. 누군가를 붙잡고 <농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시골뜨기>, <인간 쓰레기> 또는 그 이상의 나쁜 호칭으로 부른 것이 된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 20070303 조선일보 만물상

- 즉석 라면 일년 소비량; 463억 개

우리나라 38억 개, 일본 52억 개, 인도네시아 92억 개, 중국 159억 개

- 전후 일본에선 쌀이 부족해 굶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국민에게 밥 대신 미국이 원조하는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도록 했다. 안도 모모후쿠는 밀가루로 서양식 빵 대신 동양인 입맛에 맞고 싸면소 오래 보존이 가능한 식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안도는 자기 집 마당에 다다미 세 평짜리 오두막 실험실을 짓고 1년 넘게 실험했다. 1958년 8월 25일 성공하여 ‘치킨 라멘’이라고 이름지었다. 우동 한 그릇이 6엔 하던 시절, 한 봉지에 35엔을 받았다. 오래 보관이 가능하기는 해도 싸지는 않았다. 그래도 맛이 좋고 워낙 간편해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임성삼; 우리나라에서는 삼양 식품에서 1963년 라면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의 기억이 아직 나에게 있습니다.]

안도는 1971년 9월엔 컵라면도 만들었다.

2007년 초 97세로 타계한 안도 회장은 생전 세 가지 기업이념을 강조했다.

[임성삼; 안도는 48세에 라면을 발명한 것이고, 61세에 컵라면을 발명한 것입니다.

조금 다른 예이지만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 1868∼1943)는 33세인 1901년 ABO 혈액형을 발견하여, 62세인 193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72세인 1940년 Rh 혈액형을 발견했습니다.]

‘먹을 것이 풍족해야 세상이 평화롭다’

‘좋은 음식을 만들어 세상에 기여한다’

‘아름답고 건강한 몸은 현명한 식생활에서 나온다’

[임성삼; 그러나 안도가 이 셋 중 어느 것에 기여했는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 2007년 2월 27일 오사카에서 65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안도 회장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34명의 승려가 추모 재(齋)를 이끌고 나카소네 야스히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같은 전직 총리도 자리를 함께 했다고 한다. 나카소네 전 총리는 “고인은 식품 문화를 개척하고, 전후 일본 부흥을 주도한 창의적 기업인이었다”고 추모했다.

안도는 라면밖에 모르는 50년 외곬인생을 산 대만출신 귀화 일본인이었다. 일본 국민은 그런 그를 단지 ‘라면 왕’이 아니라 ‘전후 폐허에서 일본을 일으켜 세우고 일본 먹거리로 세계를 제패한 영웅’으로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3월 7일 수요일

　이성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별 것 아니다. 즉, 자기 자신의 본질에 따라 사는 것이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임성삼; 그러나 자기 자신의 본질을 알 정도로 이성적인 태도를 가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동교 마상(東郊馬上)

곽예(郭預)

말 가는 대로 봄 소식을 찾아보니 / 信馬尋春事

소들이 한창 밭을 갈고 있네 / 牛兒方力耕

날씨가 따스하니 새들이 울고 / 鳥鳴天氣暖

물결도 잔잔한데 고기들 굼실굼실 / 魚泳浪紋平

들의 나비는 서로 뭉쳐서 희롱하고 / 野蝶成團戲

모래 갈매기는 떼를 지어 다닌다 / 沙鷗作隊行

시시한 연작들과 추축하는 나 / 自嫌隨燕雀

저기 저 해오라기처럼 청한하지 못하구나 / 不似鷺鷥淸

오늘의 중용(中庸)

君子依乎中庸, 遯世不見知而不悔, 唯聖者能之. 군자의호중용, 둔세불견지이붕회, 유성자능지.

군자는 중용에 의지하여 산다.

세상을 피해 숨어 살아서 남에게 알려지지 않아도 후회하지 않는 것은

오직 성인(聖人)만이 능히 행할 수 있는 것이다.

[임성삼의 주; 세상에서 벼슬을 하며 적당히 세속과 타협하는 것은 중용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右第十一章. 우제십일장.

이상은 11 장이다.

* 아랍에서 개인은 그 사람의 실적을 근거로 해서 판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가족의 평판이나 업적, 지위에 의해서 판단된다. 출세하려는 개인의 노력에 대해서 평가가 내려지지 않고 반대로 그 사람의 태생, 조상의 고귀성 등이 항상 언급된다.

민족의상이 계급의 차이를 명확히 나타내고 있다. 도시에 사는 상류 계급과 도시의 하층민이나 농민, 베드윈 등은 각기 자기들의 계급을 식별할 수 있는 의상을 가지고 있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8일 목요일

　인간은 항상 시간이 모자란다고 불평을 하면서, 마치 시간이 무한정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여산사 침벽루(盧山寺枕碧樓)

권한공(權漢功)

열 해 동안 글을 읽던 곳 / 十載讀書處

포의로 이제 다시 와 노네 / 布衣今再遊

긴 소나무는 옛길을 덮었고 / 長松蔭古道

어지러운 돌은 찬 시냇물에 씻기네 / 亂石漱寒流

대낮에도 산마을은 어둡고 / 白日山村暗

봄철의 골짜기는 그윽하네 / 青春洞府幽

언제 만명의 기병을 거느리고 와 / 何時擁萬騎

한번 웃으며 이 강루에 올라볼까 / 一笑上江樓

오늘의 중용(中庸)

君子之道費而隱.

군자지도비이은.

군자의 도는 널리 사용되나, 그 형체는 보이지 않는다.

夫婦之愚, 可以與知焉,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不知焉;

부부지우, 가이여지언, 급기지야, 수성인역유소부지언;

보통 지아비와 지어미의 어리석은 능력으로도 그것을 알 수 있으나,

지극한 곳에 대하여는 성인이라도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夫婦之不肖, 可以能行焉,

부부지불초, 가이능행언,

及其至也, 雖聖人亦有所不能焉.

급기지야, 수성인역유소불능언.

보통 사람들의 못난 능력으로도 능히 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극한 곳에 대해서는 성인 역시 행할 수 없는 곳이 있다.

天地之大也, 人猶有所憾.

천지지대야, 인유유소감.

故君子語大, 天下莫能載焉;

고군자어대, 천하막능재언;

語小, 天下莫能破焉.

어소, 천하막능파언.

하늘과 땅이 크지만, 사람에게 유감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군자가 큰 것을 말하면 천하가 그것을 실을 수 없고,

작은 것을 말하면 천하가 그것을 깨뜨릴 수 없다.

* 이슬람은 종교상의 일과 생활상의 세속 일을 전연 구별하지 않으며, 인간의 온갖 행동이 모두 다 종교의 대상으로 되어 있다. ...

예언자 마호메트는 위대한 철학과 진리뿐만 아니라 일상의 행동규범에 대해서도 신의 계시를 위임받았다.

임종할 때, 패배했을 때, 혹은 재난중에 아랍인은 ‘신은 위대하다’하고 신을 예찬한다.

그들은 신의 뜻에 불평하는 것을 피한다. 신앙이 깊은 사람이라면 불행을 당한 사람에게 ‘불쌍하게도’라고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런 말은 신의 의지에 대한 복종에 불충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9일 금요일

　인생은 짧은 이야기와 같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이가 아니라 값어치이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정당 시승을 충주 임소로 보내며[送鄭當寺丞之任忠州]

김구용(金九容)

봄바람이 바야흐로 화창한데 / 春風方駘蕩

명령서 가지고 충주로 부임하는군 / 持節赴忠州

동대문 길에는 향기로운 풀 우거지고 / 芳草東門路

수양버들 늘어진 옛 나루터 / 垂楊古渡頭

거문고를 타려 누각을 열고 / 彈琴開古閣

홀을 비스듬히 잡고 높은 다락에 오르겠지 / 柱笏上高樓

응당 여강을 지나갈 터이니 / 應過驪江去

강가에 낚싯배를 매게 / 江邊繫釣舟

오늘의 중용(中庸)

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

시운: “연비려천, 어약우연.” 언기상하찰야.

시경에 말하였다.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

이는 위와 아래를 모두 관찰했음을 말한다.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其至也, 察乎天地.

군자지도, 조단호부부; 급기지야, 찰호천지.

군자의 도는 보통의 사람들에서 시작되나, 그 지극한 곳에서는 천지에 뚜렷해진다..

右第十二章. 우제십이장.

이상이 12장이다.

*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예언자 마호메트는 ‘당신에게 평화가 있도록’하고 인사한 사람에게는 열 가지의 선행을 한 것으로 신이 기록하며,

‘신의 은총을’하는 인사에는 스무 가지의 선행을, 더욱 정중하게 ‘신의 축복을’하는 인사에는 서른 가지의 선행을 한 것으로 기록해 준다고 말했다 한다.

종교상의 기쁨을 구하는 이러한 소망은 이슬람 교도에게만 주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비이슬람 교도는 지옥으로 내던져질 운명에 있으며, 그들에 대한 인사는 종교적인 의미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12일 월요일

　자기가 진 신세를 부인하는 사람은 배은망덕하고, 그 신세를 감추는 사람도 배은망덕하며, 그 신세를 잊어버린 사람은 더욱 배은망덕하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봄맞이

김광섭

산을 넘어

거리 거리에

아지랑이 풍기니

봄은 정든 길로 오고

비둘기같이

하이한 마음

꽃을 들고

집집마다 문을 연다

오늘의 중용(中庸)

子思之言, 蓋以申明首章道不可離之意也.

자사지언, 개이신명수장도불가리지의야.

其下八章, 雜引孔子之言以明之.

기하팔장, 리인공자지언이명지.

자사의 말인데, 그것으로 첫 장의 도는 거기서 떠나면 안 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 아래의 여덟 장에서는 공자의 말을 뒤섞어 인용하여서 그것을 밝혔다.

子曰: 자왈

｢道不遠人. 人之爲道而遠人, 不可以爲道.

“도불원인. 인지위도이원인, 불가이위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도(道)란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도를 행한다고 하면서 사람에게서 멀리 떨어진 일을 한다면,

그것은 도라고 할 수 없다.”

[임성삼의 주(註); 신선술과 결부된 후세의 노장(老莊)사상은 산 속에 은거하며 도를 닦습니다. 이것은 유학(儒學) 생각하는 도(道)가 아닙니다.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면서 도를 닦는 것이 유학(儒學)입니다.

흔히 유교(儒敎)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으나 나는 유학(儒學)이라는 말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공자와 그 제자들의 사고(思考)에는 종교적인 면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아랍 사람들은 시간을 메우기 위해 즉흥시를 짓거나 커유니케이션의 수단으로써 시를 인용한다. 시를 짓는 것은 모든 계급의 사람들이 다 즐겨하고,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도 대개 유명한 시 몇 편 정도는 알고 있으며 가끔 그것을 읊는다. 옛 시대의 시인은 아랍인들 사이에서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었다. 시인은 마력과 불가사의한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믿어졌다. 시인은 부족을 지키기 위해 적을 쳐부수며 부족의 공격을 예찬하는 일종의 무기로써 영향력이 강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유목의 시인은 부족의 성자, 평화의 지침, 전쟁의 왕자로서 부족민들은 모든 것을 그와 의논해 왔다.’

‘아랍에서는 가족 중에서 시인이 나오면 주위의 부족이 그 가족 있는 곳으로 몰려와 축복해 준다. 축제의 준비가 갖추어지고 여자들은 마치 신부를 축복해 줄 때와 마찬가지로 악기를 울리게 하고 행렬을 이룬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13일 화요일

　자기 자신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가장 강하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임성삼; 공자님은 이보다 400년 전에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봄비

박목월

조용히 젖어드는

초가 지붕 아래서

왼종일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다.

월곡령삼십리月谷嶺三十里

피는 살구꽃

그대 사는 마을이라

봄비는 와서

젖은 담모퉁이

곱게 돌아서

모란 움 솟으랴

슬픈 꿈 처럼

⊙ 발표일자 : 1946년02월

오늘의 중용(中庸)

詩云: ��伐柯伐柯, 其則不遠. �� 칠 벌, 자루 가

시운: “벌가벌가, 기즉무원.”

시경에

“도끼자루를 찍어내는데, 도끼 자루를 찍어내는데,

그 방법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라 하였다.

執柯以伐柯, 睨而視之, 猶以爲遠. 흘겨볼 예

집가이벌가, 예이시지, 유이위원.

도끼자루를 잡아 도끼자루를 찍어내면서,

(자기으 도끼자루를) 곁눈질해 보면서도 오히려 그 방법이 어렵다고 한다.

[임성삼의 주(註);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은 깊고 난해한 것이 아닙니다.

숲에 들어가서 도끼로 나무를 다듬어서 도끼자루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숲 속에 있는 알맞은 크기의 나무를 골라 잘라낸 다음, 자기 손에 있는 도끼의 자루와 같이 도끼로 다듬으면 되는 것입니다.

세상을 사는 데도 주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나아갈 길을 결정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어려운 일은 없습니다.

단지 정확한 길이의 반듯한 도끼 자루를 만들어 내려면, 여러 번 실습을 해야 합니다. 눈으로 보면서 동일한 도끼 자루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처럼, 남의 올바른 행동을 보고 정확히 따라 한다는 것도 많은 연습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룩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故君子以人治人, 改而止.

고군자이인치인, 개이지.

그러므로 군자는 사람으로 사람을 가르치다가(사람을 예로 들어 사람을 가르치다가), 그가 고치면 그만둔다.

* 아랍에서는 항상 문법에 종속하는 지식 활동의 범위가 확대되어 왔다.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의 이상이 고양되어 우선 첫째가 역사, 그 다음이 윤리, 그리고 마침내 철학이 문예의 범주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아한 표현이 의무화되었다. 시나 일화, 비유 등에서의 인용이 대중을 기쁘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을 알았다. 힘이 안 드는 지도, 유익한 경구 등이 유행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철학적인 만담, 가십거리의 재치 있는 사료편수 백과사전이 되었으며, 나아가 운율과 이야기로 뒤범벅이 된 잡다하고 통일성이 없는 정보가 되어 그것들은 화려한 말의 의상에 싸이게 되었다.

문체는 문체를 위해 다듬어지게 되었고, 기지는 시원치 않은 농으로 전락했으며, 작자가 호소하려는 실체는 수사학의 불꽃놀이 속에서 거의 다 증발해 버렸다.‘

[임성삼; 문화사적인 면에서의 분석이 더 필요합니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14일 수요일

　자유란 무엇인가?

그것은 어떠한 환경에도 어떠한 속박에도 어떠한 기회에도 노예가 되지 않는 것이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임성삼; 이 정의에 의하면 거의 모든 현대인은 자유인이 아닙니다.]

산도화(山桃花)

박목월

산은

구하산

보랏빛 석산

산도화

두어 송이

소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오늘의 중용(中庸)

忠恕違道不遠, 施諸己而不願, 亦勿施於人.

충서위도불원, 시저기이불원, 역물시어인.

충(忠)과 서(恕)가 도(道)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내게 베풀어지기를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것이다.

[임성삼의 주(註); 이것은 사람의 행동 기준으로 가장 기본적인 것이며, 동시에 완전한 것입니다.]

* 아랍인은 이야기 속에 자기의 감정이나 행동을 나타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으며, 외국인에게는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그 때문에 아랍인은 큰 소리로 소리치며 흥분하고 과장하며 상대방을 위협하고 견택을 가한다. 이때 외국인은 당연히 사태가 긴박하다고 받아들인다. 그 장소의 공기는 노여움과 적의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이 같은 일은 아랍인이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눌 때의 극히 자연스러운 어법이다.

서구인은 비록 간략한 표현 방법이지만 표현하려는 것은 정확히 말하는데 아랍인들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랍인들은 간단한 동의는 위선적인 정치가의 거부와 똑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

이국인은 수사나 언어학적인 세련미 같은 건 시간의 낭비라고 생각하며 자기 사고의 애매성은 불안과 불쾌감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랍인은 자기의 웅변에 대해 미국인이 평가해 주지 않는 데 대해 기분이 상한다. 뿐만 아니라 아랍인은 미국인의 솔직함에 대해 예의범절을 모른다고 오해해 버린다. ...

아랍인은 대화 상대와의 몸의 접촉을 바란다. 상대방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팔을 잡으며 또는 얼굴을 아주 가까이 접근시킨다. 이와는 반대로, 일반 서양인은 대화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공중이 보는 앞에서 동성끼리 몸을 접촉하는 일을 극단적으로 싫어한다. 따라서 서양인이 몸을 빼도 아랍인은 몸을 부딛쳐 오므로 서로가 이유도 모르는 채 노여움과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아랍인의 의식구조, 사니아 하마디 지음/ 손영호 옮김, 큰산, 2000>

3월 15일 목요일

　쾌락이란 것은 우리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그 순간에 이미 사라지는 것이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교목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 서서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아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레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속 깊이 거꾸러져

차마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인문평론>1940

오늘의 중용(中庸)

君子之道四, 丘未能一焉:

군자지도사, 구미능일언:

군자의 도리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나는 그 중의 하나도 잘 하지 못한다.

所求乎子, 以事父未能也;

소구호자, 이사부미능야;

내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처럼 아버지를 섬기지 못하고,

所求乎臣, 以事君未能也;

소구호신, 이사군미능야;

내가 신하에게 바라는 것처럼 임금을 섬기지 못하며,

所求乎弟, 以事兄未能也;

소구호제, 이사형미능야;

내가 아우에게 바라는 것처럼 형을 섬기지 못하고,

所求乎朋友, 先施之未能也.

소구호붕우, 선시지미능야.

내가 벗에게 바라는 것처럼 벗에게 베풀어주지 못한다.

[임성삼의 주(註); 위의 네 가지만 이룩할 수 있으면 성인(聖人)인 것입니다. 공자님께서도 하지 못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론은 매우 쉽습니다. 어렵고 몰라서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다. 행동만 하면 됩니다. 벗에게는 내가 바라는 대로 행동하고, 형에게는 내가 아우에게 바라는 대로 섬기고, 윗사람에게는 아랫사람에게 바라는 대로 행동하며, 부모님께는 내가 자식에게 바라는 대로 행동하면 완벽한 행동이 됩니다.]

* 유태인들의 게토와 슈테틀의 생활은 ‘이프스’를 얻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었다. 이프스(Yichus)는 번역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뜻이 가장 가까운 말로 번역하면 ‘신망’이나 ‘신분’이 된다. 이프스가 있다는 것은, 마치 여성에게 매력이 있는 것과 같다. 그것이 있으면 다른 것이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만일 그것이 없으면 다른 어떤 것을 갖고 있더라도 별로 소용이 없었다.

이프스는 가정의 배경과 학문이나 지식 그리고 직업 등을 종합한 것으로 보통은 세습적인 것이지만 수학(修學)에 의해 획득할 수 있었다. 선한 행실이 일가의 이프스를 유지하는 데 가장 필요했다. 이프스라는 호칭을 지닌 사람은 행동과 학문 그리고 자신의 세 가지 점에서 높는 수준을 유지해야만 하였다. 술주정꾼이나 사기꾼이 될 수 없었다.

이프스의 말이 그대로 법이고 그 말을 거역하느니 차라리 고문대 위에서 죽는 것이 나았다. 만일 비유태인이 이프스를 지닌 사람을 모욕한다면 그는 상대방을 지그시 노려본다. 그러면 모욕한 자는 그 눈의 위엄에 압도되어 비틀거리게 마련이었다. ‘프로스트(prost)' 즉 보통사람이면 비유태인에게 머리를 숙이고 아부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었으나 만일 이프스라고 불리는 유태인이 그렇게 하면 그는 이프스라는 칭호를 잃게 된다.

프로스트 곧 보통사람은 수학하여 이프스가 될 수 있었다. 유태인의 가정에서는 아무리 가난해도 가장 중요시하는 지출은 교육비였다.

<유태의 역사, 막스 디몬트 지음/ 김용운 옮김, 대원사,1991>

3월 16일 금요일

　화가는 그림을 완성시켰을 때보다도 정신없이 그림에 몰두할 때에 더 큰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세네카, Lucius Annaeus Seneca, BC 54∼AD 39>

고풍의상(古風依裳)

조지훈

하늘로 날을 듯이 길게 뽑은 부연(附椽) 끝 풍경(風磬)이 운다.

처마 끝 곱게 늘이운 주렴(珠簾)에 반월(半月)이 숨어

아른아른 봄밤이 두견이 소리처럼 깊어 가는 밤,

곱아라 고아라 진정 아름다운지고

파르란 구슬빛 바탕에

자주빛 호장을 받친 호장저고리

호장저고리 하얀 동정이 환하니 밝도소이다.

살살이 퍼져 내린 곧은 선이

스스로 돌아 곡선(曲線)을 이루는 곳

열두 폭 기인 치마가 사르르 물결을 친다.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당혜(唐鞋)

발자취 소리도 없이 대청을 건너 살며시 문을 열고,

그대는 어느 나라의 고전(古典)을 말하는 한 마리 호접(胡蝶)

호접인 양 사푸시 춤을 추라, 아미(蛾眉)를 숙이고…….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

눈 감고 거문고 줄 골라 보리니

가는 버들인 양 가락에 맞추어

흰 손을 흔들어지이다.

오늘의 중용(中庸)

庸德之行, 庸言之謹,

용덕지행, 용언지근,

평상적인 덕을 실행하고, 평상적인 말을 근면하게 지킨다.

[차주환 역; 용덕(庸德; 변하지 않는 덕, 중용의 덕)을 행하고, 용언(庸言)을 삼가한다.]

有所不足, 不敢不勉,

유소부족, 불감불면,

부족한 것이 있으면 근면하게 일하며,

有餘不敢盡;

유여불감진;

남는 것이 있으면 모두 사용하지는 않는다.

言顧行, 行顧言, 君子胡不慥慥爾! ｣ 착실할 조

언고행, 행고언, 군자호불조조이!

말은 행위를 돌아보고, 행위는 말을 돌아본다. 군자가 어찌 독실하게 행동하지 않겠는가.

右第十三章. 우제십삼장.

이상이 13 장이다.

*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리브 울만 엮음, 김승욱, 이동중 옮김, 작가정신, 1998>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달라이 라마>

* 제 14 대 달라이 라마(텐진 가쵸)가 티베트 통치자로서의 전권을 위임받은 1950 년, 그의 나이는 열다섯이었다. 1950 년 티베트를 점령한 중국과 평화적인 대화를 시도해보려던 그의 노력은, 1959 년 티베트인들이 일으킨 반란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그를 압박하는 요인이 되었고 결국 인도로 망명을 해야 했다. 지금까지 인도에서 티베트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망명 중에도 티베트 정부의 지도자로서 국제적인 분쟁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이 노력에 대해 1989 년 노벨평화상이 주어졌다.

우리가 튼튼하고, 건강하고, 활기에 가득 차 있을 때는 한때 우리가 아무런 힘도 없는 갓난아기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 쉽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상냥함과 친절에 철저히 의존해서 살아갑니다. 청년기에 이르면 비로소 자신을 돌볼 수 있게 되지만 아직은 꼭 수행해야 할 의무라고 할 만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생각과 행동에서 자유와 융통성을 얻게 됩니다. 사람들이 나중에 어른이 된 다음에 젊었을 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아직 미래가 결정되지 않은 채 열려있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기회를 이용하되 나중에 후회할 만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누구나 자유를 구속하는 책임이라는 것을 짊어지게 됩니다.

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물어보면서 자주 놀라곤 합니다. 너무 자명한 사실이라서 그런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간단히 대답하는 젊은이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모든 계획들은 사실 행복과 만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소망에 바탕한 것이 아니던가요? 어떤 표현을 사용하든, 살아 있는 존재로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것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우리 존재의 가장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소망입니다. 이 소망이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나는 행복이라는 것을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한 번 살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행복과 고통은 모두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정신적인 행복과 고통, 육체적인 행복과 고통이 그것입니다. 이 두 가지 중에서 정신적인 경험이 더 강력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실수로 발목을 삐어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도, 친구가 찾아와서 행복을 느끼는 데 이 고통이 방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근심이나 실망감 때문에 비참한 기분에 빠져 있을때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맛있게 먹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신적인 평화와 행복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의 제한적인 경험에 비추어볼 때, 모든 행복의 기본적인 원천은 사랑과 연민, 즉 남들을 향한 친절하고 따스한 마음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게 친절히 대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더 평온하고 편안한 기분이 될 것입니다. 남들을 잘 모르기 때문에, 또는 그들이 위협적인 존재로 느껴지거나 우리와 경쟁을 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그들에 대해 느끼곤 하던 두려움과 의심도 사라져버립니다. 마음이 평온하고 편안하면, 명료하게 사고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을 하든,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여러분은 마음이 편안하지 않을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왜 다른 사람들에게 대해 상냥하고 따스한 마음을 지녀야 하는 걸까요? 다른 사람들도 기본적으로 우리와 똑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부유하든 가난하든, 교육을 받았든 못 받았든, 어디에 살든, 어떤 민족, 종교 또는 문화권에 속하든, 우리는 모두 인간입니다. 우리는 모두 형제이자 자매이며 인류라는 거대한 가족의 일원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행복을 추구하며 고통을 바라지 않습니다. 또한 우리는 모두 고통을 피하고 행복을 추구할 똑같은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사람은 나와 똑같은 인간이다. 이 사람의 희망과 소망은 내 희망과 소망하고 똑같다.> 그러면 상냥하고 친절한 감정이 저절로 생겨납니다.

사람들은 모두 친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우리가 부모님과 그처럼 끈끈한 유대를 맺게 되는 것도 바로 부모님이 우리를 키울 때 보여주셨던 자연스러운 상냥함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 잉태된 순간부터 우리가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될 때까지 우리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친절이라는 커다란 선물을 받습니다. 그 선물이 없으면 우리는 그 기간 동안 생명을 부지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이번에는 우리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친절을 보임으로써 우리가 받았던 은혜를 갚자는 생각이 들지도 모릅니다.

우리 인간들은 사회적인 동물입니다. 우리는 천성적으로 친구와 동반자를 찾습니다.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고독을 싫어합니다. 자, 우리의 어떤 특징들이 친구를 끌어 모으는 걸까요? 분노, 질투, 속임수는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친절한 배려와 열린 마음, 정직이 바로 친구를 끄는 특징들입니다.

21세기가 다가옴에 따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점점 더 작아지고, 여러 측면에서 더 우호적인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과잉, 천연 자원의 감소, 인간 존재의 기반을 위협하는 환경 위기 등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이 우리 앞에 버티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진정한 세계 평화를 이루는 것은 아직도 어려운 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인류는 책임감을 더욱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리 각자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 국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인류를 위해 노력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우리 각자가 자기 몫의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긍정적인 변화는 빨리, 또는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문제들이 그냥 어른들의 일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여러분 같은 젊은 사람들도 함께 참여해야 하는 일로 여겨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모습은 여러분에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인생의 대부분이 아직도 여러분 앞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 안에서 정신적인 평화와 행복을 창조하려고 노력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책임감 있고 친절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아주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나는 다가오는 세기에 이 지구에서 더 상냥하고, 더 세심하고, 더 이해심이 많은 인간 가족이 진화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리브 울만 엮음, 김승욱, 이동중 옮김, 작가정신, 1998>

3월 19일 월요일

　당신이 훌륭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훌륭한 덕을 자기 자신도 가지고 있는가. 생각해 보라.

그리고 나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나쁜 사람이 지은 죄가 자기에게도 있지 않은지 돌아보라.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춘신(春信)

유치환

꽃등인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 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새로

적은 멧새 하나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메서

작은 깃을 얽고 오그리고 지나다가

이 보오얀 봄길을 찾아 문안하여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 가지에 여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도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적은 길이여

오늘의 중용(中庸)

君子素其位而行, 不願乎其外.

군자소기위이행, 불원호기외.

군자는 자신의 처지에서 분수대로 행동하고, 그 밖의 일을 원하지 않는다.

[임성삼; 이와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은 소인이라는 뜻이지요?]

*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리브 울만 엮음, 김승욱, 이동중 옮김, 작가정신, 1998>

- 움베르토 에코: 작가이자 대학교수로 1932 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 1954 년부터 1959 년까지 이탈리아 방송국에서 일했으며, 그 후 이탈리아와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기호학에 관한 전문서와 수많은 문학작품을 발표했다. 푸코의 추가 있다.

네게 총을 선물하는 이유, 움베르토 에코

(전략(前略))

그 때가 되면 나는 네게 총을 선물할 생각이다. ... 그것도 아주 많이...

선생님, 전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핵무기철폐위원회 위원이고 평화운동의 지지자이며, 평화 행진에도 참여하시는 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나는 친구의 아들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한 생각이 나서 프랑크푸르트의 백화점에 들어가 좋은 연발 권총을 달라고 했다. 사람들이 전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구나. 저희는 전쟁 장난감을 팔지 않습니다. 선생님. 나는 내 피가 차갑게 식어버린 줄 알았다.

..........

나는 네가 안락의자 뒤에 숨어서 총을 쏘는 동안 네게 여러 가지 생각들을 심어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나는 네게 인디언들이 아니라, 인디언 거주구역을 파괴하고 있는 무기 상인들과 주류 판매상들에게 총을 쏘도록 가르칠 것이다. 나는 네게 남부의 노예 소유주들을 향해 총을 쏘도록, 링컨을 지지하는 뜻에서 총을 쏘도록 가르칠 것이다. 콩고의 식인종들이 아니라 상아 밀매자들에게 총을 쏘도록 가르칠 것이다. 어쩌다 마음이 약해지면, 커다란 냄비에 리빙스턴 박사를 넣고 스튜를 만드는 법까지 가르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아랍인이 되어 로렌스를 상대로 싸울 것이며, 고대 로마시대를 배경으로 놀이를 할 때는 골(Gaul)족의 편이 되어 싸울 것이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켈트 족이며, 율리우스 카이사르보다 훨씬 더 깨끗한 사람들이다. 너는 곧 카이사르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로부터 자유를 빼앗고, 자기가 죽은 다음에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을 팁처럼 남겨주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 역겨운 카스터 장군에 맞서 싸우는 인디언의 편에 설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의화단의 편이 될 것이다. 또한 너무나 의무감에 얽매인 나머지 정말 필요한 때에 알제리인을 곤봉으로 후려치니 못하겠다고 거절하지 못하는 <주브>보다는 차라리 <판토마>의 편이 될 것이다. ... 만약 우리가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놀이를 한다면, 너는 바스티유의 함락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정말 굉장한 게임이 될 것이다. ......

사랑하는 스테파노야, 그래서 나는 네게 총을 줄 생각이다. 그리고 나는 지극히 복잡한 전쟁놀이를 하는 법을 네게 가르칠 생각이다. 진실이 결코 전적으로 어느 한 편에만 있지 않는 그런 전쟁 말이다. 너는 어린 시절에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게 될 것이고, 어쩌면 정신적인 혼란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서서히 너는 일종의 확신 같은 것을 갖게 될 것이다. .... 너는 현실을 살면서 비판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 Umberto Eco

1932. 1. 5 이탈리아 알레산드리아~ .

이탈리아의 문학비평가․소설가․기호학자(기호와 상징을 연구하는 학자).

토리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1954), 이탈리아 라디오-텔레비전에서 문화부장으로 일하면서 토리노대학교에서 강의도 했다(1956~64). 그뒤 피렌체와 밀라노에서 가르쳤고 1971년 볼로냐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되었다. 초기의 연구 분야는 미학이었고 이 분야에서의 주요작품은 〈공개된 작품 Opera aperta〉(1962, 개정판 1972․1976)으로 많은 현대음악, 상징주의적인 시와 통제된 무질서의 문학(프란츠 카프카, 제임스 조이스) 등의 내용이 근본적으로 모호해서, 해석하고 창조하는 과정에 독자나 청중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을 시사한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는 영어로 씌어진 〈기호학 이론 A Theory of Semiotics〉(1976)․〈기호학과 언어 철학 Semiotics and the Philosophy of Language〉(1984) 같은 작품 속에서 커뮤니케이션과 기호학 등 또다른 분야를 계속 탐구했다. 비평․역사․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쓴 그의 대부분의 저서는 여러 언어로 번역되었다. 14세기 이탈리아 수도원을 배경으로 했지만 본질적으로는 신학적․철학적․학술적․역사적 시각에서 '진실'을 탐구하는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 Il nome della rosa〉(1981)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86년 이 작품을 바탕으로 장 자크 아노가 감독한 영화가 만들어졌다. 그뒤 1988년 소설 〈푸코의 추 Il pendolo di Foucault〉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다.

3월 20일 화요일

　선천적으로 현명한 사람은 없다.

시간이 모든 것을 완성한다.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송화(松花)

유치환

먼 먼 봄이 여기에도 아득히 짙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문득

만산(滿山) 적적히 송파 파도 일고

고찰(古刹)에 찾는 노승의 긴 눈섭에도

노란 꽃가루

오늘의 중용(中庸)

素富貴, 行乎富貴; 素貧賤, 行乎貧賤;

소부귀, 행호부귀; 소빈천, 행호빈천;

부하고 귀한 처지에 있으면 부하고 귀한 데 알맞게 행동하고,

가난하고 천한 위치에 있으면 가난하고 천한데 알맞게 행동하며,

*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리브 울만 엮음, 김승욱, 이동중 옮김, 작가정신, 1998>　

이런 사람이 되기를,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 아슈케나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그는 1937 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모스크바 콘서바토리움을 졸업했고 1963 년 서방세계로 이주했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쇼팽의 해석자로서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작품들을 많이 연주했다. 1989 년부터 베를린 도이체 심포니의 상임지휘자, 1998 년부터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나는 내 손자가 선과 악을 구분하는 법을 일찍 배우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 아이가 너그러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만, 악까지 참아 넘기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나는 그 아이가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정직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 아이가 자신에게 하지 않을 일을 남에게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 아이가 꿈을 지닌 현실주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 아이가 무엇을 하든, 성공을 생각하기보다는 그저 최선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나는 그 아이가 자유는 면허증 같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무임을 기억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

[임성삼; 아이들 만이 아니라 아버지들과 할아버지들이 이런 사람들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Vladimir Ashkenazy

본명은 Vladimir Davidovich Ashkenazi.

1937. 7. 6 러시아 연방 고리키 ~.

러시아의 피아니스트․지휘자.

모차르트와 베토벤에서 독일 낭만주의 음악과 20세기 러시아 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다. 6세에 피아노 공부를 시작해서 모스크바 중앙음악학교에서 10년 동안 아나이다 줌바티안에게 배웠으며, 1955년 모스크바 음악원에 입학해 레프 오보린의 문하에 들어갔다. 1956년 브뤼셀에서 열린 벨기에 음악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1955년에는 제5회 바르샤바 국제 쇼팽 콩쿠르에서 2등상을 받았고 1962년에는 제2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공동으로 1등상을 수상했다. 1963년 서방세계로 망명한 그는 197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얻었으나 스위스에서 살고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지휘자로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3월 21일 수요일

　수면은 피로한 마음의 가장 좋은 약이다.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성재명(誠齋銘)

이색(1328(충숙왕 15~1396(태조 5))

조용히 거처할 땐 마음이 고요하고 맑으니

우뚝한 태산처럼 편안하다.

움직일 땐 걸림없으니

봄바람처럼 넉넉하고 거침없다.

누추한 골방이든 넓은 정원이든

스스로 삼가서 순수함이 끊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사욕(私慾)을 한 터럭이라도 용납해서 되겠는가

성실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이색(1328(충숙왕 15~1396(태조 5)); 호는 목은(牧隱), 시문의 대가이며 성리학의 발전에도 공헌했다. 문하에 권근, 김종직, 변계량 등 쟁쟁한 학자 문인들이 배출되었다. 예문관 대제학.

<내 마음을 찾아가는 길, 이성호 편역, 온누리, 2002>

오늘의 중용(中庸)

素夷狄, 行乎夷狄; 素患難, 行乎患難;

소이적, 행호이적; 소환란, 행호환란;

야만인들 속에서는 야만인 같이 행동하고,

근심스럽고 곤란한 처지에 있으면, 근심스럽고 곤란한 처지에 알맞게 행동해야 한다.

[임성삼의 주(註); 자연스럽게 자기가 처한 위치에 따라 그에 알맞게 행동하는 것, 이것 역시 중용의 가장 큰 실천 항목입니다. 이러면 마음이 편하고 장수할 것입니다.]

*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리브 울만 엮음, 김승욱, 이동중 옮김, 작가정신, 1998>　

소나무 위에 걸린 행복, 레너드 코엔

- 가수이자 작곡가이며 시인이기도 한 코엔은 1934 년 캐나다에서 태어났다. 1950대 중반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0년간 문학적인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성공했다. 1968년부터 자신이 직접 쓴 시를 음악화하기 시작했다. 문학과 현대 대중음악 두 분야에서 동시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몇 안 되는 예술가에 속한다.

내 아이의 아이에게

네가 이 편지을 읽을 때쯤이면 나는 벌써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네가 이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구나.

오늘 나는 이른 아침에 오솔길을 걸으면서 소나무 위로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단다. 달이 너무나 밝고, 둥글고, 꽉 차 있어서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해졌다. 언젠가 너도 바로 그 달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 달이 너도 행복하게 해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네 할아버지가

[임성삼; 이 서양 시인은 손자에게 달을 선물했습니다. 동양 시인 이태백의 마음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3월 22일 목요일

　운명은 항상 너를 위하여 보다 더 훌륭한 성공을 준비하고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오늘 실패한 사람이 내일에 가서는 성공하는 법이다.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남효온과 헤어지며

매월당 김시습

옛 사람도 요즘 사람 비슷할 테고, 昔人似今人

요즘 사람도 뒷 사람과 비슷할 테지. 今人猶後人

세상일은 흐르는 물 같아서 世間若流水

유유히 가을 가면 또 봄이 오네. 悠悠秋復春 돌아올 복

오늘은 솔 밑에서 술을 마시고

날이 밝으면 첩첩산중을 향해 갈텐데,

겹겹이 둘린 푸른 산 속에서

그대를 생각하면 더욱 그리울 테지.

오늘의 중용(中庸)

君子無入而不自得焉.

군자무입이부자득언.

군자는 어디에서나 자기의 분수를 잘 알고 있다.

[차주환 역; 군자는 어디에서나 득의(得意)하지 않은 곳이 없다.]

*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리브 울만 엮음, 김승욱, 이동중 옮김, 작가정신, 1998>　

함바 칼레(hamba kahle) 네가 하는 일이 잘되길, 나딘 고디머

- 나딘 고디머는 유태계 여류작가로 1923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광산도시인 스프링스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소설들은 고향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일어나는 흑인과 백인간의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1987년 국제 펜클럽 부의장이 되고, 1991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사랑하는 나의 손녀 파스칼에게

내가 이 편지를 너의 이름으로 쓰는 것은 네가 나의 첫 손녀이며, 따라서 나의 인생에 있어서 특별하고 새로운 단계가 시작되었음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네게 하는 모든 말은 너의 여동생 폴과 사촌 케이트, 롤런드에게도 속하는 말이란다.

그렇지만 나는 네가 태어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너와 처음 만나서 느꼈던 기쁨이, 그 후 우리가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키워온 둘 사이의 정다운 우정을 통해 느낀 즐거움과 기쁨의 시작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네게 꼭 말해주고 싶구나.

20년이 넘게 프랑스에 있는 네 부모의 집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있는 내 집을 오가면서 할머니인 나와 아가씨가 된 너 사이에 자라난 우정 말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못 된단다.

내가 살면서 여러 가지 실수를 저질렀듯이 너도 실수를 저지르게 될 거야. 사람들이 네게 어떤 일을 하라고 충고를 하거나, 어떤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아무리 경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거야. 각자의 인생이 펼쳐지는 구체적인 상황과 시간, 장소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란다.

나로서는 네가 내적인 투쟁과 정치적 또는 종교적 편협성이 없는 사회에서, 그리고 전쟁이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물론 이것이 지나친 요구라는 걸 나도 알고 있단다. 슬픈 일이지만, 지난 20세기를 돌이켜보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구상에서 전쟁이 벌어질 것 같구나. 이기적인 말이지만, 나는 네가 그런 전쟁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있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밖에 없단다.

그러면서도 네가 분쟁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고, 평화를 이루기 위한 모든 수단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책임 중에 네 몫도 들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그 채임을 받아들이기 바란다.

아마 너는 이렇게 말하겠지. 우리 대신 국제적인 문제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저 강력한 사람들에 비하면 나 같은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관용을 가져야 한단다. 가족들과의 관계, 친구나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관용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네가 살고 있는 사회에 존재하는 다른 점들에 대해서도 관용을 가져야 한단다. 그것은 피부색이 무엇이든 우리 모두 똑같은 사람이며, 피부 밑에는 약한 부분이 숨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 품위 있게 살고 싶어하며 물질적 정서적으로 똑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지. 그렇게 되면 관용을 기반으로 우리가 이 세상에 평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단다.

너는 새로운 세기에 어른으로서 살게 되겠지? 내가 너에게 바라는 것은 네가 최선을 다해 일을 하고 거기서 만족감이라는 보상을 얻으며,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란다.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시각에 대해 눈을 반짝이는 너의 열정이 절대로 네게서 떠나지 않고, 네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사랑받게 되는 것이란다.

남아프리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단다. 함바 칼레(hamba kahle), 네가 하는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사랑한다.

너의 할머니가

3월 23일 금요일

　정직함은 진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정직함은 최고의 처세술이다. 정직만큼 풍요로운 재산은 없다.

정직은 사회생활에 있어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률이다.

하늘은 정직한 사람을 도울 수밖에 없다. 정직한 사람은 신이 만든 것 중 최상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산길을 가다가

매월당 김시습

아이는 고추잠자리 잡고

늙은인 울타리 손질하는데

봄물 흐르는 작은 시냇가에선

가마우지가 발 담그고 서 있네.

푸른 산도 그친 곳

돌아갈 길은 머네

등나무 가지 하나 꺾어서

등에 가로 걸쳤네.

<매월당 김시습 시선, 허경진 엮음, 한국의 한시 4, 평민사, 1996>

오늘의 중용(中庸)

在上位不陵下, 在下位不援上,

재상위불능하, 재하위불원상,

윗자리에 있어서는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아니하고,

아랫자리에 있어서는 윗사람을 의지하지 않는다.

[임성삼; 대단히 중요한 말씀입니다.]

* <세계의 지성 28인의 편지, 사랑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리브 울만 엮음, 김승욱, 이동중 옮김, 작가정신, 1998>　

희망을 선물하는 사람, 리브 울만

- 노르웨이 배우로 1938년 도쿄에서 출생, 연출도 함, 일찍부터 인류애적 관심으로 많은 활동에 참여함.

이제 겨우 석 달이 된 나의 손자에게 무얼 기원해주면 좋을까?

난 너에게 이런 바람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구나.

네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고 말이다.

난 네가 다른 사람과 느낌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네가 그들에게 너의 느낌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말이다.

네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여자들은 어떤 여자들이면 좋을까?

나는 네가 만나게 될 여자들이 여자라는 사실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구나. 왜냐하면 여자라는 사실은 곧 다른 사람들을 품에 안아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는 네가 만나게 될 여자들이 자신들의 유일무이성을 강조하고 이를 존중하는 여자들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되기를 바란단다. 그리고 네가 그러한 사실을 인정할 줄 알고 또 그들이 네게 기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부드러운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기쁘게 받아들일 줄 알았으면 좋겠다.

네가 앞으로 만나게 될 남자들은 어떤 사람이면 좋을까?

나는 그들이 자신들의 강한 힘을 정복과 지배를 위한 도구로 여기는 마음을 가슴속으로부터 단호히 거부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으며 좋겠다.

나는 네가 만나게 될 남자들이 세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지배적이고 고정된 사고방식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남자들이었으면 좋겠다.

슬로건보다는 비전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할 줄 아는 남자들이었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네가 그들과 함께 명확한 사고력을 - 그건 순수한 감정을 갖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의미 있는 것이란다 - 공유하고 계속 그런 사고력이 살아남아서 그들의 일부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네가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나는 한 남자나 여자가, 앞으로 다가올 일곱 세대 이후까지의 결과를 고려해보지 않고는 섣불리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구나.

[임성삼; 우리나라는 이런 세상에 오랜동안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참 좋은 세상이었습니다. 정신적인 세계는 아주 많이 진보했으나, 물질적인 세계까지는 진보가 어려웠습니다.]

나는 네가 성인이 되어서도 네가 어린 시절에 말도 안 되는 그림들을 그리고, 꽃들과 대화를 나누던 그 순수한 마음을 늘 돌아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될 거라고 믿는다. 네가 전체의 일부분이라는 생각을 지녔던 그 시절을, 네가 두려움 없이 모두와 접촉을 시도했던 그 시절을 말이다.

얘야, 지금 네 앞에는 많은 가능성들이 기다리고 있단다.

네가 귀기울여야 할 수많은 목소리들을 말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피조물들, 결코 단 한 번도 네 편을 들어주지 않을 사람들, 결코 네게 박수를 쳐주거나 너를 존경하지 않을 사람들, 대신에 그저 너의 도움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그리고 결국 언젠가, 아주 나중에 가서야 세상은 너를 필요로 하는 그들에게 네가 어떻게 대했는지를 놓고 너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나중에 가서야 받게 될 네 자신의 마지막 자화상, 그건 결코 네 맘대로 바꿀 수가 없는 것이란다. 그래서 그만큼 더 아름다울 수도 있을 테고,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베푼 만큼의 배려와 통찰들을 반영할 것이다. 또한 그 사람들의 운명을 통해서 너의 인식이 어느 정도에 도달했는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네게 바라는 게 있다면, 결코 네가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너는 모두와 함께 하는 사람이고 그런 한 인간으로서 너의 시간들은 재산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심장의 고동소리로 측정될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손자야. 나는 네가 인생에서 그러한 감정들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란단다.

상처입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모험을 하거라.

그리고 사랑을 경험하거라.

3월 26일 월요일

　진정한 용기란 겁쟁이와 무모함의 중간에 있다.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한가한 때 흥이 나서

상촌 신흠

봄비가 한밤중에 내리매

산의 꽃이 차례로 피어나니

봄 빛은 참으로 즐길 만하고

세상 일은 나를 귀찮게 하지 않네

우둔함 지키어 도를 보존하고

생명 아끼어, 재목 되길 원치 않노니

누추한 사립문 절로 적막한지라

흥이 나서 홀로 대에 오르네

오늘의 중용(中庸)

正己而不求於人則無怨.

정기이불구어인즉무원.

자신을 바르게 하고 남에게 바라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원망을 사지 않게 되어

上不怨天, 下不尤人. 더욱 우; 동떨어지다

상불원천, 하불우인.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않게 된다.

[임성삼의 주(註); 우리 조상님들이 맑은 마음을 가지기 위해 항상 마음속에 품고 계셨던 말입니다.

不怨天(불원천) 不尤人(불우인)]

<조건 없는 사랑,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 테니스 스타인 나브라틸로바는 1956 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다. 1975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1982 년부터 1985 년까지 세계 랭킹 1 위를 지켰으며, 1984 년에는 여자 프로테니스 선수 가운데 최다 우승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에서 100 회를 우승한 유일한 인물로 그 외에도 단식 8 회, 복식 6 회에 걸쳐 타이틀을 걸머쥐었다. 자서전을 집필하고 공동저자로서 소설을 집필하는 등의 면모도 지니고 있다.

사랑하는 내 손자야

내가 너에게 무엇을 바라는지 궁금하니? 우선 나는 네가 사랑과 내적인 평화와 행복과 세계 평화와 건강한 지구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아,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을까?

사랑, 이건 아주 쉽지. 네가 사랑을 주면, 언젠가는 그 사랑을 돌려받게 된단다. 네가 사랑을 주면서, 특히 조건 없는 사랑을 주면서 얻게 되는 내적인 평화는 아주 기분 좋은 덤이란다. 알겠니? 너는 돌 하나로 새 두 마리를 잡게 되는 거야.

행복, 이건 너의 내부에서부터 나와야 한단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한테서 약산의 행복을 얻을 수도 있어. 애인, 친구, 가족들 말이야. 하지만 우선 무엇보다도 네가 너 자신에 대해 행복을 느껴야 해. 다른 사람들이 네게 행복을 줄 것이라고 의존해서는 안 돼.

세계 평화, 이건 그리 쉽지 않겠구나. 네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네가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너와 같은 행동을 하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깨닫기도 전에 진짜로 세계 평화를 얻게 될지도 모르겠다. 희망사항이지만 얼마나 근사한 생각이냐?

[임성삼; 공자와 맹자가 지시했던 개념입니다. 그 결과 중국과 우리나라는 거의 외국을 침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근사한 생각을 2000 년 이상 실행에 옮겼습니다. 6.25 때 우리나라에 중공군을 파견한 것은 유교를 배척하는 세력이었고, 우리나라가 월남에 파병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경우였습니다.]

건강한 지구, 이번에도 역시 네 나름대로 기여를 해야 한단다. 네가 어떤 것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고, 당당하게 네 의견을 이야기하렴. 다른 사람들도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니까 말이야. 환경주의자는 나쁜 말이 아니란다.

[임성삼;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미국과 유럽에서의 <환경주의자>는 나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나는 네가 평등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네 피부색이 무엇이든, 여자든 남자든, 국적이 무엇이든 말이야. 그리고 너의 작은(커다란) 가슴이 바라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누리기를 바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나는 네가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구나. 그런 용기가 있어야만 너의 잠재력이 무엇인지 깨닫고 한없이 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행운을 빌어줄게, 내 아가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세상을 즐기렴!

사랑한다.

3월 27일 화요일

　행복은 부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부를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Saavedra, 1547~1616>

가난해도 만족하는 사람은 부자이다.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장단에서

양촌 권근

가파른 철벽이 강물 따라 휘감아돌고

양쪽 언덕 봄바람에 꽃이 한창 피었다

들판에 끊어진 산은 어디든지 아름답고

모래밭 오솔길은 마을에서 뻗어나왔다

물결을 가로지르며 어부는 그물을 걷고

술병 찬 농부는 막걸리 잔을 권한다

오늘의 중용(中庸)

故君子居易以俟命, 小人行險以徼幸. 기다릴 사

고군자거이이의명, 소인행험이 요행.

그러므로 군자는 평이한 곳에 처해 있으면서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한 짓을 하면서 요행을 찾는다.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 월터 크론카이트>

* 방송인인 월터 크론카이트는 1916 년 미국 미주리 주에서 태어났다. 텍사스 대학을 졸업하고 1942 년부터 1945 년까지 UPI 통신사의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제 2 차 세계대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을 취재했다. 그 후 1950 년부터 1981 년까지 30여 년 동안 CBS의 앵커맨으로 일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예수가 태어난 지 2,000년째 되는 해까지 겨우 2 년여를 남겨두고 있단다. 그리고 21 세기라는 이 신비스러운 시기를 앞두고 많은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 한 세기에 작별을 고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것은 100년에 한 번씩만 일어나는 일이니 그럴 만도 하다.

요즘 나오는 문학 작품에는 미래에 생겨날 위대한 과학적, 기술적 발명품들에 대한 예측과 지금으로부터 100년 후의 세상에 대한 환상, 그리고 다음 100년 동안 인류가 영원한 평화와 번영을 성취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에 가득 차 있단다.

모두 숭고한 이상들이지, 하지만 그리 새로운 이야기들은 아니란다. 이런 이상들이 사람들의 주의를 끄는 것은 오로지 세기의 전환점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다.

너희 네 명이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들의 세상에서 자리를 잡을 때쯤이면, 세상은 벌써 21세기의 깊숙한 곳까지 흘러가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기의 신선함은 이미 바래서 없어졌을 테고, 새로운 천년에 대한 진부한 말들을 쏟아내는 정치인들은 이미 한 명도 남아 있지 않겠지.

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그 꿈을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너희들이 받은 교육과 너희들의 본능과 욕망이 너희를 어떤 직업의 세계로 이끌더라도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꿈만은 절대로 잃어서는 안 된다.

물론 나는 너희들이 평화스럽게 번영을 누리면서 세속의 다툼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너희들이 그처럼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면서도 너희들만큼 운이 좋지 않았던 수백만 명의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으면 좋겠구나.

너희들은 모두 똑똑한 아이들이다. 나는 너희들이 타고난 재능과 앞으로 살아가면서 배우게 될 지식을 좀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살았던 20세기 후반에 대부분의 선진국을 지배했던 그 끔찍한 이기주의를 떨치고, 전쟁, 무지, 빈곤, 전염병이라는 재앙을 지구상에서 쓸어버리고 인류를 진정 자유롭게 해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거라. 처음에는 이곳 조국에서부터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전세계를 무대로.

행운을 빈다.

너희들이 살아갈 21세기에 신의 축복이 내리기를.

할아버지가

3월 28일 수요일

　겁쟁이는 죽음에 앞서서 여러 차례 죽지만, 용기 있는 사람은 한번밖에 죽지 않는다.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봄날 성남에서

봄 바람에 어느덧 청명절이 가까워

가랑비 부슬부슬 늦도록 개이지 않는다

집 모퉁이 살구꽃이 활짝 피려는지

이슬 머금은 두어 가지가 내게로 기운다

* 삼봉 정도전은 이 시를 보고 “말이 (조물주의) 조화를 빼앗았다[語奪造化]”라고 칭찬했다.

<양촌 권근 시집, 한국의 한시 46, 평민사, 1999>

오늘의 중용(中庸)

子曰:｢射有似乎君子; 失諸正鵠, 反求諸其身. ｣

자왈:“사유사호군자; 실저정곡, 반구제기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활쏘기는 군자의 행동과 비슷하다.

과녁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서 그 잘못을 자기에게서 찾는다.”

[임성삼의 주(註); 하늘과 사람을 원망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의 잘못을 자기에게서 찾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 결과 스스로 반성하고 더 나은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잘못된 일을 주위의 상황이나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 자신은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살면, 삶에 진보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느린 것이 당연합니다.]

右第十四章. 우제십사장.

이상이 14 장이다.

<세상의 그림자까지 볼 수 있도록, 시몬 페레스>

* Shimon Peres: 이스라엘의 정치가로 1923 년 태어났다. 본래는 마파이당이었으나 후에 라피당을 설립하여 사무총장을 재냈다. 다른 정당들과 함께 이스라엘 노동당으로 통합한 이후에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 1959 년부터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그 밖에도 여러 장관직을 역임하였다. 1984 년부터 1986 년까지 수상을 역임했으며 두 번의 임기 동안 외무부에서 일하기도 했다. 1994 년 이츠하크 라빈, 야세르 아라파트와 공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사람들은 흔히 제게 <당신은 역사 속의 인물이 될 것>이라거나 또는 <당신이 지금 하는 일이 역사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제게는 왠지 반갑지 않습니다. 역사를 장식하는 것은 저의 목적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역사는 인류의 고통과 전쟁, 피로 얼룩져 있기 때문에 제게는 역사가 장미로 가득 찬 정원이 아니라 비극처럼 느껴집니다.

톨스토이는 한때 나폴레옹이 사람을 죽이고, 또 죽임으로써 역사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제 인생이 황혼에 가까워질 때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제 친구들이 이런 말을 해주면 더 좋겠습니다. 여기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한 사람, 한 아이의 질병을 치료해 준 사람, 혹은 한 아이를 궁핍과 절망에서 구해낸 사람이 있다고. 제게는 역사 속의 한 페이지보다 작은 아이 한 명의 운명이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지나간 역사를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모양을 만들고 더 좋은 것이 되도록 바꿀 수 있는 것은 미래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없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임성삼;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뿐입니다. 이 분은 현재를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장래에 희망을 두고 있습니다. 이 개념은 또한 유대교의 기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삶을 배우며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훌륭한 책이 주는 기쁨과 아름다운 음악의 깊이, 아름다운 그림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슴속 깊은 곳에 아무런 두려움도 없는 상태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자유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절망, 증오, 억압 속에서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분노와 불의 때문에 낭비해 버리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짧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최근에 저는 평생을 휠체어에서 보낸 장애아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그 소년은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개인적인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서 이 편지를 썼다고 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저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제가 휠체어를 박차고 일어서는 것을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더 많이 바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저는 제 두발로 일어서는 것이 너무나 무섭습니다. 전혀 낯선 상황 속에서 이 세상과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저는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가 아는 여자 아이 중에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던 아이가 있는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만약 하나님이 갑자기 자기에게 볼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해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기가 무섭다고. 물론 그 여자 아이는 자기가 이 세상 무엇보다도 원하는 것은 밝아오는 새벽의 빛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그 빛을 보고 직접 경험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겁에 질린다는 말 역시 잊지 않았답니다.

그 소년은 또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태어날 때부터 그 나름대로의 장애를 지니고 있다고. 그리고 우리 모두 휠체어를 박차고 자신의 두 발로 일어서서 자신에 대한 책임을 받아들이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다고.

저는 의회에 나가서 이 소년의 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그 소년은 방청석에 앉아서 제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중에 그 소년의 어머니가 편지를 통해 제가 그 연설을 한 후에 그 소년이 난생 처음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나 두 발로 섰다는 사실을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그때까지 경험했던 가장 감동적인 순간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장애를 지닌 소년이 휠체어에서 일어선 것입니다.

노력만 하면 우리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보다 더 건강해지고, 우리가 지금 익숙해져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냥 아버지가 아니라 할아버지로서, 저는 제 손자들에게 이러한 건강과 밝은 눈을 선물해주고 싶습니다. 그 아이들이 자신의 두 발로 서서 자신의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두 발로 서서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자신의 두 눈으로 이 세상의 그림자뿐만 아니라 빛까지 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어쩌면 그 아이들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 아무도 박수갈채를 보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자신의 주변을 풍요롭게 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도움이 되고, 자신의 후손들에게 더 좋아진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피투성이 전쟁을 찬양하지 않는 세상, 모든 아기들이 새로 발견되어야 할 하나의 우주라고 믿는 세상, 그리고 모든 아기들이 인류가 지닌 모든 자원과 축복을 받을 자격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세상을 말입니다.

우리의 역사는 이렇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는 이러할 것입니다.

[임성삼; 그리고 이러해야만 할 것입니다.]

3월 29일 목요일

　구하면 못 얻을 것이 없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은 이 점을 잘 모르고 열린 감이 입으로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희망은 산과 같은 것이다. 저쪽에서는 기다리고, 단단히 마음먹고 떠난 사람들은 모두 산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다. 산은 올라가는 사람에게만 정복된다.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친구의 시골집

양촌 권근

큰 대숲 마을에 어진 사람이 있어 大竹村中里有人

화락하게 형제가 한 이웃에 사네

한 잔 술로 웃고 이야기하는 단란한 자리에

화기가 훈훈해 봄기운 넘쳐 흐른다

야외에 한가롭게 살며 농사꾼의 벗이 되니

비 지나간 들판에 맑은 경치 새로워라

취한 졸음 깨어보니 인적은 고요한데

동산에 도화 이화 활짝 피고 새가 봄을 부른다

오늘의 중용(中庸)

君子之道, 辟如行遠必自邇, 辟如登高必自卑.

군자지도, 벽여행원필자이, 벽여등고필자비.

군자의 도는 먼 곳에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 시작하는 것과 같고,

높은 곳에 올라가려면 반드시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과 같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데스몬드 투투>

* Desmond Tutu

대주교이자 민권운동가로 1931 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났다. 자신의 고향과 영국에 있는 수많은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미국과 유럽의 여러 학술기관으로부터 50 회 이상 표창받았다. 1984 년에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하나님께서는 아내 리와 내게 네 명의 아이들이라는 축복을 내려주셨습니다. 이제 그 아이들은 각자 나름대로 가정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 편지는 우리 손자들 모두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손자들의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이름은 어쩔 수 없이 여기서 빠져야 하는데, 이 편지는 손자들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너희들의 일부이고, 너희들도 언제나 나의 일부로 남아 있을 것이란다. 생각해보니 내가 훨씬 이익을 보는 것 같구나!

너희 부모들을 통해서 너희들 역시 나의 아이들이 되었단다. 나는 너희들이 결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이 두 가지 있다면, 그것은 생명과 사랑이란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셨고, 그분이 가장 원하는 것은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이란다. 행복해지는 비결은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지.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하는 것이 언제나 쉬운 것만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을 써주기 위해서 꼭 그 사람을 사랑할 필요는 없단다. 사실을 꼭 좋아해야 할 필요도 없단다. 굶주리고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살펴주면 되는 거란다. 우리가 서로서로에 대해,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 그런 선한 사랑의 마음을 갖게 되기를 하나님은 원하고 계시단다.

이 사랑은 가장 아름다운 곳이란다. 그 아름다움을 즐기고, 이곳을 웃음으로 가득 채우고, 사랑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하나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게 하는 방법이란다.

하나님이 너희를 축복해주시기를.

3월 30일 금요일

　당신의 입술에게 경멸하는 말을 가르치지 말라. 그 입술은 아름다운 마음을 전하려고 있는 것이지 멸시의 말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셰익스피어 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사랑 1

김남주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사랑만이

불모의 땅을 갈아엎고

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릴 줄 안다

천 년을 두고 오는

봄의 언덕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줄 안다

그리고 가실을 끝낸 들에서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우리 시 100, 최성수 손경목 엮음, 실천문학사, 2003>

오늘의 중용(中庸)

詩曰: ｢妻子好合, 如鼓瑟琴;

시왈: “처자호합, 여고슬금;

兄弟旣翕, 和樂且耽; 宜爾室家; 樂爾妻帑. ｣

형제개흡, 화락차탐; 의이실가; 락이처노.

시경에 말하기를

“처자가 잘 화합하면

거문고를 타는 것과 같다.

형제가 이미 화합하면

화락하고 또한 즐기게 된다.

마땅히 너의 집안과 친척들을

너의 처와 자손들을 즐겁게 하여라.”

子曰: ｢父母其順矣乎! ｣

자왈: “부모기순의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부모가 기꺼워하게 될 것이다.”

　　　右第十五章. 우제십오장

이상이 제 15 장이다.

* 식도락은 먹는 것보다 그 풍취에

삼월 삼질은 제비가 오는 철이다. 우리 풍속에 이 날이면 묵은 먼지를 말끔히 털어 내고 사방 문을 열어 놓고 대청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개춘(開春)연 봄맞이 잔치를 연다. 친한 벗 또는 이웃을 청해다가 간단히 차리는 까닭 없는 잔치다. 내가 한번 이 개춘연 메뉴를 작성한 적이 있다. 그것은 모두 소태, 산채, 야채, 해채로서 나물과 패류(貝類)만으로 된 것이었다. 무, 배추, 시금치, 콩나물, 숙주나물, 도라지, 두릅, 고사리, 냉이, 씀바귀, 달래, 물쑥, 미나리, 생미역, 다시마, 조개, 전복, 해삼, 게 따위를 단미 또는 두세 가지를 섞어서 만든 것으로 미나리는 <강상(江上)춘>, 생미역과 달래무침은 <산해(山海)채>, 이런 식으로 접시마다 이름을 붙이고, 진달래, 개나리, 버들개지도 곁들여 운치를 돋우었다. 좋은 가양주에 가야금 한 가락 춤 한 마당까지 있으면 흥이 이에서 더함이 없었을 것이다. 취옹(醉翁)의 뜻이 술에 있지 않다더니 나의 식도락은 먹는 맛에만 있지 않고 풍취에 있다.

<동문서답(東問西答), 조지훈, 범우사, 7판, 1997>